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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44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김인환 옮김 / 민음사 / 2007년 4월
평점 :
🌲<히로시마 내사랑>, <모데라토 칸타빌레>에 이은 세 번째 작품 <연인>. 이곳 북플 친구분께서 추천해주신 <히로시마 내사랑>을 읽고 마음에 쏙 들었다. 세 권이 마치 시리즈인 듯 수채화 같은 잔잔함이 가슴에 파고들었다. 덕분에 첫사랑도 한 번 생각해보고 ^^;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작품은 본인의 이야기를 잔잔하게 그려나가며 중간중간 자기 삶의 철학이 녹아들어있다. 나의 짧은 소견으로는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이 책으로 '공쿠르 상'을 수상하였다 하니 과연 명작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책을 통하여 '가족애'와 '연인과의 사랑'에 대해 되돌아보는계기가 되었다. 또한 여주인공이 토머스 하디의 <테스>와 이미지가 오버랩되는 것은 왜일까? 연속해서 3권을 읽게 된 계기가 되어 주신 북플친구님과 마르그리트 뒤라스님께 감사드린다.
2019.12.16.월
내 생의 역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거기에는 중심이 없다. 길도 없고, 경계선도 없다. 광활한 장소가있으면 사람들은 누군가가 그곳에 있으려니 하겠지만 사실은그렇지 않다. 그곳에는 아무도 없다.
p.13
욕망을 외부에서 끌어 오려고 해서는 안 된다. 욕망은 그것을충동질한 여자의 몸 안에 있다. 그게 아니라면 욕망은 존재하지않는 것이다. 첫눈에 벌써 욕망이 솟아나든지 아니면 결코 욕망이란 존재하지 않든지 둘 중의 하나이다. 그것은 성욕과 직결된즉각적인 지성이거나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렇게, 나는 '경험' 하기 이전에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p.27-28
그녀가 검은 승용차 안으로 들어간다. 차 문이 다시 닫힌다. 희미하게 느껴지는 나른함이, 일종의 피로가 갑자기 온몸에 퍼진다. 강 위의 불빛이 흐려지면서 보일 듯 말 듯 하다. 가볍게 귀가 먹먹해지고, 사방에 안개가 퍼진다.
p.43
"난 어머니가 얘기하는 것을 확실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이 방이 바로 내가 기다리던 것이라는 것을 알아요." 나는 대답은 기다리지 않고 계속 말한다. 어머니는 마치 신의 사자나 되는 것처럼 자기가 생각하는 것을 악을 쓰며 말한다고. 어머니는 그어떤 사람에게도, 그 어떤 신에게도, 그 어떤 것에도 기대해서는안 된다고 고함을 친다는 것을 그에게 말해 준다.
p.57
그는 자신의 감정을 빗대어서밖에는 표현하지 못한다. 나는 그가 자기 아버지와 맞서서 나를 사랑하거나, 나를 아내로 맞아들이거나, 나를 데리고 도망칠 용기가 없음을 깨닫는다. 두려움을 넘어 사랑할 힘이 없기 때문에 그는 곧잘 운다. 그의 영웅심, 그것이 바로 나이고, 그의 노예근성, 그것은 그의 아버지의 재산이다.
p.62-63
우리는 어머니를 절망에 빠뜨려 버린 이 사회의 한편에 비켜서있다. 그토록 다정하고, 그토록 남을 쉽게 믿는 우리 어머니에게 사람들이 저지른 짓들 때문에, 우리는 삶을 증오하고, 우리자신을 증오하고 있다.
p.69
"단지 돈 때문에 그 남자를 만나는 거니?" 나는 머뭇거리다 오로지 돈 때문이라고 말한다. (중략) "너는 너무 오랫동안, 너무나이 들도록 그렇게 살다 보니 즐거움을 느끼는 법을 잊고 말았지만.'
p.111
전쟁이 끝나고 몇 해가 흘렀다. (중략) 그는 말했다. '그냥 당신목소리가 듣고 싶었소." 그녀가 말했다. "나예요. 안녕하세요."그는 겁을 먹고 있었다. 예전처럼 두려워하고 있었다. (중략) 그는 아직도 그녀를 사랑하고 있으며, 결코 이 사랑을 멈출수 없을 거라고. 죽는 순간까지 그녀만을 사랑할 것이라고.
p.136-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