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욕망하는 힘, 스피노자 인문학 - 처음 만나는 에티카의 감정 수업
심강현 지음 / 을유문화사 / 2016년 3월
평점 :
🌲심강현 선생님의 <철학하는 여행자>를 읽고 너무 감명받아 이 책을 바로 집어 들었다. 중. 고등학생 시절 들어보았던 스피노자. 과연 보편적 관점의 철학자였다. 니체가 빠져서 그런지 약간 허전한 느낌도 들었지만 나름 멋진 문장들이 내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심강현 선생님은 의사이면서 철학에 내공이 느껴지는 고수이시다. 3권을 집필하셨다고 하는데 철학에 관한 책이 더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 책을 통하여 밤하늘의 별들은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보여주는 멋진 생명체라는 것을 절감했다. SNS 상 나의 닉네임이 '초록별'이라는 것이 왠지 이름을 잘 지었다고 자족해본다. 대자연과 우리는 '하나'라는 것을 스피노자를 통해 알려 주신 심강현선생님께 감사드린다.
2019.12.15.일
스피노자에게 '역량'이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추가하자면 '이성에 의한 인식'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의역량이란 욕망을 실현할 수 있는 능력과 이성에 의한 인식 능력 모두를 말하는 것이겠지요. (중략) 욕망과 이성, 우리에게도 친숙한 이 두 단어는 스피노자 사상을 설명하는 핵심 키워드입니다. (p.37)
수십억 광년 떨어진 별들이 오래전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지금 이 순간 당신의 눈에 비치고 있습니다. 놀랍게도 당신의 눈 속에선 오랜 과거와 현재의 순간이 동시에 공존하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밤하늘은 늘 우리에게 영원을 생각하게 만드는지도 모릅니다. (p.53)
세상의 모든 것은 신이 스스로 모습을 조금씩 변화시킨 신의 일부입니다. 창밖에 보이는 산과 들도, 또 거대한 바다도, 그 속을 가득 채운 많은 생명체들도,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당신과 저를 포함해서 말입니다. (중략)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라면무엇이든 이미 완전하다. (p.54-55)
자신의 존재를 지속적으로 유지시키려는 생명의 힘을 '코나투스'라고 부른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흔히들 코나투스를 일러 '자기 보존의 욕망'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모든 생명의 근원적 욕망 말입니다. 그리고 이 코나투스야말로 스피노자 사상을설명해주는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입니다. (p.83)
이 대자연 속에서는 원래 선한 것도 원래 악한 것도 없습니다. 다만 선악은 '관계'에 의해서만 가려질 뿐입니다. 그 관계가 '결합'이라면 그것은 그에게 선이며, 관계가 '해체'라면 그것은 그에게 악입니다. (p.90)
교만은 인간이 자기 자신에 대한 정당한 것 이상으로 느끼는 데에서 생기는 기쁨이다. (p.174)
에리히 프롬은 우리 삶의 형태를 크게 존재와 소유로 구분합니다. 여기서 '존재'(진정한 자아)란 자신의 능동성을 바탕으로살아가는 삶의 형태를 말하며, '소유'(사회적 자아)란 그런 능동성이 결여되었을 때 느껴지는 공허함을 소유를 통해 해소하려는 삶의 양상을 함축적으로 나타내는 말입니다. (p.243)
먼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당신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당신이 사랑을 느끼는 이들을 항상 주위에 두십시오. 그래야만 당신은 몸에서 전해지는 기쁨과 마음에서 얻는 공감을 온몸으로 항상 느낄 수 있을 테니까요. (p.265)
스피노자에게 있어 모든 순간에 새겨 넣는 영원이란 바로 '필연성'입니다. 즉 우리는 늘 변해가는 순간을 맞이하지만 그 모든 순간은 자연이 허락한 영원한 법칙에 따라 진행되는 무수한 인과 관계의 필연적 흐름입니다. 따라서 원인을 알 수 없어 우연이라 말해 온 파편들 속에서 드디어 우리가 필연의 질서를 발견할 때, 여기저기 흩어져 잇던 우연의 파편들은 이제 하나로 이어지며 필연이 됩니다. 니체는 이것을 운명애(아모르 파티)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그것은 우연을 견뎌 내며, 우연을 필연으로 이해하고, 끝내 필연을 받아들이는 '필연에 대한 사랑'이기도 합니다. (p.293-294)
너희는 이제 나를 알아보고 있구나. 너에게는 고귀한 이성이 있어, 네가 서 있는 저 낮은 곳에선 이 높은 곳의 나를 발견하게되었구나. 너의 눈은 드디어 나에게 닿아 한눈에 알아보는구나. 너는 바로 나이며, 그리고 나는 바로 너라는 사실을.
(p.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