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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의 참새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7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평점 :

스티븐 왕과 모드 황후 사이의 전쟁이 계속되는 1140년. 여느 때처럼 슈루즈베리 성의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에서는 새벽 기도가 드려지고 있었다. 하지만 기도를 방해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그 소리는 점점 가까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잠기지 않은 거대한 문짝이 갑자기 열리더니, 한 남자가 본당 안으로 불쑥 들어온다. 그리고 그와 함께 수십 명의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서쪽 문으로 몰려들었고, 그들은 쓰러진 남자를 때린다. 라둘푸스 수도원장이 그런 그들을 향해 소리를 지른다. 성소 안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화가 난 것이다. 수도원장의 말에 무리는 상황을 멈추고, 그들 앞에 선 대니얼이라는 이름의 한 청년은 쓰러진 남자(릴리윈)이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고 금고 속 물건을 도둑질을 해갔기에 도망치는 그를 잡으려고 이곳까지 왔다는 말을 한다. 하지만 릴리윈은 자신의 혐의를 극구 부인한다. 성역 안으로 피한 릴리윈을 우선 보호하기로 한 원장은 그들에게 다음 날 정식으로 사건을 접수할 관원이나 시장과 같이 오라는 말로 그들을 돌려보낸다. (그러고 보니 이때부터 현재까지도 종교시설은 성역으로 인정을 받는가보다. 우리나라에서도 과거 명동성당으로 몸을 피한 사람들에 대해 사법부 등이 강제집행을 할 수 없었던 걸 보면 말이다.)
릴리윈은 고아로 자랐는데, 자신이 가진 재주를 통해 밥벌이를 하고 사는 불쌍한 청년이었다. 그날은 금세공장인 윌터 아우리파버의 아들인 대니얼의 결혼식 날이었다. 묘기와 노래를 한 대가로 3페니를 받기로 한 릴리윈은 공연 중 술 취한 청년들에게 밀려 사기 주전자를 깨뜨리게 되었고, 그 주전자는 대니얼의 할머니인 줄리아나 부인이 아끼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릴리윈은 3페니 중 1페니만 받고 쫓겨나게 된다. 숲속 풀밭에서 잠을 자던 릴리윈은 큰 소리를 듣는데, 이들은 릴리윈이 1페니만 받고 쫓겨난 것에 앙심을 품고 윌터를 죽이고(실제로는 죽지 않았다.) 금고를 털어갔다고 생각한 것이다. 릴리윈을 치료하던 캐드펠 수사는 그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에 대한 증거가 필요한 참이었다. 그러던 중, 줄리아나 부인이 캐드펠 수사의 도움을 요청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된다. 실제 사건이 일어난 장소에 가서 직접 사건을 조사하고 싶었던 차에 좋은 기회였던 것이다.
준비해온 약을 노부인에게 건넨 캐드펠 수사는 딸인 수재나를 비롯해서 하녀 래닐트, 이웃인 볼드윈 페치 등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사건을 파악하기 시작한다. 볼드윈 페치는 예상치 못한 새신랑 대니얼의 불륜을 이야기하는가 하면, 하녀인 래닐트는 릴리윈이 범인이 아니라고 굳게 믿는 마음을 보인다. (그 마음은 신뢰 이상이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자신과 비슷한 키의 사람이 남기고 간 피딱지를 발견하게 되는 캐드펠은 당혹스럽다. 그러던 중 이웃인 볼드윈 페치가 익사한 채로 발견되는데...
이번 작품을 읽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도둑으로 몰려 모두에게 지탄을 받는 릴리윈을 향한 캐드펠 수사의 마음이었다. 남들이 손가락질하는, 가진 것 없는 그를 향해 색안경을 끼는 게 아니라 사건을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하면서 자신의 추리의 확신이 들자 그를 변호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기 때문이다. 한편, 자신의 죄를 철저히 감추고 모략과 분탕질로 감추고자 하는 가진 자들의 모습이 비교되어 등장해서 더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캐드펠 수사는 이번에도 사건을 제대로 해결한다. 그의 능력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다음 편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