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일본 식문화를 연구하는 문화 인류학자 메리 I. 화이트와 유럽 사상사 박사이자 음식 저널리스트 벤저민 A. 워개프트의 이 책은 이들의 관계만큼이나 흥미로운 내용들과 놀라운 사실들이 담겨있다. 참고로 이 두 저자는 모자 관계다.
어느 생물이나 음식은 생존의 제1 조건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하다. 과거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섭취하는 식재료들은 꾸준히 변화를 겪어왔고 앞으로도 겪어갈 것이다. 과거부터 있었다고 보이는 많은 식재료들이 파란만장한 변화를 겪는 데에는, 단연 인간의 욕구가 빠질 수 없다. 더 많은 음식을 소유하기 위한 인간의 욕심은 식재료의 개량이라는 식으로 나타났는데, 과연 그게 좋은 일이었을까?
농업을 시작으로 해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식생활은 어떤 변화를 겪어왔을까? 문화인류학의 관점에서 만나본 음식은 무척 낯설었다. 그리고 꽤나 흥미로웠다. 우선 첫 장부터 문화충격을 마주했다. 당연히 채집 사회에 비해 농경사회가 훨씬 발전된 사회였고, 많은 생산량을 비롯하여 모든 게 당연히 진보한 시대였을 거란 생각이 무참히 깨졌기 때문이다. 사실 농경사회의 섭취한 칼로리 보다 채집 사회 때가 훨씬 많았다는 것. 그랬기에 영양상태나 신체발달과 수명 등의 여러 면에서 채집 사회가 더 나았다는 것. 이 두 가지만 해도 흥미를 돋우기에 충분했다. 거기다가 노동시간 역시 채집 사회가 훨씬 적었단다. 만약 현대의 효율을 중시하는 관점에서 이 사회를 들여다본다면, 농경보다 채집에 더 포커스를 두고 생활해야 하지 않을까? 당연히 채집 사회를 그만두고 농경사회로 바꾸었다는 것 또한 사실이 아니다. 꽤 오랜 기간 이 두 사회는 공존했고, 조금씩 채집에서 농경으로 변화한 이유는 농경에 들이는 시간이 많아짐으로 채집을 포기해야 했을 거라는 설명이 꽤 신선했다.
이렇듯 다양한 문화인류학의 내용들이 각 식재료와 어우러져 책의 각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다.
5장에 등장한 음료의 트리오 커피, 초콜릿, 차역시 그렇다. 이 셋은 현재까지 대중에게 익히 알려진 음료들이지만, 시작은 일부 상류층의 전유물이었다. 또한 점점 대중에게 퍼지면서, 생산량을 위해 식민지를 비롯한 타국의 노동자들의 피눈물 나는 노동력이 들어갔다는 점에서 그 맛만큼이나 씁쓸함이 가득하다. 이와 함께 설탕의 이야기가 곁들여졌는데,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중세 후반까지는 설탕이 약으로 쓰였다고 한다. 설탕뿐 아니라 커피나 차, 초콜릿 모두 처음 알려졌을 때는 약 효과 있는 것으로 보였다는 사실도 네 제품의 공통점이라 할 수 있다. 이중 차의 경우, 중국 와 영국을 빼놓을 수 없는데 영국의 차가 대중화된 이유가 꽤 흥미로웠다. 사실 영국은 차보다는 커피가 음료의 우위에 있었지만 애프터눈 티라 알려진 홍차의 등장으로 둘의 우위는 바뀌게 된다. 그 이유는 차의 질이 떨어져도 함께 곁들이는 우유와 커피를 같이 마시면 차의 품질은 문제가 되지 않는데 비해, 질이 낮은 커피는 맛이 너무 진하고 써서 점점 배제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이에는 정치적 요소도 가미되어 있다. 영국의 식민지로부터 차를 공수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차의 가격이 낮아졌고, 점점 대중음료가 되었다는 것과 함께 과거 차를 마시는 것은 사교생활의 일부분으로 차를 잘 우리는 것이 어른이 됐음을 증명했다니 이 부분 또한 꽤 흥미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