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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근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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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 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읽고 쓴 리뷰입니다.
사람이란 말이야. 당연히 누군가를 좋아하고 싫어해.
하지만 확실한 한 가지는 사람을 좋아해서 얻는 건 많지만 싫어해서 얻는 건 거의 없다는 사실이야.
그렇다면 굳이 사람ㅇ르 미워할 필요가 없지.
다작 작가이자 추리소설계에서 빠질 수 없는 인물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비정근. 장편소설이라 하지만, 연작소설 느낌이 물씬 풍긴다. 주인공은 비상근 교사(우리 입장에서는 비정근 보다는 기간제 교사라는 말이 더 익숙할 것 같다.)다. 특이한 것은 추리력(추리소설가를 꿈꾸던 인물인지라)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이다. 출산휴가를 간 담임을 대신해서, 병가를 낸 담임을 대신해서, 갑자기 사망한 담임을 대신해서(다음 담임이 올 기간 동안만 임시로 봐주는) 등의 사유로 비상근 교사로 일하게 된 주인공. 어떻게 가는 곳마다 사건이 벌어지는 것일까? 그리고 사건을 정말 어렵지 않게 풀어내는 능력도 대단하다.
사실 제목을 읽고 사이코패스의 미치광이 비정근 교사인가?를 의심했다. 왜냐하면 부제에 "감정 없는"이라는 단어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보니 감정 없는의 의미를 알 것 같았다. 임시직으로 2~3개월 정도 일하는 기간제 교사였기에 감정이 얽히고 싶지 않다는 생각(정말 처음부터 그랬을까? 처음 일을 하면서 상처를 받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을 하고, 결과적으로 그런 감정을 배제한 객관적으로 보려고 하는 상황이 사건을 풀어가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사건마다 특이한 점은 주인공 주변에서 혹은 주인공이 속한 반에서 사건이 일어난다는 것이고, 초반에 등장한 3건의 사건의 경우 해당 사건의 단서가 수식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물론 남겨져 있던 증거들이 수학기호나 수식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실제 사건을 풀어가면서 수식이 아닌 다른 의미라는 것이 드러나는 경우도 있긴 하다.
총 6건의 사건과 2건의 히든트랙이 담겨있는데, 각 사건마다 드러나는 이야기와 그에 대한 원인들이 엮여있다. 왕따나 불법 도박 등의 사건들처럼 실제 초등학생들의 학교생활의 어려움들이 사건과 연결되어서 표면으로 드러난다. 그리고 그 부분을 정확히 짚어내는 주인공 덕분에 사건과 문제가 동시에 해결되는 방향으로 전개된다. 개인적으로 4번째 등장한 몰 콘 이라는 제목의 작품이 기억에 남는다. 담임의 갑작스러운 병으로 인해 주인공은 이번에도 비정근교사로 부임한다. 유난히 모범적인 반이라서 더욱 눈이 가는 주인공.(애들이 얌전하고 말을 잘 들으면 편하다는 생각만 할 텐데, 그 또한 다르게 바라보는 당신은 정말 추리소설가나 탐정이 어울린다.) 그날따라 반 안에 흐르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혹시나 싶어 옆 반 담임에게 물어보지만, 별 관심 없는 옆 반 선생의 담임에 그냥 마음을 접는다. 근데, 수업 시간에 눈에 띄던 학생 4명이 한 맨션 앞을 서성이는 게 눈에 띈다. 그리고 얼마 후 나가세 아키호라는 여학생이 위험하게 베란다에 서 있는 모습을 목격한 주인공은 급하게 그곳으로 발을 옮긴다. 나가세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던 차에 폐지를 실은 트럭을 발견한 주인공. 하지만 그 시간 트럭의 운전자가 베란다에 서 있는 나가세를 발견하고 소리를 지르고, 그 소리에 나가세는 밖으로 몸을 던지는데...
그러고 보니 나 역시 과거에 겪었던 일이 생각났다. 매주 토요일(당시는 토요일도 학교를 갔다.) 우리 반은 학급회의를 했는데, 그때 그 주의 착한 어린이와 나쁜 어린이를 투표했다. 누군가 해당되는 아이를 추천하고, 그렇게 추천받은 아이들을 놓고 거수를 해서 그 주의 착한 어린이와 나쁜 어린이를 뽑았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런 투표를 했나 싶다. 몰 콘 역시 그런 투표의 일종이라는 사실과 나가세가 몸을 던진 것과 4인방의 일이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는 주인공. 주인공의 기지로 사건 해결은 물론, 목숨을 잃을 뻔한 나가세까지 살리게 된다.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들에게 오히려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건인데다, 나 역시 해당 투표로 마음이 상했던 기억이 떠올라서 더 감정이입이 되기도 했던 것 같다.
학교와 살인사건이 동시에 등장해서 자극적이기는 하지만, 그 안에 드러나는 사건은 결국 그런 결과로 연결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이 더 안타까웠다. 물론 사건과 실제 범인이 연결되지 않는 경우도 있긴 했지만, 결국 주인공 덕분에 문제가 드러나게 되니 결국은 매 상황마다 두 사건을 모두 해결(실제 문제와 해당 사건) 하는 멋진 탐정 역할을 하는 비정근 교사였다. 물론 소설을 소설일 뿐이지만, 학교에서 실제로 일어날 법한 이야기들이 담겨있어서 더 기억에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