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태양의 저주
김정금 지음 / 델피노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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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가 인류 전체를 위협하고 있소.

인간은 로봇과는 달리 자신의 생존이 위협받게 되면 공격성을 드러내는 법이오.

지금, 이 순간에도 인간은 서로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잖소.”

2056년 온 세계는 기후 재앙으로 끔찍한 지경에 이른다. 이미 녹아버린 빙하로 인해 바닷속으로 가라앉은 나라도 상당수가 되다 보니, 그로 인한 난민들을 받아들여주는 나라와 난민 입국을 불허하는 나라가 생겨난다. 그러던 차에, 코로나 이후 계속되는 전염병은 또 다른 바이러스로 진화하고 공격성을 심하게 지닌 검게 탄 피부에 빨간 눈을 가진 좀비들이 대한민국 곳곳을 점령하게 된다.

한 아파트에서 한 남자가 깨어난다. 머리가 아프지만, 아무런 기억이 없다. 그나마 로봇 폴리에 대한 기억은 남아있는 터라, 폴리를 불러 현 상황을 확인한 남자는 자신이 한 달 만에 깨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AI 개발자인 박기범 박사. 그는 우선 자신을 수술했던 윤 박사를 통해 자신의 상태에 대해 듣게 된다. 아내인 고영희는 어디로 간 것일까? 그때 연결된 전화에서 영희는 미국에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하지만 좀비들의 창궐로 현재 모든 교통수단들은 멈춰있는 상태다. 미국으로 건너가기 위해서 현재 다니는 유일한 교통수단은 부산에서 후쿠오카로 출발하는 배뿐인지라, 기범은 그 배를 타고 가기로 한다.

뇌 수술을 받은 기범은 자신의 연구가 성공했는지를 알고 싶었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AI 네트워크를 연결해 보지만, 계속 실패를 거듭하고, 함께 연구한 세계 각국의 연구진의 도움을 요청하지만 기범의 쪽지에 답을 주는 사람은 없다. 결국 자신의 차에 있는 USB를 가지러 주차장으로 내려갔다가 한무리의 좀비 떼어를 보고 겨우 도망쳐 나온다. 그리고 그날 밤. 기범이 사는 아파트에 온라인 주민 회의가 열리게 된다. 자신이 문을 열어서 좀비가 들어온 사실이 알려지는 것이 탐탁지 않아서 전전긍긍하던 차에, 아파트 보안요원이라는 사람으로부터 같이 미국으로 떠나자는 연락을 받게 된다. 하지만 하루하루 지날수록 같이 떠날 사람들이 늘어난다. 이유는 좀비로부터 도망치는 데 도움을 받기 위해서란다. 나이 많은 노인과 챔피언, 아이와 아이 엄마까지 총 6명은 겨우 아파트를 벗어나 부산으로 향하지만 가는 길이 결코 순탄하지 않다.

대한민국은 이미 출생률의 감소로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 좀비 떼어의 등장으로 사망률이 출생류를 훨씬 앞지르는 상황이 된다. 이 와중에 미국 대통령 대니얼은 미군을 철수하겠다는 뜻을 김성혁 대통령에게 밝힌다. 그리고 대한민국이 가지고 있는 무기와 군인들을 넘기면 대한민국 국민이 미국으로 건너오는 것을 수용하겠다고 한다. 물론, 그들과 함께 박기범 박사가 같이 입국하는 조건으로 말이다.

한편, 부산으로 출발한 이들은 일본의 화산 폭발과 지진, 쓰나미 등으로 유일한 배편이 취소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보안요원이라 말했던 김승만은 사실 한국항공 민항기 조종사로 180여 명이 항공기를 타고 미국으로 갈 것이라는 이야기를 무리에게 전한다. 하지만 민항기를 훔치는 것이 탐탁지 않았던 기범과 전직 국방부장관 출신인 노인 정창수는 배를 타고 일본으로 건너가기로 하지만, 폭풍우 속에서 김승만과 세계적인 프로그래머 마크툽 김지섭의 도움으로 겨우 목숨을 건진다. 결국 이들은 함께 비행기를 타기로 결심하지만, 좀비 떼어의 출현으로 이들의 이동은 큰 어려움에 직면하는데...

“얻는 거? 우리가 지금 뭘 얻으려고 이러는 줄 알아?

당신들이 1년 365일 틀어놓는 에어컨 때문에 지구는 점점 더 뜨거워졌어.

일자리를 잃은 내 가족들은 전기 요금을 감당할 수 없어 에어컨도 켜지 못하고 뜨거운 태양에 익어갔고 말이야.

하루만이라도 시원한 곳에서 푹 잘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매일 밤 기도했지만, 우리의 간절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매일 밤 40도가 넘는 열대야가 계속됐어.

낮이고 밤이고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뜨거워서 잠도 제대로 잘 수 없는 우리들의 처지를 당신들이 아느냐고!

우리가 얻고 싶은 건, 그저 사람답게 사는 거… 그냥 삶뿐이야.”

사실 책을 읽을수록 이 모든 상황의 진실이 밝혀진다. 인과응보라는 말 밖에는 달리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없다. 올여름도 에어컨 없이는 살 수 없을 정도의 폭염과 열대야가 지속되었다. 나 역시 집에 들어가서 나올 때까지 에어컨을 계속 켜고 살았으니 말이다. 이들의 울부짖음 앞에서, 50도가 넘는 평균기온 속에서 결국 끔찍한 재앙을 마주한 우리의 모습이 그저 소설 속 한 장면으로 치부하기에는 씁쓸함을 자아낸다.


"기후변화가 인류 전체를 위협하고 있소.

인간은 로봇과는 달리 자신의 생존이 위협받게 되면 공격성을 드러내는 법이오.

지금, 이 순간에도 인간은 서로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잖소."

"얻는 거? 우리가 지금 뭘 얻으려고 이러는 줄 알아?

당신들이 1년 365일 틀어놓는 에어컨 때문에 지구는 점점 더 뜨거워졌어.

일자리를 잃은 내 가족들은 전기 요금을 감당할 수 없어 에어컨도 켜지 못하고 뜨거운 태양에 익어갔고 말이야.

하루만이라도 시원한 곳에서 푹 잘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매일 밤 기도했지만, 우리의 간절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매일 밤 40도가 넘는 열대야가 계속됐어.

낮이고 밤이고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뜨거워서 잠도 제대로 잘 수 없는 우리들의 처지를 당신들이 아느냐고!

우리가 얻고 싶은 건, 그저 사람답게 사는 거… 그냥 삶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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