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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품격
김기석 지음 / 현암사 / 2025년 3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증오의 씨를 심어 평화를 거둘 수 없다.
바람을 심는 이는 광풍을 거두기 마련이다.
내 문제에만 갇혀 지내다 보니 자꾸 우물 안 개구리가 되는 기분이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 책을 읽지만, 이 또한 내가 좋아하는 장르만 골라서 읽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에세이라 하지만, 에세이기도 하지만 사회비평서 기도 한 이 책은 사유와 성찰이라는 말은 깨달음을 주는 글이 많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전반부는 생각을 환기시키는 글이 많았기에 사회비평으로, 중후반부는 에세이로 보면 좋겠다.
개신교인이지만, 스님이 쓴 책이나 신부님 혹은 수녀님이 쓴 책도 즐겨읽는다. 물론 목사님이 쓴 책을 그래도 가장 많이 읽는 편인데, 개신교인으로 읽기에는 탁월하지만 타 종교인 혹은 무종교인에게 추천하기에는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아무래도 종교적 색채가 가장 진하게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사회 전반에 걸친,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 차원에서 보기에도 깊이 있는 주제를 통해 반성과 성찰을 논하고 있기에 선입견 없이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저자가 목사이기에 책에서 소개하는 내용 중 일부는 성경을 인용하거나, 성경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인용하기도 했지만 어디까지나 예시로 사용했기에 읽어나가기에 거부감이 들지는 않는 편이다.
비교적 요 근래의 글들이 많다. 2021년부터 경향신문과 국민일보, 월간 에세이에 게재된 글을 모아서 책으로 엮었다 하는데, 2023년부터 올해까지의 글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각 글의 말미에 게재된 날짜가 적혀있기에, 참고하면서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다. 책의 전반부에는 특히 선거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고, 정치에 관한 이야기도 등장한다. 그렇다고 특정 정당을 옹호하는 발언들이 있을까 봐 걱정할 필요는 없다. 지극히 현실적인, 어느 정당이 들어도 될만한 비판들이니 말이다. 선거철에 관한 이야기나, 선거 이후에 모습들에 대한 부분들도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장애인 단체의 시위에 대한 내용도 등장하는데, 솔직히 나는 좀 반대적 의견을 가지고 있다. 그들의 시위로 인한 불편함에 대한 기사를 읽다가 한 승객의 말을 들으며 나 또한 많이 공감했는데, 시위 때문에 출근시간이 더 걸리는 관계로 평소보다 30분에서 1시간 일찍 어린이집에 새벽 등원을 하는 아이들이 입는 피해는 누가 보상할 거냐는 물음에 시위 단체는 아무 대답도 못했다는 기사였다. 물론 책 안에서 저자가 이야기 한, 모든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자는 사유라면 나 또한 이해가 된다. 하지만 현재의 시위단체는 그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미 알려져 있는 상황인데, 그에 대해서 뚜벅이 직장인을 포함하여 지하철을 이용하는 모든 승객이 과연 불편을 감수하는 게 옳은 일인지에 대한 비판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 밖에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나 정인이 사건 같은 내용들뿐 아니라 우리 삶에서 고민이 되고 깊이가 필요한 부분들에서 인생을 먼저 살아 본 선배로서의 밀도가 큰 생각들도 만나볼 수 있다. 외로움, 탐욕, 분주함, 고통, 인간관계 등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는 삶의 문제들이 책 안에 고스란히 풀어져있다. 읽으면서 환기가 되기도 하고, 채찍이 되기도 한다. 책을 읽으며 생각할 내용들이 점점 많아진다. 그렇게 생각해 보지 않았던 부분에 대한 깨달음도 마주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