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와 함께 춤을 - 시기, 질투, 분노는 어떻게 삶의 거름이 되는가
크리스타 K. 토마슨 지음, 한재호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특히 가만히 앉아서 분노를 솔직하게 탐색하는 데 서툴다.......

살아가면서 느끼는 사소한 짜증을 전혀 표현하지 않고 그냥 흘려보내야 한다는 생각은

감정의 현실을 부정하는 것이다.

그 어떤 책 보다 위로가 되는 책이었다. 새해 초에 이런 책을 만난 것을 극도의 행운이라고 여기고 싶을 정도다. 우선 나는 참을성이 많이 부족한 사람이다. 성격도 급하고, 기다리는 것을 정말 싫어한다. 특히 내가 피해 보는 상황을 마주하면 극단적으로 일어나는 분노를 참을 수 없다. 아이를 키우는 중에 이런 내 성격을 더 문제를 일으키는 것 같다. 아이들의 일상적인 행동에도 화를 참을 수 없어서 하루에도 몇 번씩 포효를 한다. 내가 정신병자가 아닌가, 혹은 감정적으로 심각한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새해마다, 매일 아침마다, 퇴근 때마다 마음을 다잡고 또 다잡지만, 또 상황을 맞닥뜨리면 결심이 어디로 갔나 싶을 정도다. 정신을 차리고 나면 이미 상황 종료. 애들은 울고, 나는 화를 주체하지 못해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고 있다.

부모로 자격이 없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내 부정적인 감정을 끊어내기 위해 책도 여러 권 읽고, 상담을 받아보기도 했다. 하지만 또 반복되는 짜증과 분노 앞에 두 손 두 발을 다 들었다. (오늘도 내 분노 앞에 남편은 오은영 교수의 상담 내용을 내밀었다. 결핍이 있는 거 아니냐는 뜻이 담겨 있었다.)

분노와 시기, 질투, 경멸 등의 감정은 지극히 부정적이다. 그래서 이런 감정은 우리 속에서 빨리 없애고 사라지게 만들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런 감정들을 잘라내기 위한 참선이나 명상, 숨쉬기 등 다양한 방법들이 이곳저곳에서 보인다. 하지만 왜 우리는 (인식하고 있음에도) 이 감정들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일까?

책의 서두에 표현이 정말 이해도 잘되고 마음에 들었다. 논이나 아름다운 정원에 피어있는 잡초들이 보기 싫다. 며칠만 손을 놔도 금방 자라고 또 자라난다. 수시로 정리를 해야 하지만, 너무 힘이 든다. 하지만 뽑아내야 한다. 왜냐면 보기 싫기 때문이다. 필요 없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지렁이는 어떨까? 물컹물컹 징그럽게 생긴 지렁이가 흙 이곳저곳을 기어다닌다. 소름 끼치게 싫다. 없애버리고 싶다. 하지만 없애야 할까? 지렁이는 흙 여기저기를 기어다니며 흙 속에 공기를 순환시키고, 각종 유기물들을 분해해서 비료로 만들어 준다. 단지 우리 눈에 거슬리지만, 지렁이는 내가 멋진 정원을 소유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존재다. 저자는 이 지렁이가, 잡초가 바로 우리의 부정적인 감정들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럼 이 감정들과 내가 어떻게 함께 살아가야 하는지를 알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

1장에는 니체와 공자, 간디 등의 철학자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부정적 감정들을 어떻게 바라봤을까? 이 감정들을 통제하기보다는 이 감정들을 살펴보길 권한다. 왜 이런 감정들이 드러났는지에 초점을 맞춰보기를 권한다. 이 감정들은 결코 통제한다고 통제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도 알려준다.

2장에는 구체적인 부정적인 감정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시기와 질투, 분노, 앙심, 경멸 등의 감정이 어떻게 찾아오고 이런 감정들 앞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알려준다.

오늘 아침에 자동차가 고장이 나서 긴급출동을 불렀다. 그리고 또 불렀다. 벌써 4번째였다. 무척 화가 났다. 아침부터 세운 계획이 있었는데, (이미 전에 긴급출동을 불렀을 때부터 계속 얘기했지만 남편은 답을 알면서도 해결하지 않았다. 어제 이야기했을 때, 출장나와서 배터리를 교체해 주는 업체가 있고 부름 바로 온다는 말을 했는데 결국 저녁 늦게나 온다는 말을 내가 아침에 몇 번의 잔소리를 한 후에 말했다.), 차 고장으로 전부 다 틀어졌다. 아이들의 소아과를 갔다 온 후 점심 식사를 하기로 했는데, 결국 배터리 교체 때문에 굶은 상태로 오후 1시 반이 넘어서야 겨우 뭔가를 먹을 수 있었다. 무척 화가 났다. 평소 같았으면 내 이런 감정을 꾹꾹 눌러 담아야 한다고 생각했겠지만, 책을 읽고 나니 내 분노가 정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오히려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내가 생각한 계획에 영향을 받아서 계획이 틀어진 것, 이미 몇 차례 이야기 한 내 말이 묵살된 것... 모두 내가 분노를 일으킬만한 상황이었다는 것을 인정하니 한결 마음이 가다듬어졌다.

오히려 통제하려고 하지 않고 인정하고, 이 감정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를 찾아보면 문제는 쉽게 해결된다. 부정적인 감정들을 눌러두고 무시했을 때 오히려 문제는 불거진다. 이런 감정들을 통해 내 삶이 좀 더 윤택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이제는 내 감정을 들여다보는 연습을 해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