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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거리던 눈빛에 칼날이 보일 때
김진성 지음 / 델피노 / 2024년 9월
평점 :
음주 운전을 했던 모 연예인에게 징역형이 구형되었다는 뉴스를 접했다. 음주 운전에 대한 처벌이 약해서일까? 심심치 않게 음주 운전에 대한 기사를 접하게 된다. 바로 이 작품 비틀거리던 눈빛에 칼날이 보일 때는 바로 음주 운전으로 가족을 잃은 주인공들의 이야기다. 비틀거리던 눈빛은 바로 과음으로 인해 만취한 사람들을 말하는 것일 테다.
강신기업교육센터 소속의 유정인은 오늘도 알모사 10을 들고 강의에 들어간다. 법정의무교육을 핑계로 그는 아직 시판되지 않은 알모사 10을 홍보한다. 특이한 것은 정인이 말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수화와 핸드폰에서 나오는 소리로 강의를 진행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한다. 하지만 정인의 영업실적은 0이다. 급기야 영업소장에게 술자리나 회식 같은 곳으로 강의 자리를 마련해달라고 요청한다. 왜냐하면 알모사 10은 숙취해소제로, 마시면 10분 안에 알코올 농도가 내려간다. 숙취는 남지만, 음주 측정은 피해 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아직 판매가 개시된 제품이 아니기에, 이런 정인의 홍보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는 사람들. 그날은 정 나노테크놀이라는 회사의 회식자리이자 교육 자리였다. 교육을 마치고 알모사 10을 꺼냈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불쾌했다. 쫓겨나듯 자리를 나온 정인은 알모사 10 샘플을 두고 나온다. 그로부터 얼마 후, 정 나노테크놀의 정인환 대표에게 연락이 온다. 음주 측정에 걸려서 급하게 알모사 10을 마셨는데, 정말 알코올 농도가 0이 되어 넘어갔다는 말과 함께 2박스를 주문하고 싶다는 연락이었다. 그렇게 정 대표의 소개를 통해 알모사 10은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한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와 둘이 사는 김민준은 얼마 전, 대기업인 상지 전자에 입사했다. 신이 난 아버지는 친구들과의 술자리에 아들을 부른다. 하지만 그날이 아버지와 함께 한 마지막 날이 될 줄이야! 술에 취한 운전자가 갑자기 건물로 들어서서 서있던 민준의 아버지를 친다. 민준의 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사망한다. 술 냄새가 무척 났지만, 이상하게 알코올 농도는 0 이었다. 교묘히 현장을 빠져나가는 인환이 정 나노테크놀 대표라는 사실을 알게 된 민준은 자신만의 복수를 시작한다. 그리고 인환이 알모사 10을 마셨다는 사실까지 알게 된 민준은 유일한 알모사 10의 영업사원인 정인을 찾기 시작하는데...
대장암으로 투병 중이던 엄마와 동생인 정윤, 그리고 아버지까지 마지막으로 간 제주여행에서 만취한 운전자에 의해 세 가족은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는다. 과학자였던 정인은 그렇게 홀로 남겨진다. 장례식장으로 한 남자가 그를 찾아온다. 그는 정윤이 다녔던 직장이자 새순결장막회라는 곳의 소장이라고 하며 명함을 한 장 두고 간다. 장례를 치른 후, 정인은 새순결장막회로 소장을 찾아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정인은 알모사 10이라는 제품을 홍보하는 영업사원이 된다. 가족을 잃은 정인에게 일을 주는 이유가 동생 정윤의 가족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비서는 왜 이 탁월한 제품의 홍보를 오로지 정인에게만 할 수 있게 해준 것일까? 그것도 음주운전자에 의해 온 가족을 잃은 정인에게 말이다.
음주 운전으로 온 가족을 잃은 정인이 만취 상태에서도 10분이 지나면 알코올 농도가 휘발되어 측정을 해도 0이 되는 약을 파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 약은 바로 음주 운전을 부추기는 약이라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이 약을 제조한 새순결장막회 역시 하필 정인에게(정윤과 가족들이 어떻게 사망했는지 뻔히 알면서도)만 판매할 수 있는 독점권을 준 것일까도 궁금한 대목이었다. 물론 이 모든 진실이 마지막에 드러난다. 복수와 돈. 과연 누가 진짜 승자라고 볼 수 있을까? 정인의 마지막 말이 머리를 맴돌며 울컥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