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읽을 것인가 - '모든 읽기'에 최고의 지침서
고영성 지음 / 스마트북스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북플의 친구분께서 추천 목록에 올라와 있어 토요일이고 해서 부담 없이 집어 들 은 책이다. 독아, 다독, 남독, 만독, 관독, 재독, 필독, 낭독, 난독, 엄독 등 초 10개의 파트로 나누어 독서하는 방법과 연구 자료 그리고 책들을 인용하여 독서의 효과에 대해 설명이 설득력 있었다. 전반적으로 구성이 탄탄하다.

​저자는 현재 독서 전문가, 인문사회과학전문 작가, 심리학, 뇌과학, 행동 경제학 등을 중심으로 인간의마음과 행동 그리고 인간이 만든 시스템에 대한 책을 집필하고있다고 한다.

​작년에 독서에 관한 책은 많이 읽었었다. 결국 독서는 본인 스스로 책을 읽으며 지도를 완성해 간다고 생각한다. 다만 독서론에 관해서는 가끔 읽으며 방향을 맞추어 가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독서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알려 주신 고영성 님에게 감사를 전한다. 2019.12.21.토

"세상에는 아주 단단한 것이 세 가지 있다. 강철, 다이아몬드, 그리고 자신에 대한 인식이다." - 벤저민 프랭클린
p.33

알파벳이나 한글을 읽을 때는 좌뇌 부위만 활성화되는데, 중국어를 읽을 때는 좌뇌와 우뇌를 모두 사용한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큰 차이점이다.
p.55

초보 독서가의 뇌는 문자의 일차적인 이해를 위해 고전분투하는 반면, 숙련된 독서가의 뇌는 문자 해독을 잘 구축된 자동화시스템에서 순식간에 해결해 버린다. 그리고 그렇게 확보한 시간을 은유, 추론, 유추, 감정, 기억, 경험적 배경을 통합하는 좀더 고차원적인 의미 해석을 위해 활용한다. 이러한 '깊이 읽기'는 독서가의 지적 능력을 한껏 성장시킨다. (중략)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숙련된 독서가의 뇌를 가질 수 있을까? 문제 속에 답이 있다. 독서에 숙련하면 된다. 그리고 여러분이 성인이고 초보 독서가라면 숙련의 첫 시작은 단연 '다독'이다.
p.58-59

남독은 특정 주제나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하게 책을 읽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남독은 우리에게 세 가지 변화를 준다. 남독을 하게 되면 당신은 까칠해지고(비판적 사고), 엉뚱해지며(창의적 인간), 겸손해질(세계의 확장)것이다.
p.94

"단 하나의 진정한 여행은 낯선 땅을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눈을 갖는 것, 다른 사람의 눈으로, 그것도 백 명이나 되는 다른 사람의 눈으로 우주를 보는 것, 그들이 저마다 보고 있으며그들 자신이기도 한 백 가지 우주를 보는 것이리라. -마르셀 프루스트
p.153

우리가 책을 읽을 때는 저자의 관점으로 세상을 보는 것과 같다. 우리는 책을 읽으며 나와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한 사람의 의식의 흐름에 동참하게 된다. 외국인, 여행가, 문화 인류학자, 역사학자의 눈으로 세계를 보면, 당연하다고 여겨졌던 규범이 명시적인 관찰로 바뀌게 된다. 세상을 다시 보게 되고, 또한자기 자신을 다시 보게 된다.
p.156

"나는 <미들 마치>를 대여섯 번쯤 읽었다. 그런데 작년에야 비로소 미스터 캐스본에 대한 이 대목을 약간 다른 눈으로 읽을수 있었다. (중략) 독서 전문가 매리언 울프의 고백이다. (중략) 하지만 뇌가 그렇듯이 우리도 끊임없이 변한다. 그리고 재독을 할 때 변해 버린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p.179

뇌는 가소성이 있다. 책을 많이 읽으면 책 읽는 뇌가 되고, 인터넷을 많이 하면 인터넷을 하는 뇌가 된다.
p.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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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9-12-21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독서에 관한 책인가봅니다. 저는 이 작가의 책 중에서는 완벽한 공부법을 본 적 있어요.
독서법이나 공부법 같은 책을 읽을 때면, 좋은 독서습관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초록별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 - 육식주의를 해부한다
멜라니 조이 지음, 노순옥 옮김 / 모멘토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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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

책 제목치고는 꽤 길다는 것을 느끼고 바로 이어 마음속에 갈등이 일어난다. 한편에서는 합리화의 메커니즘이 바로 작동된다. 책을 읽으며 '동물 학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동물들에 대한 인간의 잔인성이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어 읽으면서 너무 마음이 불편했다.

