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카운슬링 - 심리학자도 훔치고 싶은 경제학자의 명쾌한 인생 솔루션
팀 하포드 지음, 안진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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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상사의 눈에 띄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출근하는 게 나을까요? 가장 늦게 퇴근하는 게 나을까요?
A : 마지막 퇴근자가 되는 길을 택하는 것이 비용 대비 효과가 클 것 같군요.
첫 출근의 경우 당신이 60시 30분에 출근했는데 누군가가 15분에 도착해 있으면 아무 소용 없으니깐요. 하지만 마지막 퇴근의 경우 '끝까지 버티기'전략을 쓰기 수월합니다. 동료보다 1초 늦게 퇴근하면 되니깐요. 단, 경고 한마디 드려야겠군요. 이 시합에서 이득을 얻는 건 결국 사장이라는 사실입니다. 직원들의 첫 출근 경쟁과 마지막 퇴근 경쟁은 직원들에게는 모두 비용이고, 사장에게는 모두 이익이 되니깐요.
_ <경제학 카운슬링>, 16-17쪽 중에서
 


 똑똑하게 배우자를 선택하는 법, 효율적인 연봉협상법으로 내 몸값을 올려 이직하는 법, 육아와 직장생활의 딜레마 등 내 인생 굵지의 문제에서부터 욕 안 먹고 싸구려 선물 멋지게 선물하는 법, 출근 시간에 확실하게 앉아서 가기,  데이트 비용 나누어내기 등 일상 속에서 부딪히는 소소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문제들까지, 이 모든 것을 명쾌하고도 분명하게 한방에 해결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없을까?

 수많은 인생의 문제를 심리학자에게 물어왔지만 뭔가 분명하고 똑부러지며 명쾌한 답을 찾지 못해 여전히 답답했다면 방법을 바꾸어보자. <경제학 카운슬링>은 바로 이런 사람들을 위한 해결법을 제시하는 책이다. 경제학이라고 해서 또 고리타분하고 재미없고 어려운 것으로 여긴다면 오산! 경제학 보다는 '카운슬링'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는 책이다.

 <경제학 콘서트> 1,2 권으로 국내 독자들에게 친숙한 팀 하포트가 이번에는 어려운 경제용어가 아닌 '인생 문제 해결사'로 돌아왔다. 이 책에 실린 내용은 영국에서 발행되는 세계적인 경제 일간지 <파이낼셜 타임스>에 연재되던 칼럼을 엮은 것으로 실제 독자들이 보내온 개인적인 고민거리를 골라 팀 하포드가 그에 대한 명쾌한 답을 내려준다.
 

   
 

 * 뮤지션을 꿈꾸고 있어요. 대학원에 갈까요? 일을 해야하는 걸까요? _ 어느 대학의 4학년 졸업반 학생이
 -> 부모님께 대학생활에 들어가는 제반 비용을 아끼는 대신, '인생 대학교'의 첫 2~3년 동안 보조금을 지급해 달라고 하세요. 학교 공부라는 투자가 클래식 분야나 비재즈 분야에서는 수익 면에서 10퍼센트 상승을 안겨주지만, 재즈 분야에서는 오히려 마이너스로 작용한답니다.

*  연애도 할만큼 한 것같고, 이제 정착을 해야 할 것 같은데 언제가 좋을까요? _ 싱글 청산기에 다른 한 골드미스가
-> 단골 음식점이 있는데 어느 시점에 새로운 요리를 먹어보는 시도를 그만두고 선호하던 음식을 주문하는 게 적절할까요를 생각해보세요. 자주 가는 식당이라면 당신의 탐구는 충분히 가치 있겠지만 곧 문을 닫을 시기라면 선호 음식을 고수하는 것이 낫겠지요. 당신도 곧 40대에 다다른답니다.

