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루인 수사의 고백 캐드펠 수사 시리즈 15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송은경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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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내 재주를 어떤 식으로 오용했든, 자네도 엄청난 마음의 고통을 느꼈을 걸세.

하지만 그러한 수단과 지식이 거기 있었고, 자네를 말려야 할 내가 그 자리에 없었으니, 

자네의 죄 이전에 나의 죄도 있었던 셈이야.

스티븐 왕과 모드 황후 사이의 전쟁이 5년으로 접어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지쳐가는 군인들. 이번에는 스티븐 왕이 승리를 코앞에 둔 상황이었는데, 모드 황후가 상황을 모면하고 옥스포드에서 빠져나가는 데 성공한다. 겨울에 접어들어 슈루즈베리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은 큰 난리를 겪는다. 눈의 무게를 지탱하지 못하고  슬레이트 지붕이 새거나 내려앉았던 것이다. 덕분에 주교의 사절은 물벼락을 맞게 된다. 오블라투스인 콘라딘 수사가 지붕공사를 총괄하는 가운데 평소 안젤름 수사 아래에서 사본 채식사로 일하고 있던 할루인 수사가 지붕에서 일을 하다가 큰 사고를 당하게 된다. 슬레이트 작업 중 추락하면서 깨진 슬레이트들이 박히고 깔려 중상을 입은 것이다. 수도원의 캐드펠 수사와 에드먼드 수사를 비롯한 대부분의 수사들은 이 사고로 할루인 수사가 사망할 것이라 생각한다. 혹시라도 할루인 수사가 깨어난다면 자신에게 가장 먼저 알리라는 라둘푸스 수도원장의 명이 있을 지경이었다. 얼마 후 할루인 수사는 정신이 돌아와 갑자기 고해성사를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라둘푸스 원장과 캐드펠 수사에게였다. 사실 할루인 수사는 캐드펠 수사 밑에서 약초와 약품을 관리하는 일을 배운 적이 있었다. 18년 전 할루인 수사는 수사가 되기 전 아버지와 함께 헤일스의 에들레이즈 가문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에들레이즈 드 클리어리 부인의 딸인 버클레이드와 사랑에 빠진 할루인 수사는 부인의 허락을 받지 못해 낙담했다. 하지만 둘은 열렬히 사랑했고, 결국 밤을 보내게 된다. 그렇게 수사가 된 할루인 앞에 클리어리 부인이 나타난다. 자신의 딸인 버클레이드가 임신을 했다는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미 수사가 된 할루인에게 클리어리 부인은 낙태할 수 있는 약초를 달라고 말한다. 괴로움 속에서 할루인 수사는 캐드펠 수사 몰래 히솝에 붓꽃을 더한 약초를 건넨다. 그리고 얼마 후 버클레이드와 그녀의 뱃속 아이가 같이 사망하게 된다. 영지에서는 열병으로 사망했고, 바로 장례를 치렀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18년 동안 혼자 고통 가운데 있던 할루인 수사는 그렇게 정신이 들자마자 라둘푸스 원장과 캐드펠 수사에게 자신의 과오를 고백했던 것이다. 다행히 그날 이후 할루인 수사는 조금씩 차도를 보였고, 예수공현대축일 밤에 눈을 뜨게 된다. 점점 기운을 차린 할루인 수사는 라둘푸스 원장을 찾아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클리어리 부인에게 자신의 잘못을 용서받고 싶고, 세상을 떠난 버클레이드의 묘 앞에서 밤을 새우며 기도를 하고 싶다는 뜻을 전한다. 아직 온전히 몸이 회복되지도 않았고, 크게 다친 왼쪽 다리에 영구적인 장애까지 가지게 된 할루인 수사의 간청에 결국 라둘푸스 원장은 캐드펠 수사가 동행하는 조건으로 허락을 하게 된다. 결국 고통을 감내하고 클레어리 부인을 만나게 된 할루인 수사. 어렵지 않게 용서를 받긴 했지만, 빨리 자신들을 내보내고 싶어 하는 클레어리 부인의 의중을 간파한 두 수사는 영지의 묘로 향하지만 버클레이드의 묘는 보이지 않는다. 그곳을 관리하는 수사로부터 에들레이즈 가문의 묘가 다른 곳에 조성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둘은 그곳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클레어리 부인을 만나게 된다.


 한편, 슈루즈베리로 돌아가던 중 한 영지에 들른 두 수사는 센러드 비버스라는 영주를 만나게 된다. 이들이 수사라는 것을 알게 된 센러드 영주는 자신의 누이와 다른 영주의 결혼식을 올려달라는 부탁을 받게 된다. 자신보다 20살 어린 여동생 렌리센드 비브스와 장 드 페로네의 결혼 말이다. 렌리센드를 처음 만나게 된 할루인 수사는 갑자기 정신을 잃고 마는데...



 중세 유럽판 출생의 비밀이 등장하는 이번 작품은 죽을 위기에 처했던 수사가 극적으로 회복하며 자신의 과거를 되짚어가는 과정에 동행하며 겪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왜 갑자기 그는 18년 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자신의 죄를 고백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 한 고행을 떠났던 것일까? 그 또한 핏줄의 끌림으로 받아들여야 할까? 이번에도 캐드펠 수사는 조언자와 관찰자 그리고 해결자의 다방면으로 활약하며 이야기를 극적으로 마무리하게 된다. 사랑하는 여인도, 딸도 당연히 세상을 떠났을 거라 생각했던 할루인 수사는 고행의 시간을 보내며 소중한 선물을 받게 된다. 이들의 만남부터 뭔가 묘한 느낌을 주었는데, 역시나 진행되는 이야기가 이미 어느 정도 예측이 되긴 했지만 실제로 글을 통해 마주하니 더 흥미로웠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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