​멜라니 조이는 미국 매사추세츠 교수로 심리학과 사회학을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인간과 동물 그리고 자연에 대한 올바른 관계를 이해하고 개선하는데 앞장서는 교수로 동물의 권리와 사회 정의에 관한 글들도 많이 쓴다고 한다.

​이 책을 통해 육식을 하는 한 사람으로서 동물들에게 머리가 숙여진다. 평소 육식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식탁에 올라 오기까지 동물들의 여정을 생각해보면서 앞으로 식사 전에는 모든 음식에 대해 기도를 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책 속에 다른 서적도 몇 권 소개가 되어 있는 데 계속 읽어보려고 한다. 자연과 인간 그리고 동물들은 서로 존중하며 공존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주신 멜라니 조이와 번역해 주신 노순옥님께 감사함을 전한다. 2019.12.20. 금

우리가 서로 다른 종류의 고기에 대해 상이한 반응을 보이는 까닭은 그것들 간에 실질적인 차이가 있어서가 아니라 우리가달리 인식하기 때문이다. (p.13)

육식주의 시스템의 주된 방어 수단은 보이지 않음, 즉 비가시성이다. (중략) 우리가 길러서 도살하는 동물이 미국에서만 매년 100억 마리나 되지만 우리 대부분은 식육의 생산과정을 부분적으로도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보았는가? (p.44)

돼지가 도살하기 알맞게 자라면 도축장행 트럭에 오르게 된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가능한 한 많은 수를 트럭에 우겨 넣는데, 과밀 적재에다 최고 28시간이나 걸리는 수송 과정에서 음식과 물을 주지 않는 것은 물론 극도의 열기나 냉기로부터 전혀 보호되지 않기 때문에 사망률이 높다. (p.57)

도살할 때가 되면 돼지 못지않게 소들도 죽음을 향한 통로로 들어가지 않으려고 버틴다. 그래서 전기봉으로 충격을 주면서몰고 가는데, 그 과정은 소들과 작업자들이 이미 받고 있는 스트레스를 더욱 가중시킨다. 연방법상 이런 경우 50볼트를 넘는 전기 자극은 불법이다. (p.67)

산란계는 만 한 살이 넘자마자 도축장으로 보내진다. (p.79)

소들의 타고난 수명은 대충 20년이지만 낙농장에서는 4년만 지나면 용도 폐기가 되어 도축장으로 보내진다. (p.82)

육식주의 시스템의 주된 방어 수단인 비가시성은 바다 동물의 처리와 관련해서는 역할이 훨씬 작다. (p.89)

역사를 돌아보면 사람들은 어떤 이데올로기의 폭력성을 깨달았을 때 항상 변화를 요구했음을 알 수 있다. 육식주의의 잔혹한 행위들이 감춰져야 하고 육식주의의 신화가 보존되어야 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p.154)

내면화된 육식주의는 현실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왜곡한다. 동물은 살아 있는 생명체임에도 우리는 그들을 살아 있는 물건으로 본다. 또한 그들이 각기 독립된 개체임에도 불구하고 추상적으로 뭉뚱그려서 인식한다. '한 묶음의 물건'이라는 식이다. 그리고 아무런 객관적 근거도 없이, 그들은 자연이 정한 식용 동물이므로 우리가 그들을 먹는 일은 타당하지 않겠냐고 생각한다. (p.159)

