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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골드 마음 식물원 (아틀리에 컬렉션) ㅣ 메리골드 시리즈
윤정은 지음 / 북로망스 / 2025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한참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가 베스트셀러로 등장했을 때, 내용이 무척 궁금하긴 했다. 분명 마음이 붙는 걸 보면 힐링 일 텐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 결국 못 읽었다. 시리즈가 나올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는데, 두 번째 마음 사진관 역시 비슷한 이유로 읽지 못했는데, 마음 식물원이 나왔다. 근데, 앞으로 무궁 무진하게 나올 것 같았는데 마음 식물원이 완결판이라고 한다. 아쉽다. 계속 나오면 좋겠는데... 마음 카페, 마음 분식집.... 이번에도 나는 역주행을 하게 될 것 같다.
사실 제목만 알았지, 앞의 이야기들을 제대로 읽어보지 못해서 주인공에 대해 잘 모르지만, 그럼에도 책을 읽는 데 어려움은 없다. 단, 마음 식물원 주인인 지은(앞의 이야기에도 지은이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것 같다.)이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이 여럿 등장하는데, 그 부분에 공감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책 안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같은 경험을 해보진 않았지만 그들의 마음이 공감이 갔던 것은, 내 주변에도 이들과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열 번 넘게 시험관 시술을 했지만 번번이 임신이 안돼서 큰 상처를 가지고 있는 윤지, 어린 시절 부모님을 잃고 사촌누나와 단둘이 살다가 집을 떠났다가 누나가 알츠하이머에 걸렸다는 사실에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상수, 13년 다녔던 텔레마케팅 회사를 다니다가 전화 공포증이 생겨 얼마 전 회사를 그만둔 우연 등 각자 다른 아픔을 가진 그들이 지은이 연 마음 식물원에 우연히 들어온다. 신기한 것은 지은은 이들이 올 것을 얼핏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녀는 마법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마음을 식물로 피워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지은. 참 대단하고 멋진 능력을 가졌다 생각이 들고, 덕분에 본인의 마음도 잘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지은 역시 큰 상처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여러 번 새로운 삶을 살아도 그 상처에는 굳은살이 좀처럼 박히지 않는다.
늦은 결혼을 한 터라, 결혼 초기부터 빨리 아이가 생기길 바랐다. 다행히 6개월 만에 임신이 되었는데, 내게 6개월도 참 고통스러웠던 시간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결혼을 했던 지인들이 하나 둘 임신 소식을 알려왔다. 그중에는 둘째를 임신한 지인도 있었다. 왜 나는 아이가 생기지 않는 거지? 6개월을 노력해도 안되면 병원에 가 봐야 하나... 늘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인테 기를 달고 살았던 것 같다. 먼저 결혼한 친구가 7개월에 갑자기 아이가 사산이 되었다. (책 속 윤지와 같은 상황이었다.) 아이를 무척 좋아하는 친구였는데, 정말 큰 상처가 되었다.(다행히 지금은 아들 둘을 낳고 잘 지내고 있다.) 그 이후 나 역시 아이가 잘못될까 봐 정말 매일매일 걱정스럽게 지냈던 것 같다. 태동이 조금만 없어도 배를 만지고 두드리기도 하고, 그래도 태동이 없어서 울면서 남편에게 전화를 하기도 했다.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아이를 건강하게 만날 수 있었다. 책 안에 윤지의 아픔은 내게 또 다른 기억을 불러일으켰다. 친동생도, 친한 친구도 아이가 생기지 않아서 참 많이 힘든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윤지가 말한 임신한 사람만 봐도 질투가 났다는 이야기를 친구에게 직접 들어서 그런지 더 와닿았다.
누나의 희생에 늘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던 상수는 치매에 걸린 누나에 대한 죄책감이 크다. 결혼할 사람을 만났는데, 상수를 데리고 가겠다는 누나의 말에 시부모님이 될 사람들이 결혼을 반대했고 결국 누나는 결혼을 포기하게 된다. 학교도 그만두고 상수의 뒷바라지를 하는 누나에게 고마운 마음도 있었지만, 당시에는 고마움이 아닌 부담감으로 누나의 희생을 받아들였던 상수. 뒤늦게 누나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지만, 이미 너무 늦은 건 아닐까 하는 마음의 부담이 있었다.
꽃이든 나무든 시든 잎을 정리해 주지 않으면 새순이 잘 자랄 수 없어요.
아깝다고 시든 가지 그대로 두면 식물 전체에 안 좋은 영향을 미쳐요.
마치 사람과 비슷하네요. 시들고 정리해야 할 것들을 끌어안고 살면 새 살이 돋아나지 못하듯이요.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마음 식물원을 찾아 각자의 마음을 담은 식물의 싹을 틔워낸다. 직원이 되기도 하고, 스스럼없이 찾는 단골이 되기도 한다. 책을 읽으며 이들의 마음을 식물로 피워내는 데 지은의 마법이 사용되기도 했지만, 이들 주변에 이들은 아끼고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윤지 곁에 준호가, 상수 옆에 누나가, 우연 옆에 엄마가 있듯이 말이다. 이들의 이야기에 나 또한 마음이 따뜻해지고 몽글몽글해지는 경험을 한 것 같다. 책에 등장하는 해인이 어떤 사람인 지 궁금해졌다. 아무래도 역주행을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