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비율의 인연 - 얼굴이 최고의 스펙
이시다 가호 지음, 민경욱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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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한 일개 인간임에도 우리는 염라대왕이라도 되는 양 타인의 운명을 컨베이어 벨트에 올려놓고 결정한다.

우리의 불가 판정이 우리 생각보다 깊은 영향을 상대에게 준다는 것.

좋은 영향도 나쁜 영향도 있겠으나 인간이 인간을 심판한다는 압박감은

여러 해 경험해도 내게는 이질적이기만 했다.

p. 85

전 회사에서 신입사원 면접을 본 적이 있다. 나에게 결정권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실무자이자 선임이었기에 간략하게 관련 직종에 대한 지식이 어느 정도인 지 파악하는 정도였긴 했지만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서가 부서인지라, 면접을 보러 온 취준생들을 안내하고 면접 후 합격자에게 연락을 하고 입사서류를 받는 일부터 퇴사까지의 일련의 일을 다 맡아서 했기에 주인공 오노가 했던 일이 머릿속으로 그려졌다.

(주)K엔지니어링 인사부 대졸 신입 채용팀에 속해있는 오노. 벌써 이 부서에 들어온 지 10년이 넘었다. 팀장인 오타와 팀원인 나카무라 그리고 오노까지 3명이 바로 대졸 신입 채용팀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들의 일은 인사 공고를 내고 지원자들을 받고, 그들이 낸 서류와 면접을 통해 신입 사원을 채용하는 것까지의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나름 인사부 하면 꽤 힘이 있는 부서라고 보이는데, 책 속 기업은 아닌가 보다. 아니, 잘나가는 프로세스부에 소속되어 있던 오노가 갑작스러운 일에 휘말려 인사부로 좌천된 상황이기에 더 그렇게 그렸을 지도 모르겠다. 회사의 챗봇 마도카가 외부에 노출이 되었는데, 캐릭터가 하고 있는 차림이 좀 많이 시원(?) 했다. 하필 그걸 목격한 사람이 공무원이었다는 사실. 상황을 넘기기 위해 했던 말이 올무가 된 데다가, 홍보부의 대응 또한 문제가 되면서 이 일은 큰 이슈가 된다. 결국 오노는 밀고자가 되어 하던 업무에서 배제되고, 인사부 대졸 신입 채용팀으로 보내진다. 이 상황에 화가 난 오노는 나름의 회사를 향한 복수의 칼날을 갈기 시작한다.

회사에 피해를 줄 만한 사람을 뽑기로 한 것이다. 근데 그게 어디 대놓고 표현이 되는 것인가? 고민을 거듭하던 오노는 여러 번의 경험 끝에 자신만의 채용 방법을 마련한다. 바로 얼굴의 황금비율로! 즉, 외모로 직원을 뽑는 것이다. 의외로 그렇게 뽑은 직원들은 남자와 여자의 비율도 희한하게 딱 맞아떨어졌다.

한편, 같은 팀원인 나카무라는 남자는 Q대 출신, 여자는 해외 유학 경험이 있는 사람을 선호했다. 이유는 지극히 개인적이다. 본인이 Q대 출신이었고, 어학실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보통 나카무라가 합격자를 추려 먼저 이야기한다. 반면, 오타는 나카무라가 추천한 사람을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결국 최종 결정은 오노의 손에 주어진다. 오노는 어디까지는 "외모"를 기준으로 결정을 하는데, 의외로 오노가 이렇게 뽑는다는 사실을 오타는 전혀 상상도 못한다.

그렇다면 왜 오노는 외모로 뽑은 직원이 회사에 피해를 준다고 생각한 걸까? 오노는 회사에 피해를 주려면 이직률이 높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상대적으로 외모가 괜찮은 직원들은 쉽게 이직이 가능해 보였다. 자연히 뭔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직이 잘 되는 그들은 회사를 쉽게 저버린다. 오노는 그렇기에 외모로 직원을 뽑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오노의 생각이 빛을 발하긴 했지만, 눈물로 호소하는 취준생을 마주한 후 오노는 진지하게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거기에 탈락한 취준생을 다독이며 오타가 사용한 "인연"이라는 단어를 들은 후로 그 단어가 머릿속에 자리 잡기도 한다.

과연 오노는 처음의 생각대로 회사에 피해를 주는 일에 성공할 수 있을까?

생각보다 싱겁게 이야기가 마무리되긴 했지만, 글쎄... 오노가 벌인 일이지만, 결실을 보기까지 10여 년 넘게 그 일을 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단지 복수를 위해서 이 일을 하기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거 아니었을까? 그럼에도 꾸준히 복수를 성실하게 해내는 오노의 모습이 또 다른 흥미를 자아냈던 것 같다. 복수를 위한 일이라고 하기엔 너무 열심히 했으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 오노는 좋은 직원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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