우리가 동물에 대해 느끼는 바와 똑같은 공감과 연민을 우리 자신에게도 보여야 한다. 연민을 가지고 스스로를 바라볼 때 우리는 자신의 감정을 비난과 심판 없이 직시할 수 있다. 그러면서 깨닫는다.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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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하우스
스티븐 J. 굴드 지음, 이명희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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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플 친구분 중에서 과학 교양서 베스트 3를 소개하신 분이 계시다. 이번 기회에 3권이라도 제대로 읽어 보자고 집어 들은 책이다. 1.풀하우스 2.거의 모든 것의 역사 3.우주시간 그너머가 베스트 3이다. 물론 그 분의 개인적인 목록이지만 신뢰가 간다.^^;

과학 용어가 여기저기에서 튀어나와 다소 당황스러웠지만 이해되는 부분만 읽어 나가다 보니 핵심 내용은 눈에 들어왔다.또한 이 책의 번역자이신 이명희 님께서 책 뒷부분에 쉽고 자세하게 중심 내용을 요약해주시어 그것을 먼저 읽고 책을 편안하게 읽어 나갔다.

이 책을 통해 다윈이 주장한 진화론과 진화론에 대한 다양한 이견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스티븐 제이 굴드님과 번역해주신 이명희 님 그리고 북플친구님께 감사드린다.
2019년 12월 19일 목요일

​아랫부분은 이명희 님의 '옮긴이의 말' 에서 중요한 부분을 적어두었음을 밝혀둔다.

​🍁저자 스티븐 제이 굴드는 고생물학자로서 리처드 도킨스, 에른스트 마이어, 메이너드 스미스, 조지 윌리엄스 등과 함께 현대 진화론의 대가 중 한 사람이다. 현재 하버드 대학교수로 재직하면서 동물학 강의와 달팽이 유전학 연구 중 틈틈이 대중 과학서를 집필하여 크게 호응을 받고 있다. 굴드처럼 훌륭한 학자이면서 동시에 뛰어난 문장력과 저술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굴드는 자기의 책 속에서 진화론에 대한 오해들을 지적하며 바로잡기 위해 노력했는데, 그의 주장은 다음 몇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진화는 진보가 아니다.
둘째, 진화는 사다리 오르기가 아니라 가지가 갈라지는 과정이다.
셋째, 진화에서 우연의 역할은 중요하다.

​<풀하우스>에서는 특히 평균에 대한 우리의 잘못된 개념을 수정하고 이것을 구체적으로 야구의 진화, 생명의 진화, 문화의 진화에 적용시키면서 우리의 그릇되니 사고방식을 완전히 바꿀 것을 요구한다. 그래야 비로소 다윈 혁명이 완성된다는 것이다. 한 체계의 평균값으로 그 체계의 전반적 특성을 짐작하는 우리의 사고 습관을 완전히 버려야 체계 내 다양성의 가치가 눈에 들어오고 인간 중심주의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고 누누이 강조하고 있다. 그런 새로운 눈으로 보면, 분명히 생명의 역사에서 생물은 진보되어 간단고도, 더 복잡해져 간다고도 말할 수 없다. 그의 표현대로 진화는 일관성 있는 방향으로 나타나지도 않고 진화의 결과는 필연적이지도 않다. 즉 생명 역사의 테이프를 다시 재생한다면 지능을 가진 우리와 같은 유인원이 태어날 확률은 극히 적다.(p.325-326)

다윈 혁명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프로이트의 표현을 따르자면, 여론 조사가 반대자를 거의 찾아내지 못할 때까지, 또는 인류 대부분이 자연선택에 대하여 정확한 윤곽선을 그릴 수 있을 때까지 그 혁명은 완수되지 않을 것이다. (중략) 호모 사피엔스는 거대하고 풍성한 생명의 나무에 엊그제 돋아난 작은 가지에 지나지 않으며, 그 나무가 다시 씨앗으로 뿌려진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띠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숙지할 때 비로소 완성될 것이다. (p.49-50)

​그릇된 논리를 바로잡고 나면 야구에서 4할 타자가 사라진 것은 오히려 경기 수준이 향상되었기 때문이며, 반대로 생명의 역사에 전체적인 발전 경향 같은 것은 보이지 않으며, 지나 30억 년 동안 박테리아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단지 아주 작은부분에서만 복잡화가 가끔씩 추가되었음을 알게 될 것이다. (p.55)