* 헬스장을 등록했습니다. 창피하지만 거의 간 적이 없어요. 어쩌죠? _ 헬스장에 돈 퍼주는 한 직장인 남성이
-> 지금 당장 횟수별 회원권으로 전환 가능한지 알아보세요. 당신의 의지력이 획기적으로 달라지지 않는 한 그쪽이 훨씬 저렴하니깐요. 혹은 남은 기간동안 헬스장에 간다는 데 100만원을 걸고 저랑 내기를 해보는 건 어때요? 

 
   

가끔은 지나친 서양문화에 이게 왜 문제야, 라고 느끼는 부분도 있지만 대부분은 우리들 역시 공감하고 여전히 어렵게 여기고 있는 부분의 문제들이다. 탄탄한 경제학 이론을 조목조목 알려주기보다는 우리 인생의 문제를 경제학의 이론과 팀 하포드 특유의 유머를 적절히 섞어낸 책이라 할 수 있겠다. 그동안 정형화된 경제학 교양서에 질린 독자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직장 생활편, 연애편, 가족편, 여가편, 일상편 등의 총 5편 속에 담겨 있는 내 문제를 찾아서 읽어보자. 심리학자에게 묻는 것 보다 내 살림살이는 더 나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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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마 죽지마 사랑할거야>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울지 마, 죽지 마, 사랑할 거야 - 지상에서 보낸 딸과의 마지막 시간
김효선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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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은 부모와는 전혀 다른 영혼인 것 같아.
수억의 광년을 뚫고 빞나는 햇살로 우리에게 잠시 머물렀다가 어디론가 향해 자신의 길을 떠나는 존대 같은 것. 강물이 흘러  와 효선의 이마를 짚고 또다시 흘러가네.
  
_ 147쪽

 
   
 

삶의 마지막 순간의 다양한 풍경을 담았던 <마지막 사진 한 장>책 표지에서 너무나 사랑스럽게 잠든 아가의 모습이 떠오른다. 세상에 태어난지 1년 남짓, 불치병을 진단받은 그 아가는 엄마와 단 한마디의 인사도 나누지 못한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엄마의 마음은 찢어진다.  열달 동안 자신의 품에 품고 지냈던 자신의 아가와 눈빛 한번 제대로 교환하지 못하고,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나누지 못하고 다시 하늘로 되돌려 보내야만 했을 때 엄마의 마음은 얼마나 아팠을까? 

방송작가인 작가가 자신의 딸 서연을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나보내는 과정을 그린 이 책 <울지마, 죽지마, 사랑할거야>는 그런 "엄마의 마음"이 가득히 담겨 있는 책이다.  

어느날 갑자기 큰딸 서연의 백혈병 선고를 받고, 그 이후 백혈병 병동에서 일어나는 가슴아프고 힘든 투병생활, 그로 인한 가족과 주변 사람들과의 갈등, 그리고 정작 자신은 딸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의 무력함까지, 지상에서 딸과 보낸 마지막 2년간의 기록이 담겨 있다. 

불치병에 걸리고 나서야,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와서야 엄마는 자신이 이해하지 못했던 서연이 있었음을 발견하고 마음아파한다. 서연 역시 바쁘다는 핑계로,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더 소중히여겨져 엄마와, 가족과 함께하지 못했지만 이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마지막 순간에 가서야 서로의 소중함을 느끼고 함께 할 수 있음의 행복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늘 그렇다. 늘 옆에 있어 보이지 않는 공기의 소중함을 모르듯이, 늘 옆에서 힘이 되어주고 행복을 가져다주는 가족의 존재는 최후의 순간에 가서야 깨닫게 되고 감사하게 되는 거다. 메멘토 모리. 죽음의 순간을 기억하라는 말도 그 말에 비롯된 것일꺼다. 최후의 순간을 생각하면 지금 내가 무엇을 위해야 살아야 하는지가 명백해진다. 

