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네 번째 책은 성 베드로 축일이다. 헤리버트 수도원장이 물러난 자리에 부수도원장인 로버트 페넌트가 아닌 외부에서 온 라둘푸스가 수도원장이 된다. 그는 상당한 원리원칙주의자로 성베드로 성바오로 수도원의 이름을 줄여 쓰는 것조차 용납하지 않는다. 이제 얼마 후면 성 베드로 탈옥 축일 행사가 진행된다. 성 베드로가 헤롯 왕에 의해 감옥에 갇혔다 천사가 쇠사슬을 풀어주어 탈옥한 것을 기리는 축일이다. 축일장이 열리는 사흘 동안 시내의 가게는 영업을 할 수 없으며, 에일과 포도주가 아닌 다른 음료는 판매가 금지된다.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기에 통행세만 해도 엄청나지만, 상인회는 행사에 참여할 수 없다. 이에 대한 특권은 수도원에 있기 때문이다. 행사에 대한 대가로 수도원은 38실링을 납부하는데, 상인회는 이에 대해 불만을 내뱉는다. 전편을 읽은 독자는 알겠지만, 모드 황후와 리처드 백작 사이의 왕권을 놓고 전쟁이 일어났다. 수도원이 속한 슈루즈베리성은 모드 황후 편을 들었고, 전쟁의 승리는 리처드에게 돌아간다. 전쟁으로 황폐해진 성을 복구하기 위해 상당한 자금이 필요하지만, 자금을 마련한 방도가 딱히 없던 터라 시장을 비롯한 상인회 길드의 사람들은 수도원장에게 벌어들이는 수익에 1%만 기부를 해달라고 하지만 라둘푸스 수도원장은 거부한다.
농장을 돌보던 중 반가운 손님이 등장한다. 휴 베링어와 그의 아내가 된 얼라인 시워드였다. 그런데, 눈에 띌 정도로 얼라인의 배가 불렀다. 임신을 한 것이다. 2권부터 막역한 사이가 된 캐드펠 수사와 베링어 부부는 인사를 나눈다. 역시 정치적인 이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말이다.
축일장을 앞둔 7월 31일, 이번에도 웨일스어 통역 때문에 우리의 주인공인 캐드펠 수사가 불려간다. 그는 로드리 압 휴라는 상인으로 양모와 벌꿀, 벌꿀주 등의 많은 물건을 가지고 들어왔다. 그를 도와 자리를 마련하도록 돕고 있던 중, 이미 한번 마찰을 빚었던 시장의 아들인 필립 코비저가 도발을 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장사 준비를 하는 브리스틀의 토머스는 필립의 말에 대해 화를 낸다. 필립이 토머스의 옷자락을 잡는 순간, 자신을 공격하는 걸로 착각한 토머스는 필립에게 사정없이 지팡이로 내리쳐서 중상을 입힌다. 이를 시작으로 싸움이 시작된다. 토머스의 조카인 에마 버놀드가 토머스를 말려 겨우 끔찍한 지경에 이르는 걸 막아낸다. 이 일로 싸움에 휘말린 마을 청년 17명이 잡혀가지만, 주동자인 필립은 자리를 빠져나온다.
한편, 늦은 밤 소란이 일어난다. 토머스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휴 베링어와 무장한 부하 여섯이 영주 이보 코르비에르와 함께 토머스를 찾아 나선다. 다음날 아침 9시. 한 남자의 시신이 발견된다. 나체로 발견된 그는 왼쪽 견갑골 밑에 예리한 단검이 뒤에서 심장까지 찌른 채 발견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그의 배를 뒤진 자국까지 발견된다. 도대체 누가 토머스를 죽이고 배를 뒤진 것일까? 유력한 용의자로 보이는 사람은 전날 토머스와 난투극을 벌이고 사라진 필립이다. 과연 필립이 정말 토머스를 죽인 걸까?
범인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꽤나 촘촘하다. 반전이라면 반전일법한 이야기도 등장한다. 대놓고 범인인 척하는 건 범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번에도 발견할 수 있다. 사람의 탐욕의 끝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과거나 현재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끔찍한 일까지 벌이는 것을 보면 가장 무섭고 악한 건 인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또 해보게 된다. 이번 작품에서 역시 진범을 찾는 것, 왜 그런 일을 벌였는지 원인을 찾는 것과 함께 토머스의 외조카인 에마와 영주 이보 그리고 시장의 아들 필립의 삼각관계를 풀어가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