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은 뭐 하고 놀지? - 첼로 연주에 귀를 기울이면 마법이 시작된다 자꾸 손이 가는 그림책 2
원 애닝 지음, 문주선 옮김 / 지성주니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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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몇 년 전까지 비 오는 날이 무척 싫었다. 신발부터 옷까지 젖어서 축축한 기분이 너무 싫었기 때문이다. 무척 더운 여름이 비로 인해 시원해진 경험을 몇 번 한 후로는 과거에 비해 비 오는 날이 싫기만 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비 오는 날은 유쾌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아이들이 태어난 후 비 오는 날은 이래저래 고민이 된다. 우선 등 하원 시간이 평소에도 짧지 않은데, 비가 오면 두 배로 늘어난다는 것과 비가 오면 씽씽이 없이 두발과 우산에 의지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아이들 역시 비가 오면 자연스럽게 놀이터에 가지 못한다는 사실 때문에 비를 썩 좋아하지 않는다. 단, 장화를 신고 첨벙첨벙 놀이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작은 위안이 되긴 한다.



 여기 비 오는 날을 심심하게 보내는 엠마라는 아이가 있다. 이날 엠마는 할아버지 집에서 오후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원래 호수가 있는 공원에 다녀오기로 했지만, 비 때문에 계획이 취소되고 말았다. 이것저것 장난감들을 꺼내 놀이를 하던 엠마는 이 놀이도 저 놀이도 모두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가지고 놀지 않던 장난감까지 다 꺼내서 엠마의 방은 온통 어지러운 상태가 되었다. 결국 참다못한 엠마는 소리를 지른다. 



"할아버지, 그래도 심심해요!"



 벽장에 있는 것을 꺼내기 시작한 엠마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아주 큰 통이었다. 쪼르르 할아버지에게 달려간 엠마는 그것이 할아버지가 어린 시절 가장 좋아하는 놀잇감이었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바로 그 놀잇감은 무엇일까?

사실 책의 제목만 보고 내심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을 하며 책을 펴 보았던 나는 적잖게 실망했다. 비 오는 날 집 안에서의 놀이는 사실 손에 꼽는 몇 가지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엠마와 할아버지가 선택한 놀이는 바로 첼로 연주였다. 음악을 폄하하려는 건 절대 아니고, 개인적으로 클래식 음악을 참 좋아하고 악기 중 하나를 꼽자면 첼로를 가장 좋아한다. 첼로를 너무 배우고 싶었지만, 타고난 신체적 결함으로(손이 작고 손가락이 짧아서 첼로를 잘 연주하기 힘들 거라는 조언에 결국 바이올린을 배웠다.) 접었기 때문이다. 첼로의 중후하고 낮은 보이스를 너무 좋아하지만, 당장 아이와 함께 첼로 연주를 직접 해볼 수 없다는 사실이 내겐 또 다른 벽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물론 엠마의 할아버지처럼 첼로 연주를 할 수 있다면 그 또한 참 멋진 일이겠지만, 우리에겐 첼로 대신 핸드폰이 있다는 사실! 책의 마지막 장에 있는 QR코드를 활용한다면, 바로 우리 집 거실이 엠마의 집이 될 수 있다. 오히려 첼로 연주는 비 오는 날 들어야 더 멋지다는 생각을 한 번 더 해보게 된다. 음악은 때론 정신없고 번잡한 우리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주고 또 다른 생각의 틀로 전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배우게 된다.


 할아버지의 연주 속에서 엠마는 자유롭게 이곳저곳 여행을 하게 된다. 푸른 호수와 백조들을 만나고, 백조의 날갯짓을 마주한다. 물론 음악이 멈추자 일상으로 돌아오지만, 엠마가 만났던 일상은 그전에 따분한 일상이 아닌 각가지 다양한 소리의 모음으로 변한다. 따분하고 나른한 오후에 감미로운 음악이 부린 마법 덕분이다. 


 장마철에 접어들어 하루 종일 꿉꿉한 기분이 가득한 요즘. 각가지 현란한 영상에 길들여져 있는 아이와 부모 모두 그림책과 그 안에 담겨있는 잔잔한 음악이 주는 힐링과 마법을 경험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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