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는 철학여행자를 위한 안내서 -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심강현 지음 / 궁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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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플 친구분이 추천으로 '철학 여행자'란 책을 집어 들었다.
작년에 철학서적을 뒤적이며 '참 어렵구나'하며 꽤 많은 책을 뒤적였다. 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저자분들의 심오한 사상에 감탄해 마지않는다. 제목이 말 그대로 안내서이다. 그러나 단지 철학자들의 사상을 나열한 것이 아니라 '철학자 간의 관계'를 매우 쉽게 설명해 놓아 나 같은 초심자도 이해하기가 용이했다. 러셀의 <서양철학사>의 축약판이라 해도 무방할듯하다.

이 책의 저자는 철학자가 아니고 '의사'이다. 의사이면서 철학에 관심이 많아 3권의 저서가 있다. 저자는 특히 '스피노자'와'니체'를 좋아한다고 했다. 이 점은 나와 같다^^; 그래서 스피노자와 니체에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다. 대화체로 되어있어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고 철학의 흐름을 살피고 정리하는데 알맞을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스피노자와 니체에 대한 이면을 더욱 쉽게 알 수 있었다.
아래에 주옥같은 문장을 실었다. 다음엔 <스피노자 인문학>을 읽어보려 한다. 가장 멋진 부분은 '표지'이다. 고슴도치가 낙타의 머리를 감싸 안은 모습이다.~~~ 의사로서 바쁜 실 텐데 이렇게 소중한 글들을 읽게 해주신 심광현 님께 감사드린다.
2019.12.14.토

먼저, 여러분의 영혼에 울림을 주는 철학자를 찾아 그의 눈을 통해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십시요. 그리고 시간이 흐른 후엔,그의 관점으로도 자유롭게 벗어나 자기 자신만의 눈을 찾는 겁니다. 눈은 시선이며, 시각이며, 관점이며, 해석이며, 또 세상과자신을 꿰뚫고 이해하는 자산만의 따뜻한 눈이기도 하니까요. <저자의 말> p.9

우리가 이 세상에서 알게 되는 모든 지식들은 전혀 모르던 상태에서 새롭게 알아낸 것들이 아니라, 이전에 우리가 저 영혼의세상에서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을 다시 떠올려낸 기억의 조각들인 셈이지. 즉 잊혔던 기억을 다시 상기해내는 것이 바로 우리의 지식이란다.(플라톤의 상기설) <플라톤> p.36

우리는 무엇을 이용해 진실을 가린 현상들을 뛰어넘어 저 고귀한 이데아로 다가갈 수 있을까? 그건 바로 이성이겠지. 사람들은 무언가를 인식할 때 처음에는 극히 조잡한 감각만을 사용하고, 그런 일들이 쌓이면 경험을 통해 알게 되고, 경험이 축적되면 이해(오성,지성)하게 되고, 마지막으로 가서야 지고지순한 사유의 단계에 이르러 비로소 이성을 이용한 판단과 추론이 가능해진단다. <플라톤> p.50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 이 말이 의미하는 것은 '사람이란 처음부터 어떠어떠한 존재여야만 한다는 본질이 이미 정해진 것이 아니라, 개개인 자신이 실존적으로 현실에 부딪혀 살아가면서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자기 자신의 모습이 바로 그 사람의 본질이 된다."는 말씀이지. 반대로 플라톤 선생님의 경우에는 먼저 사람에 대한 보편적이고 이상적인 모습인 본질이 미리 정해져 있으니, 각 개인은 거기에 도달하려고 노력해야 된다는 말씀이셨고, 사르트르 선생은 그게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 결정해서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 그런 개인적인 실존이 더 중요하다는 말씀이셨던 거지. <플라톤> p.63

무언가를 볼 수 있느냐 없느냐는 정말 중요한 차이란다. 그중에서도 자기 자신을 관조의 대상으로 삼을 줄 아는 것은 철학함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란다. 자신에게서 한발 떨어져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 그것을 '자기의식'이라고 한단다.철학자의 필수품이지. <아리스토텔레스> p.90

에피쿠로스 학파가 규정한 악의 근원은 딱 두가지였거든. 종교와 사유재산! 이 두 가지 악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탐욕, 죄악, 전쟁, 비참함의 근원이라 본 것이지. <에피쿠로스, 스토아 학파> p.107