너무나 고통스러운 백혈병 투병생활, 그리고 그 병동에서 일어나는 죽음을 맞는 갖가지 모습들을 통해 우리는 다시 한번 살아있음의 가슴벅참과 내 삶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서연이 우리에게 남기고 간 것, 그리고 서연의 엄마인 작가 김효선이 그 고통의 순간을 글로 써내련 간 것은 우리에게 '지금의 소중함'을 전하고 싶어서가 아닐까? 후회없이 사랑하고, 죽도록 행복할 것. 하늘로 먼저간 서연의 명복과, 남아있는 서연 가족의 행복을 조용히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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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 최후의 20년 - 유랑하는 군자에 대하여
왕건문 지음, 이재훈.은미영 옮김, 김갑수 감수 / 글항아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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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살에 노나라 대사구의 자리까지 올랐던 공자. 제나라 협곡에서 벌인 협상에서 군사적 병력 하나 없이 뛰어난 기지 하나로  제나라에게 빼앗겼던 땅도 되찾고, 순장과 같은 사회적 악습도 뿌리 뽑았지만 무력한 노나라의 정공과 마치 자신들의 나라인양 권력을 휘두르는 삼환의 세력에 공자 나이 55세에, 제자들과 함께 자신의 고향을 떠나 천하주유를 시작한다. 노나라를 떠나 제, 위, 정, 진, 채 등 춘추전국 시대의 천하를 떠돈 14년 간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 바로 이 책 <공자, 최후의 20년>이다.

우리가 공자를  매우 고리타분한, 혹은 어려운 인물로 여기는 건 그동안 우리는 공자를 '사상가'로서만 읽어왔기 때문이다. 최근 주윤발이 공자 역으로 열연을 했던 영화 <공자>도 그렇고, 이 책 <공자, 최후의 20년>도 공자라는 인물이 새롭게 다가오는 것은 공자를 사상가 공자가 아닌 역사 속 한 인간인 공자로 바라봤기 때문이다. 세상이 자신을 알아봐 주지 않음에 대한 인간적인 고뇌, 14년을 떠돌며 생활의 궁핍에서 오는 제자들과의 갈등, 자신의 뜻이 과연 옳은 것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자기 반성까지,  <춘추>와 <논어> 등의 공자를 대표하는 계급장을 떼버리고 인간 공자를 조망한 것이다. 

           지위가 없음을 걱정하지 말고 지위를 감당할 만한 능력을 갖출 일을 걱정하라.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이 없음을 걱정하지 말고,  
           남들에게 알려질 만한 능력을 갖추도록 노력하라.
         _ 『논어』, 「이인」  

공자가 말했다.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음을 걱정하지 말고, 남들에게 알려질 만한 능력을 갖추도록 노력하라"고. 공자의 일생은 세상이 알아주지 않음에 대한 고뇌가 주조를 이루고 있었다. 노나라에서 결국 그의 뜻을 펼치지 못한 공자는 위나라와 진나라 등에서도 자신을 알아주는 군주를 만나기 위해 끊임없이 떠돌았다. 그와 일평생을 동고동락한 제자들까지도 공자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세상이 알아주지 않는 것을 도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까"라고. 

 그럴만도 하다. 제 아무리 옳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고, 스스로 합당한 이유를 가지고 있다지만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것에 등을 돌린다면 자기 자신도 그것에 대한 의문이 들기 십상이다. 그런데 14년간 가족의 얼굴도, 제대로 된 밥 한번 먹지 못하고 공자의 신념을 따라 14년을 떠돌이 생활을 하며 생활의 고통을 겪고 있는 제자들은 오죽했을까. 어찌되었든 등용이 되어야 도도 실천할 수 있는 것이지 않은가. 답답한 제자들은 그에게 물음을 던지지만 공자의 대답은 하나다. "군자는 능한 것이 없음을 병으로 여기고, 사람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 것을 걱정하지 않는다."

 결국은 공자의 말이 맞았던 셈이다. 73년 평생 세상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았지만 공자는 도를 아는 자들은 결국 자신을 알아줄 것이라 생각했고, 그의 사상과 가르침은 수천 년을 지난 지그의 우리들까지 읽고 있으니 말이다.   