변이의 특성에 관한 세 가지 개념, 즉 변이의 확장에는 오른쪽 벽과 왼쪽 벽이라는 한계가 있다는 것, 이 한계에 의해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곡선과 왼쪽으로 기울어진 곡선이 발생한다는 것, 그리고 중심 경향성을 말하는 평균값, 중간값, 최빈값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는 것만을 잘 이해해 주기 바란다. (p.86)

진화는 한 집단이 한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전환하는 식으로 진행되는 법은 거의 없다. 그런 진화를 전문 용어로 '향상 진화'라고 하며 사다리, 연쇄, 선형성을 나타내는 비유들로 변화를 형상화했다. 그러나 진하는 정교하고 복잡하게 갈라지는 가지처럼 '분지 진화'의 방식으로 진행된다. 경향이란 하나의 길을 따라 전진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종 분화 사건에서 다음종의 분화 사건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복잡한 전환 또는 옆길로 들어서는 과정이다. (p.93)

타율의 변이의 대칭적인 축소는 두 가지 이유에서 경기의 향상을 나타낸다. 첫째,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인원으로 구성되고오랫동안 똑같은 규칙으로 작동되는 시스템은 서서히 가장 적절한 방식을 발견하며, 모든 구성원들이 최선의 방법을 익히고터득함에 따라 변이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둘째, 평균이 오른쪽 벽으로 움직여 가고 이에 따라 변이가 확장될 공간이 축소되기 때문이다. (중략) 경기의 일반적인 향상으로 변이가 줄어든 결과, 즉 경기가 계속 세련되어져 간 결과 4할 타자가 사라진것이다. (p.177)

진보에 대한 주장은 경향을 어디론가 움직여 가는 하나의 실체로 생각하는 진부한 사고의 전형적인 예다. 생명의 무한한 다양성으로부터 우리는 <평균 복잡성> 또는 <가장 복잡한 생물>과 같은 <기본적인> 값을 뽑아내고 이 실체가 시간이 흐르면서 어떻게 증가했는 가를 추적한다. 우리는 이 증가의 경향을 <진보>라고 명명하고 그러한 진보야말로 진화 과정 전체의 추진력임이 틀림없다는 시각에 갇혀 버리고 마는 것이다. (p.202)

시간... 화석 기록에 의하면 생명은 35-36억 년 전 박테리아로 시작했다.
영원불멸설...수적으로나 다양성으로나 어떤 것으로도 박테리아에 필적할 만한 것은 없다.
분류...박테리아 핵심 부분에 대한 염기서열이 밝혀짐에 따라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이 발견되었다. (중략) 한때 원시적이고 형태적인 다양성이 극히 제한되었다는 이유로 적당하게 하나의 계통으로 분류되었던 박테리아를 크게 둘로 분류할수 있다는 것이 발견된 것이다.
편재성...1.수(박테리아는 생명이 존재할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차지하고 살 수 있다. 2.장소(생물이 견딜 수 있는 한계는거의 박테리아가 설정하고 있다.)
유용성...1.역사적 유용성(오늘날 산소의 대부분은 식물에 의해 방출되고 있지만, 재공급원은 궁극적으로 그리고 진화적으로 박테리아다.)
2.현재의 유용성(생산과 새로운 생산은 가능하게 해주는 분해라는 생태계 내부의 근본적인 에너지 순환을 성립시켜 주는 고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박테리아 생물량에 대한 새로운 데이터...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존재하는 박테리아는 무게만으로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고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우주의 보편적 생명 형태를 대표하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p.244-273)

어느 이름 없는 작은 물고기 하나가 육상에서 몸무게를 지탱할 만한 지느러미를 진화시키지 못했더라면 아마 육상 척추동물은 생겨나지 못했을 것이다. (중략) 인류의 출현은 복잡성을 향한 추진력 같은 것은 존재하지도 않은 예측 불가능한 과정에서 우연하게 발생한 영광스러운 사건이었다. 자신을 출현시키니 이해할 수 있는 생물을 생산하고자 열망하는 진화의 원리에 의해 만들어진 필연적 결과물이 결코 아니다. (p.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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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은 다른 곳에 - 교양선집 16
밀란 쿤데라 지음, 안정효 옮김 / 까치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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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한 달 전에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읽었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 일반 소설과는 다른 문체와 철학적 의미가 함축되어 책장 넘기는 시간이 많이 필요했다. 이어서 <생은 다른 곳에>를 오늘 읽었다. 두 책의 공통점은 모두 7부로 되어 있다는 것... 또한 쿤데라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꽁꽁 보자기에 싸두었다는 것... 잘못 읽으면 삼천포로 빠진다는 것...