알프스 이남의 르네상스는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예술적, 문화적 부흥을 일으켰고, 알프스 이북에서는 종교개혁과 철학을 비롯한 인문학적인 부흥이 불길처럼 번져갔지. 또 자연과학의 눈부신 성장과 함께 신학을 중심으로 한 중세적 이념들은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지. 바로 근대의 시작이었다. <에파쿠로스, 스토아 학파>p.112

흔히 근대철학의 핵심 키워드를 꼽으라고 한다면, '이성'과 '주체'라고 말할 수 있지. '생각한다'라는 '이성'의 표현과 '나'라는 '주체'가 모두 담겨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잖니? 그런데 '자아'와 '주체'는 다른 가요? 그럼, 내 속이 주인공이 '자아'이고내가 세계와 부딪혀 행동할 때의 주인공이 '주체'가 되겠네요. <데카르트> p.120

예를 들어 우리가 보고, 듣고, 느껴서 경험으로 알게 된 관념은 밖에서 들어온 '외래관념'이라 할 수 있겠지. (중략) '본유관념'은 외부로부터 아무런 도움 없이, 오로지 우리의 정신 속에서만 생겨난 관념이란다. (중략) '본유관념'은 곧 이성의 빛이란다. <데카르트> p.124-125


우리에게 우선 필요한 것은, 남들의 시선이나 기준에 무비판적으로 끌려다니는 습성이 아니라, 먼저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성찰이겠지. 그것이야말로 자신에 대한 배려이며, 그 속에서만 우리는 가장 솔직한 자기 자신, 즉 자기보존의 욕구를 만나게 된단다. <스피노자> p.155

인간에게 있어 진정한 본성의 완성이란 "이성에 의한 자가보존 욕구의 실현"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 <스피노자> p.166

합리론은 '본유관념'을 옹호하고, 경험론은 '본유관념'이란 없다고 이야기했겠군요. <합리론과 경험론> p.172

'정언명령'이란 '아무런 조건 없이' 선하게 행동하라고 우리에게 내려진 도덕법칙의 명령이란다. <칸트> p.211

정신적 측면에서 정신과 물질을 통합시킨 분이 헤겔 선생님이셨다면, 반대로 물질적 측면에서 통합을 노렸던 철학자는 칼 마르크스 선생님이셨지. <헤겔> p.225

내 철학에서는 늘 전체가 부분에 우선한단다. 또 개별 자보다는 보편성을 추구한단다. (중략) 혼자서는 보잘것없는 개별자는 보편성의 울타리 속에만 자신의 최상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단다. <헤겔> p.233

세계는 의지라는 본질과 표상이라는 현상으로 우리에게 주어진단다. (중략) 우리가 의지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을까요? 물론 있다마다. 개인적인 의지의 고통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길은, 개인이 가진 개별성을 과감히 던져버리고 드넓은 보편성을 추구함으로써 얻어낼 수 있단다. (중략) 그럼 개별성을 버리고 보편성으로 나아갈 구체적인 방법은 어떤 것이 있나요? 그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해볼 수 있단다. 하나는 예술이며, 다른 하나는 동정심이지. <쇼펜하우어> p.250-254

플라톤 선생님과 니체 선생님 사상의 가장 큰 차이는 뭔가요? '존재'와 '생성'의 대결이라 볼 수 있겠지. (중략) 플라톤 선생님이 주창한 이데아 세상은 중세 시대엔 천국으로, 데카르트 선생님에겐 정신적 실체로, 칸트 선생님에겐 예지계로, 헤겔 선생님에겐 절대정신으로 바뀌면선 지속적으로 이어졌지. <니체> p.264-265

너는 아마 '자아'라는 말을 들어 보았을 것이다. 자아는 인간의 근원적 중심에 정신적 가치를 두는 개념이란다. 자아는 곧 이성이겠지. (중략) 이와 반대로 나는 '자기'라는 말을 자주 쓴단다. '자기'란 이성과 육체와 거기에 의지까지 함께 결합시킨 하나를 의미한단다. 우리는 아폴론의 '이성'과 디오니소스의 '육체' 그리고 그것을 하나로 묶어주는 델피 신전의 '의지'가 모두하나로 결합된 '가기' 자신이란다. <니체> p.27-272

