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자일스의 나환자 캐드펠 수사 시리즈 5
엘리스 피터스 지음, 이창남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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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다섯 번째 책은 세인트자일스의 나환자다. 나환자는 나병, 즉 한센병을 말한다. 성경 시대에 나병은 신의 저주를 받은 걸 의미해 마을에서 떨어져 나와 별도의 구역에 살아야 했는데, 이 시대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한센병 환자를 보고 재수가 없다고 표현하는 걸 보면 말이다. 지금이야 예방약과 조기 완치 등 치료약이 개발되었지만, 우리나라에도 한센병 환자들이 모여 사는 곳(소록도)이 있었다.



조수였던 마크 수사가 한센병 환자들을 돌보기 위해 자원해서 1년간 세인트자일스 병원으로 자리를 옮긴다. 마크 수사에게 가져다줄 약을 챙기는 캐드펠 수사는 뭔가 불안함을 떨칠 수 없었다. 좋지 않은 예감은 왜 그렇게 잘 들어맞는 것일까? 약을 챙겨 마크 수사를 만나던 중, 한 무리의 행렬을 마주하게 된다. 수도원에서 예식을 치를 혼례 행렬이었다. 60이 가까운 나이의 휴언 드 돔빌 남작이 신랑이었는데, 그는 자신의 앞을 막고 있는 나환자에게 채찍을 휘두르며 난폭하게 굴었다. 그리고 이후 지나가는 신부는 신랑의 손주 뻘 밖에 안되는 여인으로 이베타 드 마사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이렇게 나이가 많은 결혼을 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신랑의 돕는 역할로 수도원에 온 조슬린 루시를 비롯한 3명의 남성들의 이야기가 의미심장하다. 그중 조슬린은 이베타와 연인관계였다. 왜 이베타는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나이 많은 남작과 결혼을 하려는 것일까?



이베타의 삼촌인 고드프리드 피카르 경과 숙모인 애그니스 피카르는 걱정이 앞섰다. 이제 내일이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이베타를 결혼시키는데, 이베타가 허튼짓을 해서 결혼식을 망칠까 봐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이미 사방에서 보초를 서고 있는 수도원 안에 있기에 고드프리드는 걱정이 없다고 이야기하지만, 애그니스는 찜찜함을 버릴 수 없었다.



조수인 오스윈 수사는 여기저기 비는 구석이 많다. 이번에도 뜨거운 솥을 찬물에 넣어서 솥이 깨지는 바람에 애써 만든 약재를 다 버리게 생겼다. 오히려 솥이 깨진 걸 알았냐는 물음으로 캐드펠 수사를 당황하게 만드는 오스윈 수사 덕분에 캐드펠 수사는 늦은 시간까지 작업장에서 야근을 해야 했다. 그리고 그의 야근 덕분에 둘이 밀회를 나누는 장면을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결혼식을 앞두고 소란이 인다. 조슬린과 돔빌 남작 사이의 일이었는데, 돔빌 남작은 결혼식을 위해 준비한 목걸이를 조슬린이 훔쳐 갔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목걸이가 조슬린에게서 나온다. 그렇게 전날 밤 신랑인 돔빌남작이 살해된 채 발견되는데...



처음부터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애정 없는 결혼이 진행된다. 이번에도 사건 전에 등장인물들을 마주했던 캐드펠 수사이기에, 사건을 풀어나가는 역할을 감당한다. 그리고 나병환자이자 남작의 채찍을 맞았던 라자루스 노인의 이미지가 처음부터 캐드펠을 통해 인상 깊게 남았었는데, 역시나 그의 정체가 밝혀지는 것이 흥미를 자아냈던 것 같다.



이렇게 5권의 캐드펠 수사 시리즈를 읽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매력이 넘치는 캐드펠 수사의 다음 이야기도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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