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워터 레인
B. A. 패리스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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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으며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세상에나....! 여러 가지 감정이 오고 간다. 우선 다행이라는 것과, 그동안의 시간 동안 혼자 마음고생을 한 캐시가 너무 안타깝기도 했고, 배신감.... 하....!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날, 모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캐시는 남편 매튜에게 전화를 한다. 매튜가 편두통이 심해 누워있다는 말에 캐시는 지름길인 블랙워터 길 숲을 통과해서 가겠다고 하지만, 매튜는 위험한 숲길로 운전하는 것을 만류한다. 하지만 비바람까지 일자 캐시는 조금이라도 집에 빨리 도착하고자 블랙워터로 들어선다. 집 가까이 왔을 때 반대편에 서 있는 자동차를 마주한다. 좁을 갓길에 비딱하게 서있는데다, 어두운 길에서 비상등조차 켜지 않고 서 있는 운전자를 째려보는 캐시. 차 안에는 여자가 타고 있었다. 혹시 고장이 난 게 아닌가 싶긴 했지만, 비도 많이 오고 귀찮기도 해서 캐시는 그냥 그 자리를 지나친다.

다음날 아침, 뉴스를 보고 캐시는 경악한다. 자신이 지난밤 지나온 블랙워터에서 한 여자가 숨진 채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캐시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서 있는 그 차로 다가가서 여자의 상태를 확인했다면, 그녀는 죽지 않았을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친구 수지의 40번째 생일파티가 열리기로 한 날. 절친인 레이첼 바레토로 부터 피해자가 제인 월터스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제인은 수지와 레이첼과 핀츨레이커스라는 회사에 같이 근무하는 동료였다. 문제는, 제인이 얼마 전 사귄 캐시의 친구였다는 사실이다. 레이첼 회사 파티에 초대된 캐시는 우연히 제인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번호를 주고받은 둘은 얼마 후같이 식사를 하게 된다. 오랜만에 마음이 잘 맞는 친구를 만났다는 사실에 캐시는 제인과의 다음 만남을 기다렸는데, 제인이 피해자라니... 캐시의 죄책감은 더욱 커져간다.

한편, 제인은 얼마 전부터 자신의 기억력이 이상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레이철과 함께 수지의 생일선물로 사기로 했던 물건은 물론, 매튜의 출장 이야기도 까먹는다. 앤디와 한나 부부와 바비큐 파티를 하기로 한 약속도 기억하지 못한다. 사실 제인의 엄마는 젊은 나이에 치매 판정을 받고 투병을 하다 세상을 떠났다. 제인 역시 그런 엄마를 봤기에, 혹시 유전적으로 자신도 엄마처럼 치매에 걸린 건 아닐까 불안해진다. 그런 와중에 제인 사건의 장소에서 캐시의 집이 5분 밖에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과 범인이 아직 잡히지 않았다는 것, 얼마 전부터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전화가 걸려오고 있다는 것 등은 캐시를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누군가 자신을 훔쳐보고 있고, 닫은 창문이 열려있는 것 등 석연치 않은 불안함 속에 매튜마저 며칠 일정으로 출장을 가자 캐시는 극로도 불안해져서 결국 호텔로 향한다. 그날은 레이철과 만나기로 약속을 한 날이었는데, 그조차도 깜박했다는 사실에 캐시는 더 좌절감을 느낀다. 그리고 매튜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오는데, 보안 업체와 계약을 하고 설치하기로 한 날 집을 비웠다는 사실을 듣고 경악한다. 분명 남편과 상의하겠다고 이야기했었는데 말이다. 문제는 계약서에 캐시의 필체와 동일한 사인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기억력에 대해 점점 불안을 느끼는 캐시는 약의 도움을 받게 되지만 상황은 더욱 악화되어 간다. 그러던 중, 캐시의 집 창고에서 제인이 살해되었던 칼과 동일한 칼이 발견되는데...

집안 내력도 있고, 벌어지는 상황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캐시를 보고 솔직히 모든 상황들이 의심스러웠다. 블랙워터 길에서 벌어진 제인 사건조차 과연 캐시의 기억이 제대로 된 것일까 의심스럽기도 했다. 거기다가 제인이 살해되기 전, 캐시가 그 길을 지났다는 사실을 범인을 알고 있을 것 같다는 상황이 캐시의 눈을 통해 여러 정황들을 통해 보이면서 의심을 넘어 불안감까지 이어졌던 것 같다. 마지막을 앞두고 팽팽하게 당겨졌던 서사가 확 풀려나간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물론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큰 반전을 마주해야 하는데, 이 또한 책을 읽으며 캐시와 동일한 감정을 품었던 독자들에게 캐시만큼이나 큰 상처가 될 것 같기도 하다. 만약, 캐시가 제인의 차로 다가갔다면 이야기를 달라졌을까? 물론 달라질 수 있었겠지만, 그럼에도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 배신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은 없지만, 이미 그렇게 마음을 먹었다면 설령 상황이 바뀌었다고 해도 언젠가는 또 벌어질 수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슬프다. 꽤 오랜 시간을 함께했던 가족과 같은 사람이라면 더더욱...! 가스라이팅의 무서움이, 지속적인 가스라이팅이 한 사람을 어떻게 바보로 만드는지 읽고 나면 뼈저리게 느낄 수 있다.

참고로 이 책은 브레이크 다운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책의 리커버 작품으로, 제목만 브레이크 다운에서 블랙 워터 레인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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