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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와 시대의 만남 - 시대를 담은 위대한 화가들의 이야기
고동희 지음 / 쉼(도서출판) / 2025년 5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낫숫물이 댓돌을 뚫는다는 속담이 있다. 물론 내가 사용하기에는 좀 거창한 감이 있긴 하지만, 꾸준히 하고 나니 조금씩 보이는 게 있다는 의미를 담고 싶었다. 미술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여러 예술의 장르 중에서 유난히 미술은 친하지 않았다. 음악회는 가도, 미술관은 왠지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럴 순 없겠다는 마음이 생긴 후 매년 미술 관련 책을 1권 이상 읽자는 목표를 세웠고 몇 년째 그 목표를 지키고 있다. 근데 신기한 것이, 그렇게 미술이나 명화 관련 책을 꾸준히 읽다 보니 낯익은 화가와 작품이 생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디서 본 것 같은데... 하던 것이 이제는 곧잘 눈에 들어와서 제목까지는 몰라도 누구의 작품인 지는 기억이 난다. 때론 화가와 관련된 사연이나 그의 생애에 대한 내용도 기억이 난다. 그렇다 보니 이제는 미술 관련 책을 읽는 게 예전처럼 부담스럽지는 않다.
명화와 시대의 만남이라는 제목의 이 책 안에는 16명의 화가와 그들의 이야기와 명화들이 담겨있다. 표지 가득 담긴 명화들 속에서 낯선 그림이 3개 있었는데, 그나마 한 작품을 제외하고는 화가가 누구인지 짐작이 갔다.

아마 미술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단번의 누구의 그림인 지 맞출 수 있을 정도로 책 안에는 정말 한 시대를 풍미한 대단한 화가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름만 들어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인물들, 빈센트 반 고흐, 앙리 마티스, 구스타프 클림트, 프리다 칼로, 파블로 피카소....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명화들이 그 자리를 같이 채워준다. 얼마 전에 만났던 앙리 마티스의 그림을 보니 앙리 마티스 전에는 얼굴에 사용하지 않았던 다양한 색감으로 표현한 모자를 쓴 여인이 나올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역시나 다시 만나니 반가웠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며 궁금했던 두 명의 인물이 있다. 한 명은 너무 유명하지만, 그의 그림을 좀처럼 이해하기 힘들어서 늘 뒤로 미뤄뒀던 파블로 피카소와 이번에 처음 이름을 마주한 아마데오 모딜리아니다.
도저히 알아볼 수 없는 다양한 형태의 입체파 그림을 그렸던 피카소가 처음부터 그런 기하학적인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그의 예술세계만큼이나 다양했던 여성편력도 책 안에 소개된다. 두 명의 아내와 여러 명의 애인들... 그리고 그들과의 사랑이 깊어질수록 피카소의 예술세계도 깊어졌다. 그리고 다양한 여성들과의 사랑은 또 다른 형태의 예술로 승화된다. 피카소의 남성적 매력이 깊었던 것일까? 피카소 사후 자살을 택하는 애인들도 있었으니 말이다. 한편으로는 그의 이야기를 보면서 그가 성공한 예술가가 아니었다면, 그의 사랑 이야기가 지금처럼 미화(?) 되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또 한 명의 예술가인 아마데오 모딜리아니는 단 한 명의 여성 잔 에뷔테른과 사랑에 빠졌다. 하지만 그의 예술세계는 피카소처럼 생전에 인정받지 못했다.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 속이 상했던 그는 자신의 그림을 판 돈으로 또 술을 마시고 마약까지 한다. 부유한 부르주아 집안에서 자란 잔은 사랑에 빠진다. 잔의 헌신적인 희생에도 모딜리아니는 건실하게 살지 못했다. 오히려 술에 취해 잔에게 폭력을 휘두를 정도가 된다. 결국 잔 과의 사이에서 딸이 태어나지만 생활고에 시달린 잔의 부모님은 잔과 딸을 데리고 간다. 홀로 남겨진 모딜리아니는 결국 죽음을 맞이하고, 그에 충격을 받은 잔은 둘째를 뱃속에 품은 상태에서 자살을 하게 된다. 모딜리아니가 그린 그림 중에는 유달리 잔의 초상화가 많다. 그중 눈동자가 없는 그림이 있었는데, 왜 눈동자를 그리지 않았느냐는 잔의 질문에 모딜리아니는 이렇게 대답한다.
모딜리아니와 잔의 깊은 사랑 이야기가 곁들여지니 작품의 의미가 더 깊이 와닿았던 것 같다. 작품과 시대상 그리고 그들의 삶의 이야기가 작품과 어우러지며 또 다른 감상을 마주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시간이 흘렀지만, 그들이 남긴 주옥같은 명화들은 여전히 우리 옆에 살아 숨 쉬고 있고 명화들 속에 담긴 의미 역시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것 같다.
당신의 영혼을 알게 되면 눈동자를 그릴게요. - P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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