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철학의 사서 중 한 권인 맹자. 상대적으로 논어는 여러 역자들의 책을 접했지만, 맹자는 처음이다. 기억에 남는 것이라면 성선설과 맹모삼천지교라는 내용밖에 없었는데, 드디어 만날 기회가 생겼다. 이 책은 대만의 만화가인 채지충이 만화로 그린 맹자인데, 맹자의 각 내용을 그림으로 표현한데다가 120페이지 분량이기에 부담 없이 읽어나갈 수 있다. 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 시리즈는 각 권마다 부제가 붙어있는데, 맹자의 부제는 난세의 철학이다. 같이 소장 중인 논어와 비교해도 분량 면에서 반 정도 밖에 안된다.
우선 맹자의 내용을 설명하기에 앞서, 페이지 분량으로 맹자라는 인물을 소개하고 있다. 그래도 꽤 인문학이나 철학에 대해 공부했다고 생각했는데, 시작부터 낯설었다. 맹자가 공자보다 100년 후에 태어났다는 것도, 공자로부터 사사한 적은 없지만, 공자의 제자로부터 배웠기에 자신 또한 공자의 제자와 다름없다고 여겼다. 맹자가 활동하던 시대는 전국시대의 7개 나라가 패권을 다투며 침략전쟁이 격화되어 혼란에 빠진 시기였다. 그런 시대에 맹자는 인의왕도의 덕치를 중심으로 자신의 철학을 정리하였고, 은퇴 후 제자들과 함께 정리하여 맹자 7편을 지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공자와 마찬가지로 맹자 역시 자신의 신념을 실제로 나라에 대입해 볼 수 없었다. 대부분의 나라들이 덕치보다는 패도를 따랐기 때문이다.
책의 시작은 바로 맹자의 어머니가 아들의 교육을 위해 세 번이나 이사한 이야기가 그려진다. 맹자가 훌륭한 신념을 갖추어나갈 수 있었던 것 역시 어머니의 교육철학 덕분이다. (안 좋게 본다면 치맛바람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자녀의 교육을 위해 헌신하는 어머니의 열심히 보자.) 맹자는 성선설로 알려져 있는데, 그래서인지 책 안에 그가 쓴 많은 글에 인간을 향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심심치 않게 보인다.
당연히 원전을 읽으면 좋겠지만, 우선은 전체적인 맥락이나 뜻을 이해하는 데는 만화로 보는 것도 부담 없이 좋을 것 같다. 우선은 만화로 보고, 원전으로 다시 보면 만화의 내용이 원전과 섞이면서 더 이해가 쉬울 것 같다. 맹자를 읽으면서 자기 계발서 같다는 생각이 드문드문 든다. 왜냐하면 책 내용 중 상당수가 자기 성찰에 관한 내용들이나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라는 내용들이 눈에 띄기 때문이다. 마치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 가 떠오른다. 한편으로는, 요즘 시대에 강조하는 나 중심의 철학과는 상반되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상대가 나를 막 대할 때 내가 과연 상대에게 어떤 행동을 했는지 돌아보라는 내용이 있었는데, 요즘은 그 반대로 생각하거나 그 사람을 내 인생에서 빼라는 조언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맹자를 읽으면서 우리의 현 상황을 목도하게 된다. 현재의 우리나라 역시 난세가 아닐까 싶다. 맹자는 권력의 근원은 백성에게 있음을 이야기한다. 우리의 헌법 제1조 제 2항에도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이야기한다. 맹자 때로부터 2,400년가량 흐른 현재도 맹자의 신념은 문장으로만 남아있지, 실제로 대입되지 않는 것 같아서 답답하다. 현재도 그런데, 과거에는 얼마나 맹자의 신념을 따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또한 든다. 그래서 여전히 맹자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책이 아닐까 싶다. 그저 지식으로만이 아닌, 실제 삶으로 증명하기 이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