이 책에서 조망한 부분 중 제자들과의 갈등을 묘사한 부분도 재미있다. 흔히들 14년을 쫓아다니며 공자를 받든 제자들은 공자에게 불만 하나 없었을 것 같지만 그들도 인간인지라 떠돌이 생활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을거다. 먹지도, 쉬지도 못하며 공자 하나만을 바라보며 척박한 땅을 떠돌던  제자들은 이렇게 외친다. "우리는 코뿔소도 아니고 호랑이도 아닌데 왜 정착하지 못하고 광야에서  이리저리 방황해야 합니까?_ 120쪽" (공자는 백이와 숙제의 이야기로 그에 대한 대답을 한다.)

"안회라는  자가 있는데 배우기를 좋아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화풀이를 하지 않으며 잘못을 두 번 저지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단명하여 지금은 없습니다. 그처럼 배우기를 좋아하는 자를 이제껏 보지 못했습니다."

_ 『논어』, 「옹야」

 

공자에게는 수많은 제자들이 있었지만 그 가운데도 유독히 안회를 아꼈다고 한다. 이는 물론 안회가 공자의 뜻을 가장 잘 이해했으며 영민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허구가 많이 보태어지기는 했으나 영화 <공자> 속의 안회는 얼음 바다에서 숨이 멎어가면서도 공자의 글이 적혀있는 죽간을 하나라도 더 건지려고 애쓴다. 그만큼 공자의 말씀을 소중히 여겼던 제자였다. 공자 역시 그를 아들 이상으로 생각했는데 안회의 죽은 시신을 끌어안고 며칠을 슬퍼했다고 전해진다. 자로 역시 공자가 아끼던 제자였는데 그 또한 공자 자신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다.

고리타분해 보이기만 하던 공자도 한 인간으로 만나면 재미있다. 그의 사상이 어떠한 배경을 바탕으로 나왔는지도 자연스레 이해되고, 공자의  인간적인 면모를 이해하면서 그의 사상까지 그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쓰디쓴 처절한 방랑기, 갈등과 끈끈한 유대의 두 면모를 가지고 있는 제자들과이 관계, 동거동락하며 겪는 뭉클한 감동의 스토리까지 인간 공자가 궁금하다면 만나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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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의 악마들 - 중앙아시아 탐험의 역사
피터 홉커크 지음, 김영종 옮김 / 사계절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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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최악의 사막"_ 스벤 헤딘, "아라비아 사막은 타클라마칸에 비하면 '길들여진' 것" _ 오렐 스타인, "죽음의 땅" _ 퍼시 사이크스 경(카쉬카르 주재 영국 총영사), "너무나 소름끼치는 황료함" _ 누이 엘라(사막 여행 전문가), "들어가면 당신은 나오지 못하리라" _ 투르크어로 타클라마칸의 뜻

북쪽에는 장엄한 천산 산맥이 있고, 서쪽으로는 세계의 지붕인 파미르가 있으며, 남쪽으로는 카라코람과 곤륜 산맥이 뻗어있다. 오직 동쪽에만 산맥이 없지만 그 대신 롭 사막과 고비 사막이라는 두 개의 장애물이 놓여 있다. 2천 년 전 유사(流沙), 즉 움직이는 사막이라 불리는 타클라마칸을 사람들은 이렇게 불렀다. 

타클라마칸 사막은 비단길이 불리는 실크로드의 한 가운데 있다. 실크로드는 장안(오늘날의 서안)에서 시작하여 감숙성의 난주를 지나 고비 사막 안에 있는 오아시스 도시인 돈황으로 연결된다. 여기서 길은 두 갈래로 갈리는데, 옥문관을 지나 타클라마칸의 북쪽으로 투르판, 카쉬갈 등을 통과하는 서역북로와 양관을 지나 롭 노르를 끼고 가면서 누란을 지나 가는 서역남로가 그것이다. 그리고 이 두 길은 다시 합쳐져 파미르를 건너 서쪽의 투르키스탄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순식간에 하늘이 어두워지고..... 잠시 후 폭풍이 무서운 힘으로 대상들 위에 휘몰아치기 시작하였다.

