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그 깊은 독백 - 익숙했던 것과의 결별 바람이 지구를 흔든다
박갑성 지음 / 예미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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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 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안정된 직장 생활이 행복을 이루는 전제 조건이라는 사고방식을 나는 언제부터 가졌던 것일까?

평생직장이라는 용어가 사라지기 시작한 것은 아마 1998년 IMF를 맞으면서일 것이다.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나는 것이, 한 은행의 여직원들이 퇴직을 앞두고 눈물의 영상을 찍었던 것이다. 하지만 IMF가 끝나고 나서도 여전히 우리 사회는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그렇게 평생직장과 정년퇴직은 어느 순간, 우리 사회에서 희귀생물 혹은 멸종 위기종과 같은 용어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저자가 30년 직장을 마무리하기 1년 전부터 쓰기 시작한 이 책을 읽으며 그 어떤 책보다 신선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평생을 다닌 직장에 대한 소회와 앞으로 삶에서 직장이 지워진 이후의 삶에 대한 기대와 걱정 등이 담겨있었는데,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일기식으로 써나가기만 한 것이 아닌 자신이 직접 쓴 시나 사진이 어우러지니 또 다른 깊이를 주는 작품이 된 것 같다.

개인적으로 나 역시 재작년에 14년 다닌 직장을 그만두었다. 개인적으로 회사를 다니면서 정말 쉽지 않았던 터라, 서운함보다는 시원함이 컸던 것 같다. 대부분의 직장이 정년까지 다니기 힘든 이유는 여럿이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내가 기대하는 것만큼의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급여나, 복지의 수준이 내가 하는 업무수준을 받쳐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에 정년 전에 직장을 그만둔다. 물론 회사가 내가 정년이 될 때까지 존속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지만 말이다.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하다. 백세시대라고 하면서, 왜 50 언저리에서 60대에 정년이라는 이름으로 사회로부터 로그아웃이 되어야 하는 것일까? 업무에 따라서는 시대에 발 빠르게 대처를 해야 하는 경우도 많지만, 노하우를 쌓으며 꾸준하고 성실하게 매년 반복되는 업무를 익숙하게 해내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내가 하는 일의 경우도, 물론 법령이나 규칙이 새롭게 추가되거나 없어지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기본적인 패턴이나 날짜 등은 정해져 있다. 그렇기에 매년 그 시기에 기본 포맷을 가지고 업무를 채워나가고, 마무리한다. 바뀌는 부분에 대해서는 매년 체크하고 공부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어느 직장에 신입사원 때 배운 기술을 가지고 평생을 사용할 수 있을까? 당장 우리가 쓰는 스마트폰만 하더라도 일 년에 여러 번 업그레이드를 해주는데, 우리의 기술 역시 계속 업그레이드를 해줘야 할 터이니 직장 생활은 물론 사회생활과 인생에서도 공부로부터 해방될 수는 없다. 저자 역시 그렇다. 꾸준히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자신이 맡은 바에 최선을 다하는 삶을 무려 30년 동안 해왔다. 정년을 1년 남기고 이 책의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도 저자는 무척 바빴다. 새벽에 출근하는 이야기가 책에 상당히 담겨있다. 내일모레면 짐을 싸가지고 나가야 하는 형편인데도 업무의 양은 줄지 않는다. 그런 저자에게 정년이 되었으니 나가라고 하는 것은 한편으로는 회사 입장에서도 손해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계속하게 되었다.

이제는 조금씩 회사가 지워진 삶의 궤도를 짜야 하는 상황인지라, 여행이나 글쓰기, 구순의 노모를 찾는 일 등의 그동안과 다른 일상의 이야기도 채워져있었다. 책 속의 저자는 나와는 달리 시원함 보다 아쉬움이 컸던 것 같다. 그런 면에서 회사와 저자는 참 잘 어울렸던 것 같다. 작년 6월 저자는 30년의 직장 생활을 마무리했다. 그로부터 8개월 여가 흐른 지금 저자는 어떤 모습으로, 어떤 삶을 걷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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