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만이 알고 있다
모리 바지루 지음, 김진환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목적지가 멀 때는 오히려 편한 법이다.

손에 닿지 않을 만큼 멀리 있는 꿈을 이야기하는 건 오히려 즐겁기만 하다.

그게 사정권 내로 들어왔을 때가 가장 두려워진다.

현실감을 띠기 시작한 꿈이 가장 무섭다.

꿈을 이룬 미래와 이루지 못한 미래가 동시에 다가오기 때문이다.


 각각의 이야기가 별도의 구성을 가지고 있는 5편의 단편소설집 느낌이 물씬 풍기지만, 그 안에 또 서로 간의 접점이 있는 이야기가 담겨있어서 연작소설 느낌도 풍기고, 큰 틀에서 보면 마치 한편의 드라마처럼 연결되기도 하니 장편소설 같기도 한 아주 신기한 책을 만났다. 그리고 이 모두를 아우르는, 작가가 각 작품 곳곳에 숨겨둔 접점들을 연결하고 나면 이 책의 제목이 완성된다. 바로 작가와 이 책을 읽은 독자만이 알 수 있는... 바로 그 제목 말이다.


 5장에 담겨있는 소설들의 장르는 다양하다. 청춘소설, 추리소설, SF 소설, 판타지 소설, 연애소설....! 어떤 작품을 먼저 봐도 상관없지만, 등장인물들이나 조연으로 출연한 인물이 다음 편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기도 하기에 처음부터 읽어도 괜찮을 것 같다. 


 첫 번째 등장한 작품은 탐정계의 블랙잭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명탐정 아오카게와 그의 조수 하루사키가 살인사건의 범인을 풀어내는 추리소설이다. 크리스마스를 2시간 앞둔, 이브의 어느 날 밤. 한 통의 전화를 받고 아오카게와 하루사키는 사건 현장으로 향한다. 과거 미도리하라파의 사건을 한 번 해결한 적이 있던 아오카게는 미도리하라파의 하부조직인 고시마회의 회장 오니기와 미도리하라파의 보스 비서인 야쿠시지와 함께 사건의 현장이자 공장에 들어서 있다. 그리고 그들 앞에는 얼굴이 처참하게 짓이겨진 상태로 총상으로 사망한 시신이 있다. 오니기의 오른팔 우로코가타는 누구에 의해 사망한 것일까? 공장 안 CCTV를 확인한 결과 고시마회의 도죠 루리야가 먼저 들어왔고, 10분 즈음 있다가 우로코가타가 들어온 것이 찍혔다. 그리고 얼마 안 돼 CCTV 영상은 끊긴다. 시신이 우로코가타로 보였기에, 범인은 도죠 루리야라고 결론 내린 야쿠시지는 상부에 보고를 하지만, 오니기는 범인이 도죠 루리야라는 것을 도저히 인정할 수 없었다. 루리야는 자신이 양아들처럼 거둬들인 아이였고, 우로코가타 역시 루리야를 직속 후배로 점찍고 정성을 다했기 때문이다. 이들, 특히 오니기는 사건의 범인을 확실히 하기 위해 바로 아오카게를 호출한 것이다.


 아오카게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1,400만 엔을 달라고 이야기한다. 이 큰돈 앞에서 다시금 둘은 이견을 보이지만, 사비로 탐정비를 내겠다는 말로 오니기는 사건을 의뢰한다. 추리를 시작하는 아오카게. 그리고 그녀는 이들에게 범인을 이야기하는데, 우선 시신이 우로코가타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사건을 해결하고 나온 탐정과 조수. 조수는 탐정이 말한 추리의 허점을 이야기하기 시작하는데, 과연 탐정은 조수도 알고 있는 허점이 있음에도 왜 그런 추리를 낸 것일까? 


 첫 번째 사건에서 조수와 탐정이 좋아하는 만담 오디션 프로그램인 M -1의 출연 중인 고3 만담 커플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바로 이 커플 이야기가 이어지는 두 번째 청춘 소설에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사실 일본이 만담을 좋아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우리와는 결이 좀 다르긴 해서 관객들처럼 박장대소할 정도로 이해는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일생에서 귀중한 무언가를 희생하면서까지 준비한 니케 트로피 팀의 아사기 하유와 도바시 지히로의 이야기는 충분히 울림을 주었다. 그리고 아사기 하유의 절친이자, 도사비 지히로의 여자친구가 되는 나츠메 오카가 다음 편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런 식으로 각 작품들은 연결고리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접점은 결국 에필로그를 통해 해소된다. 에필로그 덕분에 '이게 뭐지?'라고 생각했던 이야기가 정돈이 되니 실망은 금물!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말자! 


 전혀 다른 장르가 서로 얽히고설켜가면서 또 하나의 작품을 완성해가는 것이 신선한 구성이었고, 연작소설이라지만 뭔가 다른 맛을 자아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