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만화가 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 7번째 시리즈는 바로 손자의 병법서인 손자병법이다. 실제 방대한 분량을 만화로 그리기에, 원전의 내용을 전부 다루고 있진 않지만 기본적인 내용을 파악하고 이해하기 위한 입문서로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제목은 많이 들어봤지만, 실제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읽어보진 못했지만, 그 유명한 36계 줄행랑은 알고 있다. 이 책을 마주하면서, 36계 줄행랑을 실제로 접하고 싶었는데 과연 등장할까?
당연히 병법서이기에 어떻게 해야 잘 싸우는지 혹은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이 나와있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손자는 책 안에서 여러 번에 걸쳐서 유혈 없이 말로 마무리를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병법이라고 이야기한다. 왜일까? 전쟁이 시작되면 결국 누구도 이긴 게 아니기 때문이다. 전쟁을 위한 물자나 인력, 무기 등 전쟁을 위해 소모되는 많은 것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기술이 발달한 시대도 아니기에, 전쟁에 동원될 무기들만 만드는데도 몇 달이 소모된다. 당연히 군사를 모으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군사를 뽑고 전쟁에 대비해 훈련을 해야 한다. 맨몸으로 전쟁을 할 수는 없다. 군사가 입을 군복과 무기들, 그리고 훈련시킬 장소와 군사들이 먹을 양식 등 결국 전쟁은 시작하면 승리를 한다 해도 결국 양쪽 모두 어떤 면에서든 잃는 게 있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가장 좋은 병법은 말(모략)로 끝을 보는 것이다. 이 부분을 읽는 데, 강동 6주를 외교술로 획득한 서희 장군이 떠올랐다. 아니나 다를까! 책 안에 외교술로 전쟁을 끝내는 것이 두 번째로 뛰어난 병법으로 등장한다. (첫 번째는 모략으로, 머리를 잘 써서 이기는 것이다.)
역시 병법서이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으로 승리하는 지계들이 등장한다. 그 유명한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역시 손자병법에 나오는 내용이었다. 여기서 연결된 계략이 등장하는데, 내가 적을 이길 수 없을 때는 수비 태세를 취해야 하며, 내가 적을 이길 수 있을 때 공격을 해야 한다고 한다. 공격은 충분한 역량이 있을 때 하는 것이다. 그 외에는 간첩을 이용하는 방법이나, 적의 병력과 비교해서 내 병력의 수준을 갈음해서 다양한 방법으로 공격하는 방법도 담겨있다. 물론 요즘은 여러 동양철학들이 저술된 시기에 비해 대놓고 전쟁을 하는 시기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그 지계들은 여전히 활용도가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병법서가 아닌 실제 삶의 여러 순간들에 대비해서 사용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