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편의점의 작가 김호연의 신작의 제목은 나의 돈키호테다. 돈키호테처럼, 특이하지만 자신만의 가치관이 뚜렷한 돈키호테 비디오의 주인이자 돈 아저씨로 불리는 장영수 아저씨. 돈키호테의 배경인 스페인의 도시를 우리나라의 도시와 겹쳐서 이야기하는 그와의 추억이 가득한 대전. 바로 그곳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격무 속에서 대박 아이템을 뽑아내지만, 결국 번아웃에 팽 당하는 전직 PD 진솔은 엄마가 있는 대전으로 내려온다. 며칠을 먹고 자고만 하던 진솔은 추억이 깃들었던 곳을 찾았다가 돈 아저씨와의 기억을 떠올린다. 북한도 무서워서 못 쳐들어 온다는 중2. 그 시절 진솔은 돈키호테 비디오에서 상당한 시간을 보낸다. 돈 아저씨가 바쁘면 가게도 봐주고, 독촉 전화도 돌리는 무서울 게 없던 그 시절 진솔은 산초로 불리며 돈키호테 비디오에서 라만차 클럽의 일원으로 활약한다. 십수 년 후에 다시 돌아온 그곳에는 1층에서 지하로 장소만 옮겼지 아저씨를 떠올릴 수 있는 것들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돈 아저씨의 아들 한빈은 돈 아저씨가 사라졌다고 이야기한다. 한빈이 아저씨를 애타게 찾는 이유는, 돌아가신 건물주 할머니의 손자이자, 그 시절 진솔이 짝사랑했던 성민이 지하실 짐을 빼라는 말을 전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진솔은 그 시절 찐산초가 되어 돈 아저씨를 찾기 시작한다. 전직 PD였던지라, 이번에는 유튜버가 되어서 아저씨를 찾는다. 아저씨의 향수가 남아있는 지하실에서 그렇게 찐산초는 아저씨가 추천해 줬던, 아저씨와 함께 봤던 비디오를 기억하며 리뷰하기도 하고 아저씨 주변 인물들을 찾아 아저씨의 과거와 현재를 찾아 나선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겼던 라만차 회원들과의 만남도, 아저씨의 과거도 마주하게 된다.
마냥 돈키호테 같았던 아저씨를 돌아보는 진솔은 아저씨와 함께 지냈던 사람들을 하나 둘 만나며 자신이 몰랐던 인간 장영수의 삶을 마주하게 된다. 법학도로 같이 공부하던 아저씨의 동기를 통해 아저씨가 학원 강사가 된 이유가 과거 노동운동을 하다가 감옥에 간 이력 때문에 취업이 쉽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접하게 되고, 같이 학원 강사를 했던 현직 원장을 통해 잘나가던 영어강사 일을 그만둔 이유를 알게 된다. 유명한 대학교수의 책을 대리 번역했던 출판사 직원을 대신해 고군분투하며 결국은 사과까지 받아내는 아저씨의 모습까지 마주하게 되며 진솔도, 한빈도 돈 아저씨의 삶을 새롭게 마주하게 된다. 한빈은 아빠에 대한 기억이 좋지 않았는데, 바깥에서는 사람 좋은 사람이었지만 엄마와 자신에게는 누구보다 무능력한 아버지였기 때문이다.
돈 아저씨의 과거뿐 아니라, 책 속에 소개되는 비디오 이야기도 흥미롭다. 큰 인기를 끈 작품이 아닌, 생각할 여지를 주는 작품들을 마주하니 나 역시 다시금 찐산초가 소개해 주는 작품들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우리의 돈 아저씨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찐산초와 한빈은 돈 아저씨를 찾을 수 있을까? 아저씨는 어떤 모습으로 이들 앞에 나타날까? 이번에도 잔잔한 여운이 남는 김호연 작가만의 색이 담긴 작품을 만났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