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나라 일본도 그렇고, 우리나라도 촉법소년 범죄에 대한 사건들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원래 법의 취지는 미성년자들은 판단도, 생각도 미성숙하니 잘못된 판단에 대해 교화될 여지를 주자는 것이었겠지만, 글쎄... 그를 교묘히 이용하는 촉법소년들이 생기다 보니 정말 이대로 두는 게 맞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서울 경찰청 강력 범죄 수사대의 조민준 팀장은 현재 용의자 이남기를 취조하고 있다. 우수그룹 회장의 손자인 재벌 3세 이남기는 술집 여종업원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의 전적은 화려했다. 대학생 시절 유학 중 마약 투약 혐의부터 시작해서, 폭행 등의 사건을 저질렀지만 돈 많은 재벌 3세이기에 늘 유유히 풀려난다. 이번에도 그는 그럴 거라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민준은 그런 그의 속내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가 예민했던 부분을 건드려 감정을 흩트려놓는다. 결국 자신의 입으로 자백을 하고 마는 남기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다.
그리고 그에게 배당된 사건은, 연쇄살인의 낌새가 느껴지는 사건이었다. 그것도 미성년자 살인사건. 구로와 강남 그리고 이번에 발견된 시신은 양주였다. 이들 사이의 공통점이라고는 중2라는 것 밖에는 드러난 것이 없다. 미성년자 사건을 여러 번 해결한 적 있는 민준이기에, 이번에도 광수대 대장인 현승주 경무관은 사건을 민준의 팀에 배당한다.
한편, 유튜버 이슈킹(주성호)은 발신번호 표시가 없는 전화를 한통 받는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사건에 대해 제보를 할 테니, 그대로 방송에 노출시켜 달라는 전화였다. 자극적인 사건 위주로 올려도, 조회 수가 오르지 않아 답답하던 이슈킹은 전화를 통해 걸려온 내용을 그대로 노출시킨다. 바로 민준이 조사하고 있는 미성년자 살인사건에 관한 것이었다. 이미 살해된 김민수, 강형민, 김서희에 이어 범인은 조만간 박수호를 납치할 거라는 예고까지 한다.
그리고 밝혀진 이들 사이의 접점. 김민수, 강형민, 김서희, 박수호 그리고 도윤호는 과거 같은 반에 재학 중인 김하민에게 폭력을 저질러 아이를 죽게 만들었지만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처벌을 받지 않았다. 사건을 계기로, 민수와 형민, 서희와 윤호는 전학을 가지만 수호는 소위 "사"짜 집안이어서 전학도 가지 않았다. 문제는, 이 사건을 저지르기에는 하민의 가정이 너무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아버지는 오래전 사망했고, 어머니는 폐암 말기로 3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상태다. 그리고 하민의 동생인 하윤은 아직 중학교 1학년 밖에 안된 아이였다. 범인의 정체가 오리무중에 빠진 상태에서 결국 수호는 납치를 당한다. 이슈킹 뿐 아니라 앞의 사건으로 살해당한 아이들이 경찰대학 치안대학원 교수이자, 청소년 심리 상담 센터를 운영하는 윤민우 교수에게 상담을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리고 범인은 이번에는 윤민우 교수에게 전화를 거는데...
중반부에 범인이 누군지 밝혀진다. 하지만 범인과 사건과 접점이 없을뿐더러, 하민이처럼 경계성 장애를 앓고 있어 실제 IQ가 70 밖에 안된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범인 말고 사건을 조정하는 공범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들은 주변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과연 사건의 배후에 있는 조정자는 누구일까?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이루어진다. 끝까지 자신의 죄를 뉘우치지 않은 수호의 발언에 나 또한 치가 떨렸다. 그렇다고 살인이 정당화될 수 있을까? 법망을 벗어나 버젓하게 죗값도 받지 않고 살고 있는, 촉법소년이기에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면죄부가 있다는 잘못된 생각을 가진 아이들. 과연 그 아이들은 어쩌다가 그런 모습의 괴물이 되었던 것일까?
흥미로웠던 것은 사건을 해결해 가는 형사 또한 과거의 그런 일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그는 소시오패스로 보인다. 타인의 감정에 공감할 줄 몰랐기 때문이다. 과거 사건을 저지른 후, 그는 자신의 그런 성향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조용히 공부하고 배운 대로 생각한다. 그런 그가 이 사건을 풀어가면서 조금씩 변화된다. 동료들의 사고에 울분을 느끼고,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면죄부를 받은 것처럼 행동하는 수호에게 큰 분노를 느끼니 말이다. 그의 변화는 긍정적이라 할 수 있지만, 과연 이 사건은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읽을수록 답답함이 느껴졌다. 현실을 너무 닮아있는 사건과 그 결말이 씁쓸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