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틈새
마치다 소노코 지음, 이은혜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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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 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읽고 쓴 리뷰입니다.



남은 눈물을 닦으면서 나는 또 깨달았다. 맞다. 


그것이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는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이었다. 


소중한 사람을 보내는 시간. 지금까지 나는 이 시간을 의식의 하나로만 생각했었다.


소중한 사람과의 마지막 시간이 가진 진정한 의미를 알지 못했다.


 요 근래 비슷한 주제의 책을 연거푸 읽게 된다. 그 주제는 바로 죽음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프지만, 자신의 역할을 가장 잘 해는 것 중에 하나가 죽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누구나 한번은 갈 수밖에 없는 길이 바로 죽음이다. 인류는 세상에 등장하면서부터 지금까지 더 오래 사는 법을, 죽음을 지연시키는 법을 위해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늙으면 죽어야지!"가 세계의 3대 거짓말 중 하나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죽음에 대해 우리가 느끼는 공포감은 정말 크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죽음이 있기에 인간의 모든 삶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해본다. 끝이 있기에 우리가 사는 모든 시간을 그만의 가치가 있고, 그 만의 색이 있는 것일 테니 말이다. 



 이 책은 가족장 전문 장의사인 게시미안과 그와 연결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려져있는 연작소설이다. 죽음이라는 굵직한 주제 안에서 또 다른 하나의 주제가 등장한다. 바로 편견이다. 책의 배경이 일본이기에, 우리와 색이 좀 다르긴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주제들은 우리와 닮아있다. 그래서 더 진한 향을 주었던 것 같다.



 


 절친인 세 친구 에나가 나쓰메, 다카세 후코, 사쿠마 마나. 얼마 전 후코의 결혼식이 열렸다. 상대는 후코보다 연하인 에이타라는 남자였다. 누구보다 행복해 보이는 후코였지만, 나쓰메와 마나는 결혼식의 모든 것에 화가 났다. 친구인 후코는 누구보다 결혼식에 대한 로망이 컸고, 그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드레스의 형태부터 장식 등 모든 것)이 있는 사람이었는데, 후코의 결혼식의 모든 것이 그동안 후코가 꿈꿨던 것과 너무 달랐다. 에이타의 집에서 경비를 일부 보조해 주었다고 들었는데, 이 정도 일 줄이야...!



 한편, 게시미안에서 9년째 장례지도사로 일하는 사쿠마 마나는 여러 가지로 마음이 복잡하다. 오래 사귄 연인 스나마라로 부터 청혼을 받았지만, 썩 기쁘지 않았다. 장례지도사라는 직업에 대해 스나마라는 좋게 평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른 직업을 찾아보거나, 차라리 전업주부가 되는 것은 어떠냐는 말과 함께 단도직입적으로 시체를 만지는 일을 하는 것에 대한 편견을 드러낸다. 그는 스나마라 뿐 아니라 엄마도 마찬가지였다. 답답한 마음에 친구인 나쓰메에게 전화를 걸지만, 자신을 찾아오는 손님 때문에 같이 술을 마실 수 없다는 말을 하는 나쓰메. 그리고 얼마 후, 게시미안으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그리고 고인이 나쓰메라는 말을 전해 듣게 된다.



 나쓰메는 『섬광에 그을린 여름』이라는 소설을 발표해 주목을 받았던 작가였다. 하지만 후속작을 좀처럼 내지 못하던 나쓰메는 딜리버리 헬스라는 성매매 업소에서 일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날, 자신을 찾아오는 손님과 함께 자살을 택한다. 나쓰메의 자살 소식과 함께 신문에는 그녀가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다 손님과 동반자살을 했다는 기사가 난다. 가족과도 인연을 끊고 살았던 나쓰메는 자신의 장례식을 마나에게 부탁하고 참석할 친구로 후코를 적어두지만,  


얼마 전 결혼을 한 후코의 남편인 에이타가 나쓰메의 직업을 운운하면서 극도의 반감을 드러낸다.  




 그 밖에도 책에는 게시미안의 조화 장식을 만드는 거래처 크리스탈 플라워의 치와코와 그녀의 딸인 아마네의 이야기, 게시미안의 막내 직원 스다의 이야기, 그리고 후코의 이야기 등 게시미안과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각 장을 채우고 있다. 그 안에는 저마다의 상황과 편견 그리고 상처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 책의 제목인 새벽의 틈새가 무슨 뜻인가 참 궁금했다. 하루 중 가장 어두울 때가 바로 새벽의 동이 트기 직전이라는 말이 있다.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닌 타인의 판단과 생각에 삶을 잠식당하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가는 등장인물들의 삶은 바로 그 새벽의 가장 어두운, 고통스러운 일상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그들은 편견에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찾는다. 비로소 동이 트는 아침을 마주하는 것처럼 말이다. 잔잔한 일상으로 보이지만, 그 안에는 무수한 슬픔과 어려움이 움돋아 있다. 타인의 삶을 평가하고 재단할 힘이 내게 있는가? 마찬가지로 타인이 내 삶을 평가하고 재단할 수 있는가? 둘 다 아니라고 대답하지만, 그게 내 가족이라면, 내 자녀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만큼 나 또한 편견 속에 갇혀서 살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어 씁쓸했다. 이 책 덕분에 조금이나마 내 삶 또한 이중적인 편견 속에서 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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