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따지는 변호사 - 이재훈 교수의 예술 속 법률 이야기
이재훈 지음 / 예미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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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 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쓴 리뷰입니다.

왠지 법과 예술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다. 법은 이성적이고, 예술은 감성적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기 때문이다. 또 법은 딱딱하고, 예술은 부드럽다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림 따지는 변호사라는 제목에 궁금증이 생겼다. 변호사라면 법을 다루는 사람인데, 그의 눈으로 그림을 "평가"한다는 말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안 어울리는 둘의 교집합에서 어떤 이야기가 등장할지 기대도 되었다.



알고 보니, 저자는 이미 그림을 살피며 그에 해당하는 법적 지식을 이야기하는 글을 13년째 연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글 중 일부를 이렇게 책으로 엮어냈다.(차후 계속 시리즈로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둘의 만남을 한번 구경해 보자!



총 5가지 큰 주제가 있는데, 개인적으로 첫 장부터 흥미로웠다. 진주 귀걸이 한 소녀라는 그림을 바탕으로 진주가 귀금속인가 아닌가?를 내용으로 법적으로 조망하는 내용이 등장한다. 그림 또는 화가의 삶을 법의 테두리 안으로 가지고 들어와서 법의 잣대에서 들여다보고 설명하는 것 자체가 꽤나 신선했다. 물론 법이 등장하고, 당연히 법조문이나 용어들이 나오기에 좀 딱딱한 면은 없지 않아있다. 하지만 그동안 접하지 못했고, 생각하지 못했던 내용이라서 꽤 흥미로웠던 것 역시 사실이다.



가령 여전히 이슈가 되고 있는 NFT(대체 불가능 토큰)와 훈민정음 NFT에 관한 내용이라든가, 요즘도 문제가 되는 양육비 이슈(배드 파더스), 길고양이 문제, 스토킹과 기후 위기까지 정말 다 방면의 내용들이 책 아예 등장한다. 이미 오랜 과거의 그림들과 화가들의 이야기인데, 왜 현재와 그리 다르지 않은 걸까? 인간사는 문화와 시대가 달라도 계속 반복되는 것일까? 하는 생각과 함께 그를 법으로 풀어낸 저자의 능력에 또한 고개가 끄덕여진다.




​총 25개의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부분은 셰익스피어의 작품과 어우러진 자녀들의 의사에 관한 부분이었다. 부모가 이혼하는 경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자녀들이다. 소위 엄마랑 살래? 아빠랑 살래?에 관한 부분 말이다. 이와 어우러지는 사건이 한여름 밤의 꿈이라는 작품에 등장하는 헤르미아와 데메트리우스의 문제다. 헤르미아의 아버지는 아테네 법에 따라 딸에게 데메트리우스와 결혼을 하던가, 죽던가 둘 중 하나를 택하라고 한다.(이 무슨 황당한 상황인가?) 물론 목숨을 걸어야 하는 선택은 아니지만, 아이들에게 부모의 이혼으로 인한 선택의 문제 역시 그만큼 고통스러울 것이다. 당연히 아이들의 선택 여부에 따라 부모를 따라갈 수 있을 거라는 내 예상과 달리 우리 법은 아이들의 의사가 필수 선택은 아니라고 한다. 어디까지나 재정적이나 여러 면에서 아이들을 더 잘 키울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 부모의 손을 들어주니 말이다. 글쎄... 객관적으로 보이는 것이 정말 정답일까? 책을 읽으며 생각해 보게 되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던 법과 예술. 그 둘의 접점을 잘 연결해서 풀어낸 그림 따지는 변호사. 앞으로도 계속된다고 하니 다음 권을 기다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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