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 물고기 - 다른 시선으로 보는 힘
폴린느 팡송 지음, 마갈리 르 위슈 그림, 윤여연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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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 중에 엉덩이 탐정이라는 캐릭터가 있다. 정말 얼굴이 엉덩이같이 생겼고, 사건을 해결하기 전에 뭔가 문제가 생겼을 때 입에서 악취(방귀로 보임)를 뿜어내서 주위를 질식하게 만든다. 처음 만화를 보고 뭐 이런 캐릭터가 있나 싶었다. 색부터 너무 엉덩이 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캐릭터의 생김새에 비해 사건을 꽤나 잘 해결하고 목소리 톤이나 분위기가 까불 캐릭터보다는 진중한 이미지가 강해서 꽤나 기억에 오래 남아있다. 그러다 보니 아이가 처음 본 영화도 하필 엉덩이 탐정 극장판이었다. 원래 아이들은 방귀나 똥, 엉덩이 같은 걸 좋아하긴 하니 그런 면에서 아이들의 니즈가 잘 맞아떨어졌겠다 싶기도 하다.

이 책 역시 주인공은 엉덩이를 닮은 물고기다. 제목도 엉덩이 물고기라서 엉덩이 탐정처럼 별도의 이름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름이 있다. 무려 다미앵이다. 근데, 책 안에서는 다미앵 이라는 이름은 몇 번 안 나온다. 아마 엉덩이 물고기가 더 이해도 빠르고, 익숙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한편으로는 안쓰럽기도 하다. (주인공인 책에서도 엉덩이 물고기로 정해져있기 때문이다.) 핑크색의 엉덩이를 닮은 물고기 다미앵은 생김새 때문에 여러모로 불편하다. 무엇을 해도 얼굴로만 집중이 되기 때문이다. 당황한 다미앵은 입으로 뿌우웅 하는 방귀소리를 낸다. 그런 다미앵에 모습을 본 친구들은 모드 깔깔 웃으며 계속해보라고 부축인다. 하지만, 다미앵은 즐겁지 않았다. 다미앵은 평범해지고 싶었다. 그래서 깊은 바다로 떠나기로 결심한다. 깊이깊이 내려가니 처음 보는 모습의 물고기들을 만나게 된다. 비행기 모양, 점박이, 톱 모양 물고기도 있다. 더 깊이 내려가니 손전등, 스패너, 깔때기 모양의 물고기도 있다. 그리고 치즈 물고기도 만났다. 치즈 물고기의 생김새는 정말 치즈를 닮았다. 치즈 물고기의 이름은 바로 스티븐이다.

다미앵이 보기에 스티븐은 진짜 치즈를 닮아서 자신보다 더 이상하게 보였다. 하지만 스티븐은 자신의 외모에 대해 불만이 없는 것 같았다. 스티븐과 친구가 된 다미앵. 스티븐이 가지고 있는 멋진 재능들을 보며 점차 스티븐의 얼굴이 아닌 스티븐 자체가 좋아진다. 그러던 중 갑자기 큰 그물이 내려와 다미앵과 스티븐은 꼼짝없이 잡히고 마는데...

우리가 못생겼다고 이야기하는 모 개그맨들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의외로 그들은 자신의 얼굴에 불만을 가지지 않았다. 이 정도면 잘 생긴 거 아니냐는 그들의 말에 인터뷰를 진행한 사람도, 그 인터뷰를 본 나도 꽤나 놀랐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그런 자신감이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다.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면 안 된다는 말을 참 많이 듣는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그 말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다미앵 역시 자신의 튀는 외모 때문에 살던 곳을 떠날 결심을 한다. 자신도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았으면서도, 막상 자신 역시 타인의 얼굴을 판단하는 실수를 범하기도 한다. 다행이라면 스티븐과의 만남과 여러 경험들이 그런 다미앵의 생각과 마음을 변화시켰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미앵은 자신을 다른 관점과 생각에서 볼 줄 아는 눈을 배우게 된다. 피식 웃으며 읽기 시작한 엉덩이 물고기 속에서 정말 소중한 가치관을 배우게 된다. 내 스스로 나를 바라보는 눈을 변화시키고, 그 렌즈로 주변을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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