우리에게 진짜 얼굴은 없단다. 단지 자신이 가진 많은 가면 중 하나를 쓰고 있을 뿐, 우리가 쓰고 있다면 그 가면은 바로 우리자신이란다. 단지 자신이 가진 많은 가면 중 하나를 쓰고 있을 뿐... 어찌 보면 우리는 무수한 영혼의 다발이란다. (중략) 어떤 때는 니체로, 어떨 땐 차라투스트라로, 어떨 땐 이오니소스로...나는 변화하는 내 속의 모든 나를 긍정하니까. 이런 무한한 긍정 속에서 나는 간절히 염원하고 있단다. 그 숱한 가면 속에 감춰진 가장 나다운 내 가면을 쓰게 될 찬란한 미래의 날을 말이다. <니체> p.324-325

네가 품고자 하는 이 세상을 찬찬히 바라보아라. 세상을 사랑의 눈길로 바라볼 수 있는 너의 눈! 그런 눈을 가지고 싶다면 너의 눈마저 새로이 창조하라. 그것은 너만의 시선이 될 것이며, 그 시선은 너만의 가치 평가의 척도가 될 것이며, 그 가치는 너만의 해석이 될 것이다. 그런 눈을 가진다면 너는 잃어버린 세계를 되찾는 것이다. 잃어버린 가치의 척도를 되찾은 것이다.
<니체> p.338

매 순간 행동하기에 앞서 우리는 스트로에게 이렇게 물어보아야 한단다. "지금 이 순간, 내가 하려는 행동이, 만약 영원히 반복된다면 어떨까? 지금 이 행동이 영원히 반복되길 바랄 만큼 최선의 행동일까" 만약 그렇다면 그렇게 행동하여라. 반대로 "지금 이 순간만 어떻게든 잘 넘기면 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행동하려 한다면 그런 행동은 즉히 멈추어라. 다시 말해 언제나 너의 모든 행동이 영원히 회귀해도 좋을 만큼, 가치 있는 행동이 될 수 있도록 행동하여라. 이런 생각이 행동이 준칙이 될 때, 언젠가 너만의 가장 소중한 순간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니체> p.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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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데라토 칸타빌레 (구) 문지 스펙트럼 19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정희경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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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그리트 뒤라스의 <히로시마 내사랑>을 읽고 바로 두 번째 책 <모데라토 칸다빌레>을 집어 들었다. 수채화라 할까? 잔잔한 발라드라 할까? 아무튼 내용 전개가 안개가 밀려오듯 천천히 내 마음속에 스며든다.
'모데라토 칸타빌레'란 단어가 첫 페이지에 나오고 중간중간 2-3차례 나오는 데 아마도 글의 느낌을 '보통 빠르기로 노래하듯이'로 표현한 것 같다. 다음 책 <연인>이 기다리고 있다.

​보통 '사랑'하면 격렬함이 떠오른다. 나만 그런가?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들은 천천히 그리고 치밀하게 자신의 내면에 자리잡은 사랑을 드러낸다. 여주인공 안 에바레드는 남주인공 쇼뱅의 말에 자기의 본능을 드러낸다. 물론 결말은 없다. 뒤라스는 <히로시마 내사랑>에서도 그랬지만 '간접적이고 내면적인' 묘사가 두드러진다.

​이 책을 통해 나 자신의 내면의 사랑이란 단어를 떠오르게 해주신 마르그리트 뒤라스님께 감사를 전한다.
2019.12.13.금

여자가 그를 향해 몸을 돌려 다가왔다. "왜 있잖아요, 흔히들 사랑의 갈등이라고 부르는..." (중략) "어찌 됐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고 남자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들은, 그래요, 당신 말대로 사랑의 갈등이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것 때문에 여자를 죽인 건 아닐 겁니다. 그걸 누가 알겠습니까?" (p.33)

안 에바레드는 신음소리를 내었다. 관능적인 느낌이 담긴 달콤한 흐느낌 같은 것이 새어 나왔다. "이상한 일이네요.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으니.."하고 그 여자가 말했다. (p.39)

그는 손을 들어 테이블 위 여자 손 가까이에 내려놓고 그대로 있었다. 여자는 그들의 두 손이 처음으로 나란히 놓여 있음을깨달았다. (p.52)