엄청난 양의 모래가 자갈과 뒤섞여 공중으로 올라가 소용돌이치면서 사람과 동물 위로 덮쳤다. 더욱 어두워지면서 무엇인가 꽝 하고

부딪치는 소리가 폭풍의 으르릉거리는 포효 소리와 뒤엉켰다. 모든 게 마치 지옥의 한가운데서 일어나는 것 같았다. ...

이런 폭풍의 습격을 받은 여행자는 아무리 푹푹 쪄도 털담요를 뒤집어쓰고서 머리 위로 미친 듯이 쏟아지는 돌에 부상을 입지 않도록 해야 했다.

사람과 말은 몸을 엎드린 채 폭풍의 분노를 참아내는 수밖에 없었고, 이는 때로 몇 시간씩 계속되었다.

_ <실크로드의 악마들>, 24-25쪽

 
     

 

이름에서부터 그렇듯 '실크로드'는 화려한 비단이 하늘거리고, 딸랑거리는 낙타가 석양을 걸어가는 매우 낭만적인 길로 여겨져지지만 사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실크로드만큼 험난하고 불안한 역사를 가진곳도 없다. 수많은 침략과 약탈, 역사의 발견까지 '고고학적 침략'이라고 명명된 실크로드. <실크로드의 악마들>은 바로 이 실크로드의 역사를 탐험가 6인의 이야기를 통해 되짚어 본다. 스웨덴의 스벤 헤딘, 영국의 오렐 스타인, 독일의 폰 르콕, 프랑스의 폴 벨리오, 미국의 랭던 워너, 일본의 오타니 백작까지 후대의 평가를 떠나 실크로드를 발견한 핵심 인물 6인의 이야기를 주축으로 그 역사를 이야기 한다. 

모래로 뒤덮여 있던 이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소설만큼이나 흥미진진하다. 삽을 잃어버려 그것을 찾기 위해 사막을 헤매다 신비의 왕국 '누란'의 유적을 발견할 수 있었던 스벤 헤딘이나, 고문자에 열광하는 서구인들을 보고 아애 본인이 글자를 만들어 고문서를 만들어벼려 서구의 고고한 학자들을 웃음거리로 만든  이슬람 아훈, 스타인의 현련한 말에 막고굴의 모든 것을 내준 왕안석까지 실크로드 위를 거쳐간 사람들의 이야기는 한편 한편이 픽션만큼이나 드라마틱하다.   

또한 이 책은 더이상 실크로드를 낭만의 길로 묘사하지 않는다. 실크로드가 생겨나게 된 이유만 보아도 결코 '교류'가 그 중심에 있지는 않다. 실크로드의 아버지라 불리는 장건이 타클라마칸을 넘은 이유는 강해지는 흉노에 대항할 방법이 없자 중앙아시아에 사는 월지국과 손을 잡기 위해서였다. 정복과 피정복의 관계, 사막이라는 환경에서 오아시스 도시가 갖는 물자의 풍족함 등이 침략과 약탈로 반복되며 자연스레 하나의 길이 만들어지고, 훗날 교역의 중심길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거다.

