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아저씨 책고래마을 53
한담희 지음 / 책고래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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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도 내용도 아이보다는 어른을 위한 동화 같다. 초반에 몇 장은 삽화만 있고, 내용이 없어서 적잖이 당황했다. 오히려 아이들이라면 해당 삽화를 보면서 자신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쳐가며 내용을 만들어갈 텐데, 역시 나는 상상력이 소진된 어른인가 보다. 다행히 두세 장을 넘기고 나니 글 밥이 한 줄씩 등장한다. 덕분에 글을 토대로 바닥난 상상력을 털어 넣어본다.

별을 심는 아저씨는 통에 모아둔 별 씨앗을 가지고 나간다. 땅을 파고 별 씨앗을 심어본다. 씨앗을 심을 때 중요한 것은 별 씨앗과 함께 햇빛 한 줌과 달빛 한 줌 그리고 은하수를 충분히 줘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도 씨앗을 심을 때 충분한 물과 햇빛이 필요한 것처럼, 별 아저씨도 별 씨앗을 심을 때 똑같이 햇빛과 은하수를 준다.) 그와 함께 별 아저씨의 정성이 필요하다. 별은 특히 어두운 밤에 환하게 빛난다. 그러려면, 빛은 멀리, 어둠은 좀 더 가까이 끌어와야 한다. 별 아저씨는 어둠을 가깝게 끌어온다.


별 씨앗을 심고 싹이 나려면 얼마나 걸릴까? 그리고 별 씨앗은 어떻게 열매를 맺을까? 책을 읽는 사이 궁금함이 점점 커진다. 씨앗이 싹을 틔우려면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별 씨앗 역시 그렇다. 그저 막막한 기다림뿐 아니라, 고통스러운 시간과 어려움을 이겨내야 비로소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맞이할 수 있다. 무엇이든 소중한 것을 얻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희생이 필요할 터. 별 아저씨에게도 그 시간은 쉽지 않았다. 그렇게 소중하게 거둔 별 열매들을 별 아저씨는 어떻게 할까? 별 아저씨가 별을 거둔 후가 너무 궁금했다. 그저 병에 가득 담아서 모아두고 모아둘까?

책을 읽으며 마음이 따뜻해졌다. 별빛이 필요한 곳으로 힘들게 거둔 별 열매를 나눠주는 별 아저씨. 그의 수고가 어두운 곳에 빛으로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이 별 만큼이나 따뜻하다. 과연 나는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별 아저씨의 마음을 닮은, 마음을 담은 별빛들은 자신이 꼭 필요한 자리로 향한다. 책을 읽으며 내 삶을 대입해 보았다. 우리 아이들, 내게 주어진 일과 가정, 직장과 공동체 속에서의 내 모습은 어떨까? 나는 별 아저씨처럼 내가 소중하게, 희생하며 거둔 것을 나눠주는 데 참 인색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중한 것을 아낌없이 나눈 별 아저씨의 표정은 꼭 책을 통해 직접 마주하길 바란다. 그 어떤 미소보다 아름다운 그 미소를 별빛만큼이나 가슴에 품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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