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냥팔이 소녀는 누가 죽였을까? - 세상에서 가장 기묘한 22가지 재판 이야기
도진기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올바른 결정이 내려지면 대개는 사회질서도 바로잡힙니다......

하지만, 가끔은 둘의 사이가 틀어지기도 합니다.

올바른 결정을 좇다 보면 사회질서가 흔들리고, 반면에 사회질서만을 좇다 보면

올바른 결정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법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딱딱하고 어렵고 이해되지 않는다. 아마 전 국민 중 상당수가 법에 대해 이런 이미지를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된다. 조금 더 쉽게 법을 접근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일상생활과 연결되거나, 익숙하게 아는 이야기 혹은 관심사와 연결해서 설명하는 것이다. 얼마 전, 미술작품과 법을 연결한 책을 읽으며 꽤 신선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번에는 고전이나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 영화 등을 통해 법 지식을 넓혀갈 수 있는 책을 만났다.

프롤로그부터 심상치가 않다. 책 안에 자즈 등장할 인물들이 등장한다. 재판장인 염라. 원고인 검사. 피고의 대리인인 변호사 소크라테스.(등장하는 사건들은 형사사건인 것 같다. 각 사건의 원고는 검사니 말이다.) 지옥계 부임 500년 만에 드디어 재판관이 된 염라. 함께 있던 하데스는 언젠가부터 법률을 공부하기 시작해 500년 전 연옥계 재판관으로 임명을 받았다. 그리고 드디어 이제 염라가 하데스를 이어 연옥계 재판관이 된 것이다. 법률 지식이 미천한 염라는 걱정이 되었다. 두 번째 재판에서 만나게 된 피고인은 소크라테스였다. 그리고 그가 자신의 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들은 염라는 그의 말발(?)과 지식에 결국 소크라테스의 편을 들어주고 만다. 그와 동시에 피고인들을 도울 수 있는 변호사의 역할을 소크라테스에게 맡긴다.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연옥계의 재판 안에는 참 다양한 사연을 지닌 인물들이 등장한다.


익숙한 주인공들이 등장하기에, 꽤나 흥미롭다. 물론 그 안에 법률 지식이 가득 담겨있다. 낯선 용어들이 등장할 때마다 움츠려드는 염라는 꼭 우리의 모습을 닮았다. 하지만 주눅 들 필요는 없다. 염라가 우리의 모습을 대변해주기 때문이다. 어렵거나 이해가 안 되면 염라는 꼭 질문을 한다. 그러면 소크라테스 혹은 검사는 해당 사건에 등장하는 법률용어를 좀 더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설명해 준다.

가령 늑대가 나타났다고 거짓말을 한 양치기 소년을 처벌할 수 있을까? 당연히 다수에게 피해를 주었으니 처벌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과 달리 양치기 소년은 처벌을 받지 못한다. 죄형법정주의 때문이다. 죄형법정주의가 뭘까? 죄와 형벌은 미리 법으로 정해놓아야 한다는 주의라고 설명하는데 이 말은, 처벌을 하기 위해서는 법에 명시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 법 때문에 혀를 찰 정도로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인물들이 교모하게 법망을 빠져나가 처벌을 받지 않는 경우를 종종 만날 수 있다. 그들이 빠져나갈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이 죄형법정주의 때문이란다.

타이타닉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잭 도슨 역)가 케이트 윈슬렛(로즈 드윗 뷰케이터역)을 나무판자에서 밀어서 죽인 죄목으로 기소된다. (실제 영화와는 다르지만) 자신이 살기 위해 메이트를 밀어서 죽인 디카프리오는 살인 혐의로 처벌을 받아야 할까? 이번에 등장하는 법률용어는 긴급 피난이다. 전에 등장한 정당방위의 개념과 연결되어서 설명되는데, 읽고 나면 이해가 빠르다. 그 밖에도 일사부재리의 법칙, 미란다 원칙, 미필적 고의 등 다양한 법률용어와 그와 관련된 설명들이 우리가 익숙히 아는 작품이나 사건을 통해 등장하기에 꼼꼼하게 읽다 보면 자연스레 법적 지식이 성장하는 것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