이 책의 저자는 이 6명의 탐험가에 대한 도덕적인 평가는 뒤로 미루자고는 하지만 역시 그 문제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는 없었나보다. 중국인들의 입장에서야 이들 6명의 탐험가는 사실 무자비한 약탈자와 다름 없었다. 페리오는 돈황 천불동의 '비밀의 서고'를 들어간 범죄를 저질렀고, 스벤 헤딘 역시 누란의 중요한 역사 문서를 다 가져가 버렸다. 수집광들이 칼질해 놓은 석굴 사원의 벽화들과 본국으로 가져간 고고학적 가치가 높은 수많은 유물들... 하지만 이에 대해 피터 홉커스는 말한다. "유물의 손상을 가한 것이냐, 유물을 구출한 것이냐를 묻느다면 두 가지 다 맞는 말이다. 유럽인들이 유물을 빼앗아 간 것도 맞고, 그대로 두었다면 무슬림들에 의해 손상을 당했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실크로드 발굴을 둘러싼 탐험가들에 대한 도덕적 판단이야 각자 하는 것이고, 그 모든 것을 떠나 실크로드를 둘러싼 중앙아시아를 탐험한 그들의 공은 인정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실크로드는 누구의 역사도 아니다. 그냥 실크로드의 역사일 뿐이다. 그 길을 걸었던 소그드 상인들을 어느 국가의 민족이 아닌 그냥 '소그드 상인'으로 바라보는 것처럼 실크로드의 역사도 그냥 실크로드의 역사로 바라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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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의 몸값 2>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올림픽의 몸값 2 오늘의 일본문학 9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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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올림픽을 앞둔 1988년의 서울이 그랬듯이, 1964년 도쿄 올림픽을 앞둔 도쿄도 모든 국민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손꼽아 올림픽을 기다렸을 거다. 전 세계의 모든 언론과 시선이 일본을 주목하고 있다는 뿌듯함, 세계인의 축제의 장이 바로 자신들의 땅에서 열리고 있다는 자부심, 이제는 폐전국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한  나라로 거듭난다는 자신감 등이 도쿄를, 나아가 전 일본인들을 열광케 했고 흥분케 했다. 그들에게 올림픽은 간절한 염원이었고 희망이었다.

전 세계를 상대로 일본을 한껏 드러낼 수 있는 기회였다. 도시를 활보하던 야쿠자들도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는 숨죽이며 지내기로 서로가 합의를 했고, 좀도둑들도 국가적인 망신을 피하기 위해 잠시 도둑질을 멈춘다. 깨끗하게 단장한 거리를 보여주기 위해 흉물스러운 건물들은 전부가 철거되었고, 최신식 경기장을 짓기 위해 밤낮없이 인부들은 땀을 흘렸다. 당장의 생계가 힘들어도, 쉬지 못해 쓰러지는 한이 있어도 그들에게 올림픽은 꿈이었기에 전혀 힘든 것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 때에 찬물을 끼얹는, 아니 찬물 정도가 아니라 빙하같은 얼음을 쏟아 붓는 편지가(그것도 일본인이 쓴), 경찰서에 도착한다. 



"나는 도쿄올림픽의 개최를 방해할 것이다. 며칠 안으로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겠다."


두말의 설명이 필요 없는 유쾌한 작가 오쿠다 히데오가 이번에는 <올림픽의 몸값>이라는 장편소설로 찾아왔다. 도쿄대생 주인공 구니오가 도쿄올림픽 개최를 인질로 국가를 대상으로 거액의 몸값을 요구하며 벌이는 거침없는 한 판 승부다. 전 2권이지만 빠른 전개와 흥미진진한 에피소드, 길지 않은 문장 호흡으로 속도감을 높여줘 잡으면 2권까지 순십간에 읽히는 책이다. 특히나 올림픽 개최의 날이 점점 다가오면서 쫓고 쫓기는 관계가 숨막히게 조여오면 절대로 책을 놓을 수가 없다.

주인공 구니오는 도쿄대생으로 부모님과 형이 보내주는 돈으로 착실하게 공부를 하며 평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구니오에게 형의 부고 소식이 전해진다. 올림픽 경기장 건설 현장에서 인부로 일하던 형이 심장 발작으로 쓰러져 사망했다는 것이었다. 형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건설 현장을 찾은 구니오는 형의 죽음을 급하게 덮으려고만하는 건설업체 측에 의문을 품게  된다. 더하여 형이 자신을 위해 얼마나 힘든 일을 겪었는지 본인이 스스로 체험을 해봐야겠다는 생각까지 한 구니오는 그 두가지 이유로 인해 자신도 건설 현장에서 인부들과 함께 일을 시작하게 된다.

