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엄치는 금붕어 한 마리가 그려져있는 주황색 표지가 눈에 띈다. 금붕어 룰렛이 무슨 뜻일까 하는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궁금증을 자아냈다. 서로가 미끼가 되어 먹고 먹히는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살인 시나리오... 과연 누구를 탓해야 하는 걸까?
인적이 드문 주택가 골목. 한 남자가 엎드린 채 사망한다. 주변에는 피 웅덩이가 가득하다. 누가 봐도 과다출혈로 사망한 듯 보이는 이 남자는 1977년생 정상구. 사망 당시 차고 있던 시계만 해도 그가 얼마나 돈이 많은 사람인 지를 알려주고 있었다. 배와 경동맥에 자상이 발견되는데, 20cm가량 되는 칼에 손쓸 틈 없이 살해되었다. 그에 대한 신원이 확인되자 경찰은 회사로 향한다. 에버그린 투자자문회사 대표. 그렇게 그의 실체가 수면 위로 떠오른다. 투자자문이라 하지만, 그는 코인 등을 통해 사기를 치는 인간이었다. 여러 방향으로 접근하여 돈을 불려주겠다는 말로 피해자들을 현혹시킨다. 피해자들은 몇백 배로 불려준다는 그의 말에 노후자금을, 퇴직금을, 한 푼 두 푼 모은 돈을 몽땅 투자한다. 장밋빛 꿈은 입금하자마자 무너진다. 돈을 입금 받은 순간, 그는 잠적한다.
사건 담당 형사인 이준현 경위와 신참 김도윤 형사는 그렇게 정상구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많은 사람들의 돈을 챙긴 사기꾼인지라, 그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는 피해자들이 상당하다. 우선 아내인 강희원을 찾아간다. 남편의 사망에 놀라긴 하지만, 생각지 못한 반응을 보이는 희원. 그와 애정 없는 결혼 생활을 하고 있었기에, 내연녀 최지호의 존재도, 그녀의 임신 사실도 알고 있었기에 희원은 남편의 죽음에 반응이 없다. 그렇게 조금씩 정상구라는 인간이 벌인 일을 향해 나아가는 두 형사는 상구의 사건을 파헤치다가 또 다른 살인사건을 마주하게 된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피해 사실들.
개중에는 딸의 결혼자금으로 모아둔 돈을 투자했다가 고스란히 날린 아버지도, 인터넷 방에서 코인 투자를 듣고 힘들게 모은 자금을 투자했다가 날린 공시생도, 아이돌 준비생인 여자친구를 통해 소개받은 사촌 형에게 1억을 투자했다가 날린 건물주의 아들도 있었다. 문제는 이들에게 사기를 친 사람이 정상구 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같은 에버그린 투자자문회사 대표를 사칭하고 다닌 안현수라는 인물도 있었다.
얼마 후 한 모텔 욕조에서 끔찍한 사체가 발견된다. 다량의 염산에 의해 녹은 시신은 흐물흐물한 액체 상태가 되어있어서 수사에 난항을 보였다. 방에 남겨진 신분증 등을 확인한 결과, 그는 또 다른 사기꾼인 안현수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리고 안현수가 과거 에버그린투자자문회사의 직원이던 안준영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는데...
사기를 친 정상구와 안준영 등은 악인이다. 그들로 인해 모든 것을 잃고 결국 사망하는 피해자도 생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만 악인인 걸까? 생각 이상의 돈을 단시간에 얻을 수 있다는 말에 넘어가 자금을 투자하게 되는 그 밑바탕에는 인간의 탐욕이 깔려있다. 그 탐욕에 눈이 먼 사람들은, 자신이 마주한 것이 말도 안 되는 사기라는 것을 인지할 눈과 생각과 판단을 마비시켜버린다. 눈앞에 있는 먹이를 자신의 배가 터지는 지도 모르고 먹고 또 먹는 금붕어처럼, 그 욕심이 금붕어처럼 자신의 삶을 그렇게 파멸시킨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게 만들어버린다. 피해자들의 사연 속에서 씁쓸한 뒷맛이 입안 가득 가시지 않는 것조차, 그 욕심이 모든 문제의 시작이라는 것을 보고 또 보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