쿤데라는 1929년 생이므로 90세가 되는 것 같다. 지금은 프랑스의 외진 곳에서 전화도 없고 문명의 이기가 없는 곳에서 집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책은 1969년 ‘프라하의 봄‘이라고 불리었던 체코 민주화 운동의 실패한 바로 다음 해라고 한다. 주인공인 ‘야로밀‘은 봄의 사랑을 받는 남자‘라고 하니 프라하의 봄과 연결이 된다. <생은 다른 곳에> 제목은 ‘서정시대‘라고 했다가 바꾸었다고 하는데 현재의 삶은 자유의 삶이 아니므로 다른 곳 즉 자유가 있는 곳에서의 삶을 동경하는 의미가 아닌가 생각해보았다.


한 소년의 성장과정에서 사랑에 대한 방황의 과정이 잘 묘사되어 있다. 그리고 어머니의 사랑... 하지만 작가가 이야기하고싶었던 것은 ‘자유‘가 아니었을까? 지금도 프랑스 어디에선가 집필에 몰두하고 계실 밀란 쿤데라님께 감사드린다.
2019.12.18.수


그녀는 이런 식으로 타인의 육체에 자신을 내맡겼던 적이 한 번도 없었으며, 그녀에게 자신을 그렇게 내맡겼던 육체도 없었다. (중략) 그녀는 젖과 더불어 그녀의 가장 깊은 생각과, 관념과, 꿈들이 어린 아들의 내면으로 흘러들어간다고 상상했다.
p.20


‘내적 세계!‘ 그것은 어마어마한 말이었으며, 야로밀은 그 말을 듣고 굉장한 만족감을 느꼈다.(중략) 이런 인식은 그에게 자신의 내적 세계가 가진 독특성이 어떤 능동적인 노력으로부터 연유한 것이 아니라, 제멋대로 그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 모든 요소들로 구성되었다는 인상을 주었다. 그것은 선물로서 그에게 주어진 무엇이었다.
p.43

‘생은 다른 곳에.‘ 프랑스 학생들이 소르본의 벽에 이렇게 낙서를 했다. 그렇다, 그는 그것을 잘 알고, 그렇기 때문에 런던을 떠나 사람들이 반란을 일으키는 아일랜드로 가고 있다. (중략) 그 까닭은 참된 생은 다른 곳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중략) 그 바리케이듸 뒤에 서서, 그들은 현재 세상을 소유하고 있는 자들과 어떤 타협도 거부한다. 인간의 해방은 철저해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그것은 해방이 아니다.
p.203


그렇지만 모든 인간들은 그들의 생이 아닌 다른 생들을 살아볼 수 없기 때문에 후회한다. 그대 또한 그대가 실현해보지 못한모든 잠재성들을, 그대의 모든 가능한 삶들을 다 살아보고 싶은 것이다.
p.310

어머니가 흐느껴 울면서 그에게 키스했다. ˝우리들이 그토록 멋진 시간을 같이 보냈던 그 휴양지를 기억하니?˝ ˝네, 어머니.저는 항상 어머니를 가장 사랑했어요.˝ (중략) 그는 뜨거운 손바닥으로 어머니의 손을 꼭 잡았다. 그는 피곤했다. 너무나 피곤했다.
p.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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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44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김인환 옮김 / 민음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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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 내사랑>, <모데라토 칸타빌레>에 이은 세 번째 작품 <연인>. 이곳 북플 친구분께서 추천해주신 <히로시마 내사랑>을 읽고 마음에 쏙 들었다. 세 권이 마치 시리즈인 듯 수채화 같은 잔잔함이 가슴에 파고들었다. 덕분에 첫사랑도 한 번 생각해보고 ^^;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작품은 본인의 이야기를 잔잔하게 그려나가며 중간중간 자기 삶의 철학이 녹아들어있다. 나의 짧은 소견으로는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이 책으로 '공쿠르 상'을 수상하였다 하니 과연 명작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책을 통하여 '가족애'와 '연인과의 사랑'에 대해 되돌아보는계기가 되었다. 또한 여주인공이 토머스 하디의 <테스>와 이미지가 오버랩되는 것은 왜일까? 연속해서 3권을 읽게 된 계기가 되어 주신 북플친구님과 마르그리트 뒤라스님께 감사드린다.
2019.12.16.월