건설 현장에서 구니오가 본 올림픽은 철저하게 자본가를 위한 것이었다. 가난한 사람들은 여전히 가난할 수 밖에 없었으며, 프롤레탈리아들은 더 처절하게 짓밟히고 있었다. 올림픽으로 인한 일자리 창출은 허울 뿐이었다. 하루 3교대, 올리픽이 닥쳐와서는 2교대까지 하는 인부들은 오히려 자본가들에게 봉이었다. 장갑 등 각종 장비를 비싼 돈으로 되팔아먹었으며, 짧은 시간 식사를 해결해야 하는 그들에게 형편 업는 주먹밥을 인근 식당에서 파는 밥보다 비싸게 팔아먹었다. 힘든 노동을 견디기 위해 필로폰 등 마약을 찾아 전전하는 인부들을 못본척 했으며, 그로 인해 발작을 일으켜 위험 상태에 이르러도 외부에 알려지면 안된다며 덮어버리기에만 급급했다.



"도쿄만 부와 번영을 독차지하다니, 결단코 용서할 수 없는 일이에요. 누군가가 나서서 저지해야 합니다.내게 혁명을 일으킬 힘은 없지만, 그래도 타격을 주는 것쯤은 할 수 있어요.
올림픽 개최를 구실로 도쿄는 점점 더 특권을 독차지하려 하고 있어요. 그걸 말없이 보고만 있을 수는 없지요."

_ <올림픽의 몸값>1권, 404쪽 


구니오는 자신의 형이 이러한 착취 속에서 철철한 외로움과 싸워가며 쓸쓸히 죽어간 사실을 알고 국가에, 세상에 분노하게 된다. 그리고 국가가 지금 가장 두려워 하는 것,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를 인질로 한 판 승부를 벌이게 된다. 하지만 역시 일개 개인이 국가를 상대로 싸우는 건 쉽지 않다. 건설 현장에서 몰래 빼돌린 다이너마이트로 경찰청장의 집, 경찰 학교 등 폭파 사건을 일으키지만 그 사건이 일어난 사실은 아무도 모르게 덮여진다. 신문에 단 한줄도 언급 안된 건 물론이고 주변 사람들까지의 철저한 입막음은 구니오를 더욱더 분노하게 한다.



이렇게 보면 마치 올림픽을 앞두고 계급투쟁을 하는 부르조아와 프롤레타리아의 대결 구도 같아 보이기는 하지만 소설 자체가 그렇게 무거운 건 아니다. 오쿠다 히데오 역시 겉으로는 프롤레타리아의 편에서 그들을 옹호하고 자본가를 비판하고 있는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계급 투쟁을 한다는 대학생들이 실은 사상과 신념 보다는 자기 몸 챙기기에 급급한 연약한 존재들이고, 행동이 아닌 자신들이 쳐 놓은 울타리 안에서 자기들끼리 벌이는 탁상공론으로 사회를 비판하는 모습을 해학적으로 그려낸 것을 보면 말이다. <남쪽으로 튀어>에서도 그렇지만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이 거부감이 들지 않는 것을 이렇게 아슬아슬하게 중간 줄타기를 잘 해내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모든 것을 뒤로 하더라도 구니오와 경찰 마사오의 쫓고 쫓기는 관계, 협상금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기차 역에서의 숨막히는 추격신, 그리고 최후의 날인 올림픽 계회식 날 경기장 안에서 두 사람이 마주하는 순간까지 그 스릴과 긴장감은 단연 이 소설의 최고라 할 수 있겠다.  구니오는 과연 자신의 신념을 관철시킬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경찰 마사오가 모든 일본인의 염원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 이 둘을 둘러 쌓고 벌어지는 갖가지 사건과 사고, 흥미진진한 에피소드들이 한데 어울려 맛깔나게 버무러진 정말 말 그대로 '재밌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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