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데라토 칸타빌레 (구) 문지 스펙트럼 19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정희경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히로시마 내사랑>을 읽고 바로 두 번째 책 <모데라토 칸다빌레>을 집어 들었다. 수채화라 할까? 잔잔한 발라드라 할까? 아무튼 내용 전개가 안개가 밀려오듯 천천히 내 마음속에 스며든다.
'모데라토 칸타빌레'란 단어가 첫 페이지에 나오고 중간중간 2-3차례 나오는 데 아마도 글의 느낌을 '보통 빠르기로 노래하듯이'로 표현한 것 같다. 다음 책 <연인>이 기다리고 있다.

​보통 '사랑'하면 격렬함이 떠오른다. 나만 그런가?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들은 천천히 그리고 치밀하게 자신의 내면에 자리잡은 사랑을 드러낸다. 여주인공 안 에바레드는 남주인공 쇼뱅의 말에 자기의 본능을 드러낸다. 물론 결말은 없다. 뒤라스는 <히로시마 내사랑>에서도 그랬지만 '간접적이고 내면적인' 묘사가 두드러진다.

​이 책을 통해 나 자신의 내면의 사랑이란 단어를 떠오르게 해주신 마르그리트 뒤라스님께 감사를 전한다.
2019.12.13.금

여자가 그를 향해 몸을 돌려 다가왔다. "왜 있잖아요, 흔히들 사랑의 갈등이라고 부르는..." (중략) "어찌 됐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고 남자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들은, 그래요, 당신 말대로 사랑의 갈등이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것 때문에 여자를 죽인 건 아닐 겁니다. 그걸 누가 알겠습니까?" (p.33)

안 에바레드는 신음소리를 내었다. 관능적인 느낌이 담긴 달콤한 흐느낌 같은 것이 새어 나왔다. "이상한 일이네요.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으니.."하고 그 여자가 말했다. (p.39)

그는 손을 들어 테이블 위 여자 손 가까이에 내려놓고 그대로 있었다. 여자는 그들의 두 손이 처음으로 나란히 놓여 있음을깨달았다. (p.52)

"엄마 왜 울어?" "가끔 그럴 때가 있어. 아무것도 아니란다." "엄마가 우는 건 싫은데." "애야, 이젠 끝났어. 정말로." (중략) "밤에는 집들이 멀게 보여"하고 아이가 말했다. (p.97)

손님들이 식당 옆의 넓은 살롱으로 제멋대로 흩어지는 동안, 안 데바레드는 그 자리를 빠져나와 2층으로 올라갈 것이다. 그여자는 인생의 긴 복도에 있는 유리창을 통하여 거리를 내다볼 것이다.(중략) 안 데바레드는 헝클어진 현실의 금발을 손으로 가볍게 쓸어 넘기리라. 이번엔, 그 여자도 사과를 할 것이다. 대꾸가 없을 것이다. (p.110)

안 데바레드의 신음 소리가 다시 흘러나와 더 커졌다. 그 여자는 다시 손을 테이블 위에 놓았다.(중략) 그들의 손은 죽음의 포즈로 굳어진 채 그렇게 머물러 있었다. 그러자 안 데바레드의 신음 소리가 그쳤다. '마지막이에요. 말해주세요." 그 여자가 애원했다. (p.116)

여자는 입술이 서로 닿을 만큼 가까이 남자에게 다가갔다. 차디찬 그들의 입술은 조금 전 그들의 손과 같이 죽음의 의식을 따라 서로 포개진 채 떨면서 그렇게 머물렀다. 이루어졌다. (p.119)

"당신이 죽었으면 좋겠습니다." 쇼뱅이 말했다. "그래로 되었어요." 안 데바레드가 말했다.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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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9-12-13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저녁이 되니 공기가 차갑네요.
초록별님, 따뜻한 저녁시간 보내세요.^^

초록별 2019-12-13 20:53   좋아요 1 | URL
저녁 맛있게 드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