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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괴짜경제학 - 세상의 이면을 파헤치는 괴짜 천재의 실전경제학
스티븐 레빗 지음, 안진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지상 최대의 키보드 배틀이 벌어진다
지금 미국의 온라인 세계를 한 권의 책이 핫(hot)하게 달구고 있다. 지상 최대의 '키보드 배틀이'라고 불리는 이 온라인 논쟁은 4년 전 <괴짜경제학>으로 '괴짜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스티븐 레빗과 스티븐 더브너의 후속작인 <슈퍼괴짜경제학>에서 시작되었다. 출간 일주일만에 수믾은 논란과 비판을 일으키며 세계 지성인을 컴퓨터 앞으로 불러모와 논쟁에 참여하게 한 이 책은 관련된 글만 153만건, 블로그 포스팅은 20만 6000건에 달했다(구글에서 '슈퍼괴짜경제학'으로 검색한 건에 대한 집계이며 한국경제신문의 통계를 인용하였다).
이 논쟁이 더욱 화제가 되며 연일 언론매체에서 보도되었던 건 일반 블로거 뿐만 아니라 전문가 집단과 지성계 집단이 이 배틀에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2008년 노벨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 UC 버클리의 경제학자 브래드포드 드롱, 하버드 대학의 그레고리 멘큐 등 세계 최정상급 경제학자들이 대거 이 논쟁에 참여했다. 또한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AP통신 등 각각의 언론매체들은 저자들의 주장에 반박하는 통계자료와 갖가지 수치들로 이 거대한 논쟁에 참여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자들과 학자, 전문가들이 자신의 블로그와 이메일 등을 통해 마치 일반 블로거들처럼 싸우고 있는 것이다.
또 한번의 '괴짜 신드롬', 일어날 것인가
우리의 경제학적 접근법은 세상을 우리가 바라는 모습이나 꺼리는 모습으로, 또는 간절히 원하는 모습으로 설명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그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설명하기 위한 방법이다.
우리 대부분은 어떤 방식으로든 세상을 고치거나 변화시키길 원한다.
하지만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세상을 이해해야 한다.
_ <슈퍼괴짜경제학>, 36쪽 중에서
<괴짜경제학>이 출간되었을 때도 스티븐 레빗, 스티븐 더브너 콤비는 경제학의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등장했었다. '마약 판매상은 왜 부모와 함께 사는 걸까?','낙태의 합법화가 범죄율을 줄였을까?', '총보다 집 안의 수영장이 더 위험한 이유는?' 등 경제학과 동떨어진 분야의 이야기를 경제학자의 눈으로 명쾌하게 풀어내며 단순히 경제학의 논리를 설명하는 것이 아닌 사회경제학자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특히 소재 하나하나가 우리의 상식과 통념을 깨는 것들이었으며, 그 안에서 움직이는 '인센티브'라는 원리로 그 궁금증을 말끔히 해소해주었다.
이번 책 <슈퍼괴짜경제학>은 말 그대로 'SUPER'스러워진 주제들과 논리로 돌아왔다. 다루는 소재들도 전작보다 스케일이 커졌다. 전 인류의 난제라 꼽힐만한 매춘, 테러리즘, 지구온나화 등이다. 사회학자도, 수학자도, 인류학자와 과학자도 풀어내지 못한 이 거대한 문제에 이 두 괴짜 경제학자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 책이 논란에 휩싸이게 된 것도 바로 그들이 건드린 문제가 너무나 민감한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결코 간단하게 설명해낼 수 없는 부분을, 이 두 괴짜천재는 경제학자의 눈으로 너무나 명쾌하게 풀어냈기에 학자들의 화를 돋운 것이다.
앞서 말한 키보드 배틀이 일어난 부분은 이 책의 5장인 지구온난화를 다룬 부분이었는데, 저자들은 지구온난화가 아닌 '지구 냉각설'을 주장하기도 하고, 이산화탄소가 지구온난화의 최고의 악당이 아니었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AP통신은 통계학자들에게 의뢰해 최근 130년 간의 지구 온도를 추적해 저자들의 의견에 반박했고, 환경전문가인 켄 칼데이라는 '이산화탄소야말로 진짜 악당'이라고 받아쳤다.
그 주장이 옳고 그르든 책에서 주장하는 저자들의 주장과 그 반대편에 선 사람들의 주장이 모두 논리와 근거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5장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뽑아든 제2의 칼자루는 '외부효과'이다. 전작에서 '인센티브'로만 모든 것을 설명했다면 이번에는 그것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것들이 있었음을 인정하며 '외부효과'라는 제 2의 칼자루를 뽑아 든 것이다. 그리고 이들이 풀어나가는 그 논리는 마치 인디애나 존스가 모험을 떠나 하나하나의 문제를 말끔히 해결해주는 것처럼 흥미진진하다.
전작보다 풍성! 경제학을 뛰어 넘어 사회경제학으로
<괴짜경제학>의 표지를 기억하는 사람은 알겠지만 사과인지 오렌지인지 알 수 없는 것이 그려져 있다. 겉은 사과의 모양과 색인데, 안은 오렌지의 모양새를 하고 있는 것이다. 겉만 보고는 알 수 없는 것, 그리고 우리가 으레 그러려니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깨자는 책과 너무나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이미지였다. 이번 <슈퍼괴짜경제학>에서는 그 알 수 없는 사과-오렌지가 '빵'하고 터졌다. 그 안의 오렌지 물빛을 물들이고 사과의 파편을 날리며 마치 총에 맞은 듯 터져버렸다. 전작보다 더 강력한 주제들과 탄탄한 논리로 돌아왔음을 의미하는 이미지였을거다.
이번 책에서 다루고 있는 소재들은 앞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사회경제학에 가깝다. 19세기 중반 빈의 종합병원에서 발생하는 높은 산모의 사망 원인을 밝혀나가는 것(범인은 다름아닌 의사였다. 인세티브-외부효과의 관계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등장한다.), 호모 에코노미쿠스라는 경제학의 기본 명제를 뒤집는 인간의 기부 행위를 '독재자 게임'이라는 실험을 통해 박애주의를 설명하는 것, 구타 당하는 인도 여성을 해방시킨 것은 지참금도 성별 낙태법 금지도 아닌 텔레비전이었다는 주장 등 흥미로운 소재들을 통해 거시적으로 세상을 일어낼 수 있는 눈을 보여준다.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진 미국식 경제교양서의 방식에 피로감이 없는 건 아니지만, 미국 지성계를 발칵 뒤집을 만큼 센세이셔널한 주장은 담고 있는 책이다. 그들이 펼치는 논리는 역시 만만찮다. 전작보다 짜임새도 좋아졌으며 읽는 재미도 더해졌다. 인세티브와 외부효과로 문제 하나하나가 풀려나갈 때면 통쾌함과 짜릿함마저 느껴진다. '경제학'이라는 이름이 갑갑하게 느껴질 만큼 많은 것들을 담고 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