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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 같은 인생
MOH 지음 / 경향BP / 2024년 9월
평점 :
요즘 짤이나 짧은 쇼트 영상이 인기가 많다.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단 한 장면으로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기에 인기가 많은 것 같다. 짤 같은 인생 안에는 그런 짤 들이 참 많이 등장한다. 누구나 한 번 즈음 경험해 봤을법한 상황들이 여럿 나오는데,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고 또 다른 느낌을 받는 장면도 있다. 무엇보다 짧은 페이지지만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자 묘미가 아닐까 싶다.
반려동물과의 일이나 가족과의 일도 있지만, 대부분의 페이지는 회사에서의 일이다. 하필 내가 이 책을 읽고 있는 때는 월요일 출근시간 지하철 안이었다. 두 아이를 등교. 등원 시킨 후 종종걸음으로 지하철을 탔는데, 오호라! 얼마 안 돼서 자리가 생겼다. 덕분에 너무 편하게 짤을 감상할 수 있었다. 월화수목금금금을 살고 있는 워킹맘인지라, 월요일 아침은 늘 연차 고민에 시달린다.(다행히 입사한 지 오래되지 않아서 퇴사를 고민할 상황은 아니다. 단지 월요일이 너무 힘들 뿐...) 책 안에는 각종 윗 사람들에게 시달리는 사원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나도 경험했던 퇴근 30분 전 일 던지는 상사를 비롯해서 후배의 아이디어를 갈취하는 선임, 입에 가시가 돋친 듯 싸우자는 투로 말을 건네는 상사 등 누가 봐도 뒤통수를 때리고 싶은(책 안에는 더 다양하고, 더 끔찍한 방법으로) 복수가 벌어진다. 물론 상상 속의 이야기지만 그래도 나름 속이 후련하긴 하다.
그 밖에도 20대와 30대의 체력 지수를 표와 그림으로 표현한 짤도 재미있었다. 이젠 30대 체력도 안되는 40대에 접어들었기에 둘 다 그저 귀엽(?) 기만하다. 20대는 체력과 시간은 있는데 돈이 없지만, 30대는 돈은 있지만 체력이 안된다는 짤은 아마 이 시대를 보낸 누구라도 공감할 만하다.
그중 내가 제일 공감하고 박수를 쳤던 내용은 바로 버스정류장 편이었다. 하... 진짜... 눈물 난다. 나도 이런 경험 진짜 많아서 그럴 거다. nn년차 뚜벅이 직장인인지라 버스와 지하철을 매일같이 이용한다. 막 버스를 놓치고 나서 오랜 시간을 기다렸다. 내가 1번이니까, 요금을 내자마자 빈자리에 바로 착석! 할 수 있겠지라는 꿈에 부풀어 버티고 버텼는데 드디어 버스가 보인다. 근데... 왜 내 앞이 아닌 다른 데에 서는 거니... 내가 기다린 시간은 물거품이 되고, 자리 또한 물거품이 된다. 아마 이 상황을 실제로 겪어본 사람이라면 정말 공감 갈 것이다.
책 안에 모든 이야기에 이런 반응을 하진 못했지만(성별의 탓도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상당수 고개가 끄덕여지고, 피식 웃음도 나고, 때론 눈물이 핑 돌기도 한다. 덕분에 월요일 출근길이 덜 힘들고, 힘이 났던 것 같다. 만화 형식인지라 휘리릭~넘어가는 탓에 조금 아쉽기도 하다. 또 다른 짤로 후속편을 만나면 좋겠다. 오늘도 월요일을 불태우는 직장인들이여 파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