"엄마 왜 울어?" "가끔 그럴 때가 있어. 아무것도 아니란다." "엄마가 우는 건 싫은데." "애야, 이젠 끝났어. 정말로." (중략) "밤에는 집들이 멀게 보여"하고 아이가 말했다. (p.97)

손님들이 식당 옆의 넓은 살롱으로 제멋대로 흩어지는 동안, 안 데바레드는 그 자리를 빠져나와 2층으로 올라갈 것이다. 그여자는 인생의 긴 복도에 있는 유리창을 통하여 거리를 내다볼 것이다.(중략) 안 데바레드는 헝클어진 현실의 금발을 손으로 가볍게 쓸어 넘기리라. 이번엔, 그 여자도 사과를 할 것이다. 대꾸가 없을 것이다. (p.110)

안 데바레드의 신음 소리가 다시 흘러나와 더 커졌다. 그 여자는 다시 손을 테이블 위에 놓았다.(중략) 그들의 손은 죽음의 포즈로 굳어진 채 그렇게 머물러 있었다. 그러자 안 데바레드의 신음 소리가 그쳤다. '마지막이에요. 말해주세요." 그 여자가 애원했다. (p.116)

여자는 입술이 서로 닿을 만큼 가까이 남자에게 다가갔다. 차디찬 그들의 입술은 조금 전 그들의 손과 같이 죽음의 의식을 따라 서로 포개진 채 떨면서 그렇게 머물렀다. 이루어졌다. (p.119)

"당신이 죽었으면 좋겠습니다." 쇼뱅이 말했다. "그래로 되었어요." 안 데바레드가 말했다.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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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9-12-13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저녁이 되니 공기가 차갑네요.
초록별님, 따뜻한 저녁시간 보내세요.^^

초록별 2019-12-13 20:53   좋아요 1 | URL
저녁 맛있게 드세여~~^^
 
히로시마 내 사랑 동문선 현대신서 189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이용주 옮김 / 동문선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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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플 친구분 중에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연인>을 추천해주셨다.
뒤라스의 다른 작품 <히로시마 내사랑>, <모데라토 칸타빌레>도 있어
먼저 <히로시마 내사랑>을 읽어나갔다. 이 책은 시나리오로 되어있어 읽기가 편했고 내용도 단순했다.

<히로시마 내사랑>은 히로시마 하면 금방 떠오르는 원자폭탄에 참상과 여주인공의 비극적 사랑이야기이다. 프랑스에서의사랑하는 사람과 죽음으로 헤어지고 지하실에서의 고통들이 히로시마에 와서 회상이 되고 치유되는 모습을 그렸다.

사람은 누구나 '쓰라린 사랑'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지 않을까? 가끔 음악이나 어떤 장소에 가면 옛 추억이 새록새록 생겨난다. 지금은 그런 추억이 아련히 떠오르면 입가에 미소가 피어오르는 나이가 되었다. 다만, 그때 좀 더 잘 해줄 걸 하는 아쉬움도 묻어난다~~^^;

히로시마의 원자폭탄과 같은 비극은 다시 일어나서는 안되지만 그런 역사는 결코 잊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을 통해 '역사와 사랑' 두 가지를 선물해주신 마르그리트 뒤라스님께 감사드리고 <모데라토 칸타빌레>와 <연인>를 계속 읽어나간다.
2019.12.12.목


여자:아무것도 결코 잊을 수 없으리라는 그런 착각. 그런 착각이 사랑에도 존재하는 것처럼. 마찬가지로 나는 히로시마를 보면서 결코 잊을 수 없을 것 같은 착각이 들었어요. 사랑과 마찬가지로. (p.34)

여자:여러 도시의 분노는 누구를 향한 것일까요? 도시들이 원하든 원치 않든 여러 도시의 분노는, 어떤 국민들에 의해 다른국민들과 달리 원칙적으로 제기된 불평등, 어떤 민족들에 의해 다른 민족들과 달리 원칙적으로 제기된 불평등, 어떤 계층들과 달리 다른 계층에 비해 원칙적으로 제기된 불평등에 대한 분노지요. (p.37)

남자:당신은 사람들이 항상 같은 관점에서 사물을 바라보게 된다는 것을 주목해 본 적 있어요?
여자:아니오, 나는 당신을 주시하고 있었어요. 그것이 전부예요. (p.56)

