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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의 갈까마귀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12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손성경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참으로 엄격하고 무서운 자비야.'
진료소에 있는 늙고 힘없는 병자들, 그 자신이 그렇듯 결점 많고
이 세상에 오래 있지도 못할 이들의 가슴에 바를 향기로운 고약을 만들면서 캐드펠은 생각했다. '
그렇다면 그건 자비가 아니지!'
1141년 12월. 교황대사인 블루아의 헨리 주교는 두 번째 주교와 수도원장 회의를 소집했다. 자신의 과오를 뒤집고 정치적인 행동을 하기 위해서였다. 1년 사이에 헨리 주교는 두 번이나 발언을 철회한다. 그것도 자신의 발언이 아니라 교회의 이름으로 말이다. 4월 7일 윈체스터에서 첫 번째 회의를 소집하면서 헨리 주교는 모드 황후를 통치자로 인정했다. 당시 스티븐 왕은 도망 다니는 신세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이 뒤집혔고, 이번에는 모드 황후가 쫓기는 신세가 된다. 결국 12월 7일 웨스트민스터에서의 회의에서 헨리 주교는 스티븐 왕에게 돌아가는 결정을 정당화한다.
회의에 참석하고 돌아온 라둘푸스 수도원장은 3명의 일행을 데리고 온다. 얼마 전 17년간 홀리 크로스 교구를 섬기던 애덤 신부가 사망한다. 그는 교구 안에서 교구민들을 따뜻하게 대하고, 그들의 고민과 고해를 들어주면서 따뜻한 신부로 유명했다. 그런 신부가 사망했을 때, 한 번에 한두 마디 이상 말을 한 적이 없던 교회 지기 컨릭까지 그의 죽음을 애통해하며 캐드펠 수사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애덤 신부 다음으로 홀리 크로스 교구를 맡을 신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던 차에, 라둘푸스 수도원장이 한 신부를 데리고 돌아온 것이다. 그는 36살의 에일노스 신부로 4년간 헨리 주교의 서기로 일했던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일을 돌봐줄 가정부 디오타 해밋 부인과 해밋부인의 조카인 20대 청년 베넷도 함께 슈루즈베리 수도원에 온다. 당장 베넷이 할 일이 없었기에, 일손이 급했던 캐드펠 수사는 베넷을 자신의 일을 돕게 해달라고 이야기한다.

한편, 에일노스 신부는 부임 날 설교부터 뭔가 석연치 않았다. 엄격한 규율을 들이대며 교구민들의 인심을 잃어가기 시작한다. 신부의 경작지 관리와 교구의 황소와 수퇘지를 돌보는 일을 하는 아일가는 에일노스 신부로부터 신분에 의혹이 되는 말을 듣는다. 자유민이 그에게 농노인 친척이 있기에 아일가도 농노라고 이야기 하며, 농노이기에 법원의 판결을 받을 수 없다고 말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시내 제빵장으로 수도원에 빵을 공급하는 일을 했던 조던 어커드 역시 무게를 속였다는 이유로 에일노스 신부의 비난을 듣는다. 너무 약하게 태어나 태어나서 얼마 안 있다 죽게 된 아이를 위해 기도를 요청한 케트윈에게는 자신이 막 기도를 시작했기 때문에 갈 수 없다고 이야기를 한다. 결국 아이는 세례조차 받지 못하고 사망하게 되고, 세례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교회 묘지에 아이를 묻을 수 없다는 말을 한다.
나중에 캐드펠은 생각할 것이었다.
수도원 앞 대로에 내려앉아 사소한 작은 죄를 찾아내고 그 죄인들을 파멸로 몰아가는,
썩은 고기를 찾아다니는 갈까마귀 같았다고.
에일노스 신부는 마치 성경 속 바리새인과 닮아있었다. 오로지 율법에 매여 진짜 의미를 퇴색해버리고, 글자 하나하나에만 집착하는 사람 말이다. 덕분에 교구민들은 마음과 몸에 큰 상처를 입게 된다. 그런 모습을 참다못한 자칭 시장이 라둘푸스 수도원장을 찾아가 신세 한탄을 하고, 라둘푸스 수도원장과 대면한 에일노스 신부는 자신은 법대로 했다는 말로 상황을 정리한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늦은 시간까지 돌아오지 않는 에일노스 신부가 걱정된 가정부 해밋 부인이 수도원을 찾아온다. 근데 그녀는 이마와 손에 큰 상처를 입었다. 해밋 부인의 말로는 어두운 밤 에일노스 신부를 찾으러 나갔다가 문 앞에서 돌에 부딪쳐서 상처를 입었다고 한다. 결국 마을로 에일노스 신부를 찾아 나선 캐드펠 수사와 일행은 저수지에 빠져 익사한 에일노스 신부의 시신을 찾게 된다. 그는 왜 저수지에 빠진 것일까? 그가 남긴 유품인 지팡이에 붙어있는 머리카락을 발견하게 된 캐드펠 수사. 과연 에일노스 신부를 사망하게 한 사람은 누구일까? 지팡이에 붙어있던 머리카락의 주인은 누구일까?
이렇게 말하면 그렇지만, 에일노스 신부가 만약 애덤 신부와 같이 교구민들을 도왔다면, 과연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물론 구할 수 없는 상황이었을 수도 있지만, 괘씸죄가 세상에서 제일 무섭다고 하지 않나? 어쩌면 그는 자신이 만든 덫에 자신이 걸려 넘어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