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빠의 안부를 물어야겠습니다
윤여준 지음 / 다그림책(키다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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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아빠에 관한 책이 붐을 이룬 적이 있었다. 상대적으로 엄마보다 찬밥(?) 신세인 아빠인지라, 시중에도 엄마의 삶을 그린 책은 많지만 아빠의 삶에 포커스를 맞춘 그림책은 드문 것 같다. 나 역시 아빠의 도움을 상당히 많이 받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엄마가 편한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우리 아이들만 봐도 아빠를 좋아하지만, 아프거나 잠잘 때는 꼭 엄마를 찾는다. 10개월 동안 엄마 뱃속에서 공생하며, 인생에서 상당한 시간을 아빠보다 엄마와 가까이 지낸 탓이라 해야 할까?

이 책의 주인공은 아빠다. 아침부터 식구들의 아침밥을 챙기는 아빠. 모두가 바쁜 아침을 보내고, 마지막 남은 저자 역시 밥 보다 잠을 택하는 현실에서 아빠는 외롭다. 그리고 그렇게 아빠의 과거와 현재가 담담하게 책 속에 담긴다. 회사일로 바쁜 아빠가 갑자기 사장의 호출을 받는다. 그 방 안에서 무슨 말을 들었던 것일까? 아빠는 박스 안에 자신의 짐을 주섬주섬 챙겨서 돌아온다. 갑작스러운 퇴직에 아빠는 갑자기 삶의 시간이 마구 주어진다. 갑작스러운 여유에 아빠는 처음에는 괜찮은 것 같았다. 그동안 못했던 취미생활도 하고, 만나지 못했던 친구도 만나며 여유로운 시간을 즐겼다. 처음으로 자녀의 졸업식에도 참석해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아빠의 삶은 여유가 쌓여 무료해지고 있었다. 결국 가족들의 아침밥을 준비하기로 한 아빠는 재취업을 준비했지만 쉽지 않았다.

어느 날, 저자는 비를 맞고 가는 아빠를 마주한다. 왜 비를 맞고 다니냐는 딸의 말에 아빠는 비가 많이 오지도 않는데, 집이 멀지 않은 데 등의 이유를 대며 우산을 쓰지 않고 걷는다. 물론 우산 없이 걷는 게 처음은 아니었다. 아빠는 퇴직 전에도 그런 모습을 보였으니 말이다. 내가 가진 작은 우산 앞에서, 아빠는 괜찮다는 말로 애써 내 우산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단지 우산이 작아서였을까?

처음에는 왜 우산 이야기가 중간중간 나오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커져가는 딸의 우산을 보고 딸의 성장을 마주하게 되었다. 아빠를 이해할 수 없는 어린 나이의 딸에서, 아빠의 삶을 이해해가는 우산처럼 큰마음을 지닌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딸은 과연 아빠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

책 속에는 유난히 검은색이 많이 사용되는데, 유난히 눈에 띄는 주황색이 보인다. 바로 아빠의 것들이다. 상대적으로 파란색으로 표현되는 딸과 주황색으로 표현되는 아빠. 매일같이 피곤한 일상에서, 아침밥 먹을 여유조차 없는 딸은 어느 순간 아빠의 마음을, 아빠의 모습을 마주한다. 딸의 그 한마디에 미소가 번지는 아빠의 얼굴.

어느 순간 큰 산 같았던 아빠가 왜 이렇게 작게 보이는지... 나이를 먹으면서 아버지의 모습에 눈물이 날 때가 있다. 그렇게 무섭고 컸던 아빠가 언제 이렇게 왜소해진 걸까? 하는 생각 말이다.

언젠가부터 아빠한테 전화를 걸 때는 늘 무언가 부탁이 있을 때뿐이었다. 그래서 책의 이야기가 더 마음에 박혔던 시간이었다. 오늘은 정말 아빠의 안부를 물어야겠다. 나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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