여자:당신도 알다시피 나는 도덕관념이 좀 의심스러운 사람이에요.
남자:도덕 관념이 의심스럽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요?
여자:타인들의 도덕성을 믿지 않는 것이지요. (p.65)

여자:시간의 정확한 지속성을 배워야 하는데. 종종 시간의 흐름이 얼마나 빠른지 알게 되고, 또 쓸데없이 느린 시간의 낙하를 알게 되고, 그래도 참아내야 한다는 것, 그것도 역시 지혜를 배우는 것이겟지요. (p.130)

여자:시간은 흘러가겠지요. 오리지 시간만. 그리고 시간은 또 오겠지요. 시간은 올테지요. 우리를 결합시켜 줄 그것이 무엇인지 그 이름을 전혀 알 수 없을 그 시간이. 그 이름은 우리의 기억에서 차츰차츰 지워지겠지요. 그리고 완전히 사라져 버리겠지요. (p.137)

여자:히-로-시-마. 이것이 당신 이름이에요.
남자:그래요. 그것이 내 이름이죠. 아직도 그런 상태군요. 그리고 이런 상태가 영원히 계속되겠지요. 당신의 이름은 느베르.느-베-르-앙-프-랑-스. (p.148-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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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미안 수업 - 어떻게 가치 있는 것을 알아보는가
윤광준 지음 / 지와인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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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 지정도서로 처음으로 윤광준 님의 글을 읽게 되었다. 처음에 제목을 보고 '철학'서적이 아닌가? 했다. 다행히^^; 철학서적은 아니었다. 다양한 분야를 밀도 있고 쉽게 쓰여있어 읽는 느낌은 좋았다.

​사진 전공자로서 사진뿐 아니라 미술, 음악, 건축, 디자인까지 내공이 느껴진다. 다만 하나 아쉬운 점은 3가지 정도의 주제를가지고 좀 더 자세하게 쓰였으면 했다. 중간에 사진 학자로서 치명적일 수 있는 눈에 문제가 생겼는데 결국 완치가 되어 다행스럽기 한이 없다.

​이 책을 통하여 음악만을 좋아했던 일인으로서 앞으로는 그림에 좀 더 관심을 갖기로 마음먹었다. 또한 '심미안이란 타고나는 것이 아니고 경험하고 훈련하는 것'이라는 명제를 남겨 주신 윤광준 님께 감사드린다.
219.12.11.수

'심미안'이라는 단어는 지금은 고풍스럽지만, 과거 우리 세대에서는 매우 익숙한 말이었다. 인간이 가진 어떤 능력보다 우월한 능력이라는 느낌을 갖고 있는 단어였다. '아름다움을 살피는 눈'을 갖는다는 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나는 심미안을 갖게 되는 건 결국 '마음의 눈'을 뜨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p.13)

심미안을 기르려면 자신이 잘 모르는 낯선 대상과 마주했을 때의 첫 느낌이 중요하다. 그 느낌을 내 마음에 자리매김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물론 명작은 위대하다. 익숙한 명작을 안내인 삼아 새로운 세계로 들러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안내자의 역할이 끝나면 스스로 미술을 여행하는 자발적인 탐험가가 되어야 한다. 너무 당연하게도 세기의 명작도 처음에는 다 낯선 그림이었다. (P.57)

자신이 화가라고 생각하고 어떻게 그렸는지를 생각하면서 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이런 재료를 어디서 구했을지, 어떻게스케치했을지, 그 화가의 입장이 되어 그림을 보면 세세하게 이해가 된다. (P.79)

좋아하는 음악이 생기면, 그 옆의 것으로 옮겨 가면 된다. 그러다 보면 나중에 자신이 서 있는 지점이 어디인지 보일 것이다.처음에는 안갯속에 있는 듯하다가, 작은 영토 정도를 가졌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전체 지도가 눈에 들어오고, 자신이 그지도의 어느 지점에 서 있는지가 느껴질 때가 온다. 그때 재미가 확 늘어난다. (P.135)

건축에 관심을 가지고 민감해진다는 것은, 자신이 놓여 있는 조건과 맥락에 관심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자신이 놓여 있는 조건과 맥락에 관심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자기 자신에 대한 관심, 자신과 함께 하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와 사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일이 바로 건축이다. (P.197-198)

