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세포막 안으로
김진성 지음 / 델피노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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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현실 세상에서의 강력한 믿음은 그 어떤 진실도 가볍게 눌러버린다는 것을.

그러나 김서연은 이 명제를 믿는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녀는 진실이 믿음을 이길 거라 믿는 사람이었다.

제목이 눈에 확 들어오지 않았다. 세포막이라는 단어 때문이었다. 표지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과학이 가미되어 있다. 화학공학과 석사과정을 마치고 박사학위를 준비하는 7년 차 영실 대학교 조교인 김서연은 빅터 우 교수를 대신해서 학부생에게 강의를 마친 후, 후배인 임지윤의 연락을 받는다. 그들은 TPDD치료제 연구를 하고 있다. 임상결과가 좋게 나오긴 했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신약개발은 상당한 돈이 드는데, 그들의 연구과제는 유전자가 위와 같은 최신 이론이 아닌지라 제약회사들의 입맛에 맞지 않았다. 겨우 중소기업인 무궁 화학의 도움을 받아 광개토 대학교병원을 빌려 임상 및 연구를 하고 있었다. 그날도 무궁 화학 쪽 담당자인 문지혁대리가 이들을 찾아왔다. 이들이 개발한 TPDD치료제의 임상을 위해서였다. 날카로운 말들이 오고 가고, TPDD 환아들이 들어왔다. 첫 번째 환자에게 주사를 놓은 후, 두 번째 환자를 만났는데 손목에서 아직 낮지 않은 바늘 자국을 발견한 서연은 이상함을 느낀다. 일주일 전에 놓은 주사자국이라기에는 시일이 상당히 지났음에도 너무 선명했기 때문이다. 결국 찜찜함에 투약 일정이 미뤄지고, 문대리는 이 상황에 짜증을 낸다. 그러던 중, 갑자기 코드블루와 함께 임상 중인 환자들이 발작을 일으키며 죽는 사건이 펼쳐지게 된다.

사실 TPDD는 한 가지 생각과 한 가지 말 밖에 하지 못하는 환자로, 법이 개정된 후에는 태아 시절 선별 검사를 통해 낙태를 하기도 하는 질병이다. 그리고 그날. 서연은 자신의 뱃속에 자리 잡은 13주 차 태아 단단이의 TPDD 의심 소견을 받게 된다. 왜 하필 TPDD였을까? 자신이 하고 있는 연구와 같은, 그래서 그 병으로 고통받는 가족들과 환자들을 수없이 만났는데 말이다. 서연은 단단이를 포기하려고 한다. TPDD를 앓는 아이를 키울 자신이 없었다. 자신의 의견을 남편인 윤태구에게도 알린다.

사실 유명한 배우인 윤태구는 서연만 알고 있는 아픔이 있었다. 바론 신약이라 선전했던 마약의 피해자였던 것이다. 세계적인 제약회사 치니코프 제약의 약품을 카피해서 만든 국내 1위 제약회사 제멜제약이 만든 약 때문에 여전히 소송 중인 사건의 피해자가 된 것이다. 그렇기에 서연은 제멜제약으로 직접 들어가서 해당 자료를 확인하려는 목표를 가지게 된다.

하지만 모든 게 쉽지 않다. 갑자기 식약처장으로부터 영실 대학교의 임상실험 자체가 취소를 당하게 된다. 이 일로 빅터 우 박사와 임지윤 모두 패닉 상태가 된다. 프랑스의 앙투앙 드마르크 교수가 서연의 팀과 같은 TPDD치료제 연구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서연은 드마르크 교수를 찾아 나서지만, 교수는 어디서도 만날 수 없었다. 결국 그의 조교를 수소문하지만, 공포에 휩싸인 조교는 라틴계 남성에 의해 살해되는 지경에 처하게 되고, 서연은 겨우 몸을 피한다. 근데 갑자기 학교 산학 천에서는 서연 팀이 연구하고 있는 신약개발을 제멜제약과 함께하게 되었다는 통보가 온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태구가 중독되었던 마약제를 담당했던 차석진이 책임연구원으로 나타나게 된다. 석진을 보자마자 다시 서연은 이가 갈린다. 결국 해당 신약 개발에 성공하면 앞으로 해당과의 학생들을 제멜제약에 입사시켜주고, 성공보수를 지급하겠다는 제멜제약 측 말에 빅터 우와 서영은 같이 연구를 진행하기로 하지만, 서연은 그 안의 검은 속내를 간파하게 된다. 자신만이 알고 있는 신약의 배합률을 빼앗길 상황에 처한 서연은 자신이 연구한 신약을 마셔버리게 되고, 그 일로 260g 남짓한 단단을 출산하게 된다. 근데, TPDD를 앓고 있는 단단에게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나게 되는데...

사실 모성애는 바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나 또한 경험했지만, 자신의 뱃속에 생긴 생명에 대해 별다른 애정 없이 물건처럼 취급하는 듯한 서연의 모습에 적잖게 당황스러웠다. 물론 그런 여론을 인식한 것인지, 서연이 단단을 향한 말을 통해 그런 모습을 조금씩 지워가려 하지만 그럼에도 뭔가 모를 이질감을 가졌던 것은 지울 수 없었다.

믿음이 진실을 앞선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었던 서연은 과연 자신의 신념을 지켜낼 수 있을까?

자신의 자녀를 세기의 천재로 만들고 싶다는 탐욕과 진실보다 당장 자신의 눈에 보이는, 자신의 생각에 매몰되어 거짓을 진실로 만들고자 혈안이 된 사람들. 그리고 그들에 편승해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게 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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