내 생의 역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거기에는 중심이 없다. 길도 없고, 경계선도 없다. 광활한 장소가있으면 사람들은 누군가가 그곳에 있으려니 하겠지만 사실은그렇지 않다. 그곳에는 아무도 없다.
p.13

욕망을 외부에서 끌어 오려고 해서는 안 된다. 욕망은 그것을충동질한 여자의 몸 안에 있다. 그게 아니라면 욕망은 존재하지않는 것이다. 첫눈에 벌써 욕망이 솟아나든지 아니면 결코 욕망이란 존재하지 않든지 둘 중의 하나이다. 그것은 성욕과 직결된즉각적인 지성이거나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렇게, 나는 '경험' 하기 이전에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p.27-28

그녀가 검은 승용차 안으로 들어간다. 차 문이 다시 닫힌다. 희미하게 느껴지는 나른함이, 일종의 피로가 갑자기 온몸에 퍼진다. 강 위의 불빛이 흐려지면서 보일 듯 말 듯 하다. 가볍게 귀가 먹먹해지고, 사방에 안개가 퍼진다.
p.43

"난 어머니가 얘기하는 것을 확실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이 방이 바로 내가 기다리던 것이라는 것을 알아요." 나는 대답은 기다리지 않고 계속 말한다. 어머니는 마치 신의 사자나 되는 것처럼 자기가 생각하는 것을 악을 쓰며 말한다고. 어머니는 그어떤 사람에게도, 그 어떤 신에게도, 그 어떤 것에도 기대해서는안 된다고 고함을 친다는 것을 그에게 말해 준다.
p.57

그는 자신의 감정을 빗대어서밖에는 표현하지 못한다. 나는 그가 자기 아버지와 맞서서 나를 사랑하거나, 나를 아내로 맞아들이거나, 나를 데리고 도망칠 용기가 없음을 깨닫는다. 두려움을 넘어 사랑할 힘이 없기 때문에 그는 곧잘 운다. 그의 영웅심, 그것이 바로 나이고, 그의 노예근성, 그것은 그의 아버지의 재산이다.
p.62-63

우리는 어머니를 절망에 빠뜨려 버린 이 사회의 한편에 비켜서있다. 그토록 다정하고, 그토록 남을 쉽게 믿는 우리 어머니에게 사람들이 저지른 짓들 때문에, 우리는 삶을 증오하고, 우리자신을 증오하고 있다.
p.69

"단지 돈 때문에 그 남자를 만나는 거니?" 나는 머뭇거리다 오로지 돈 때문이라고 말한다. (중략) "너는 너무 오랫동안, 너무나이 들도록 그렇게 살다 보니 즐거움을 느끼는 법을 잊고 말았지만.'
p.111

전쟁이 끝나고 몇 해가 흘렀다. (중략) 그는 말했다. '그냥 당신목소리가 듣고 싶었소." 그녀가 말했다. "나예요. 안녕하세요."그는 겁을 먹고 있었다. 예전처럼 두려워하고 있었다. (중략) 그는 아직도 그녀를 사랑하고 있으며, 결코 이 사랑을 멈출수 없을 거라고. 죽는 순간까지 그녀만을 사랑할 것이라고.
p.136-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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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9-12-17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책 중에서는 영화 때문인지 연인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책 같아요.
이 책의 표지도 영화의 포스터에서 온 것 같네요.
초록별님,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편안한 저녁시간 되세요.^^

초록별 2019-12-17 19:39   좋아요 1 | URL
전 영화를 못 보았는데 책의 이미지가 너무 마음에 스며들어 영화는 안보려구요^^; 편안한 저녁이어가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