나는 사람들의 눈길이 닿지 않는 것을 잡아내려고 애쓴 사진, 세상의 허무함과 삶의 쓸쓸함을 드러내려는 사진을 보면, 우리가 보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게 사진의 본연적 역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P.209)

아름다움을 파악하고 경험하게 되면, 스스로의 인식과 판단의 범위가 다음 단계로 올라서게 된다. 무용한 것이 유용한 가치로 바뀌는 행복의 선순환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런 순환의 시간들을 갖게 되면, 삶이 지루할 틈도 괴로울 틈도 없다.
(P.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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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나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 - 마음속에 새기고 싶은 인생의 키워드 20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arte(아르테)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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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책은 정여울 작가의 수필집이다. 어제 읽었던 <마음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만큼이나 읽기가 부드러웠다. 독서,심리,여행이라는 3가지 키워드로 살아 간다는 작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녹아들어있다.
'객관화'로 귀결되는 이 한권의 책이 겨울에 어울리는 듯하다.
삶의 궤적을 내 마음속에 눈이 소복소복 쌓이게 해주신 정여울 작가님의 열정과 노고에 감사드린다.
2019.12.10.화

사실 영혼의 젊음을 유지하는 게 몸의 젊음을 관리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몸과 마음이 모두 젊어지기 위한 비결을바로 '회복탄력성resilience'에 달려 있다. 상처가 생겼을 때 빨리 회복할 수 있는 몸과 마음의 힘이야말로 젊음의 지름길인셈이다. p.31

'나'를 멋지게 소개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를 둘러싼 모든 존재들의 축복'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일임을 깨닫는 이 시간이 참으로 소중하다. p.50

'어떤 옷을 살 것인가'보다는 '오늘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를 고민하고, '어떤 자동차나 주택을 구매할 것인가'보다는 '누구와함께, 어떻게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갈 것인가'를 고민해보자. 상품의 소비로 마음의 허기를 채울 게 아니라 경험과 인연의확정으로 영혼의 결핍을 채워야 한다. p.72

세상에서 가장 멋진 소식은 저 바깥에서 들려오지 않는다. 가장 아름다운 소식은 바로 내 안에서 들려온다. 진정으로 자신의운명을 사랑한다면, 언젠가 자신의 마음속에서 들려오는 가장 상서로운 소식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p.81

우리는 고독을 통해 대중이 아닌 바로 나를 위해 존재하기를 배운다 고독을 견뎌냈을 때 진정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우리는 매 순간 고독을 견디며 앞으로 나아간다. 타인에 대한 기대도 실망도 접어버리고 오로지 나 자신으로 존재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p.114

소리 내어 읽기는 아주 쉬운 것이지만 놀랍게도 삶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을 근본적으로 바꿔놓는다. 타인의 삶 속으로 더깊이 들어갈 수 있고, 타인의 삶을 바라보는 시각으로 내 삶을 바라볼 수도 있다. 소리 내어 글을 읽는 시간은 '나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시간, 내 마음 깊은 곳에 숨겨진 나만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이다. p.167

인간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들을 통해서만 진정으로 성장할 수 있다. 거기 우리 자신이 감당하지 못한 어둠이 있으니까. 거기 우리 자신의 뼈아픈 그림자가 투영되어 있으니까. p.180

나는 오늘도 기다린다. 다시는 그 사람을 볼 수 없을지라도, 끝내 내 오랜 꿈이 이루어지지 않을지라도 내 기다림의 진심만은 낸가 보살필 수 있는 마지막 진실이기에. p.236

책을 읽으며 한 줄 한 줄 마음에 보석 같은 문장들을 아로새기는 기쁨, 세상이 힘주어 가르쳐주지 않아도 내가 직접 나서서세상의 숨겨진 진실을 찾아보는 기쁨. 이런 기쁨은 누구도 함부로 빼앗아갈 수 없는, 내면의 요새 깊숙이 간직된 보물이 아닐까. p.248

외부의 자극이 너무 많은 날은 피로를 느끼고, 내면의 소리를 너무 많이 들은 날은 갑갑함을 느낀다. 그 사이의 균형을 추구하는 방법은 '나 다움이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질문하면서 조금씩 '진정한 나 자신으로 다가가는 길'을 찾아내는 것이다.
P.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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