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과 제이크의 어드벤처 타임 코믹스 Volume 1
라이언 노스 지음, 셀리 페럴라인 외 그림, 서애경 옮김, 정한결 감수 / 작가정신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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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저만 몰랐던 건가요?

왠 낯선 애들이 이렇게 뭉텅이로.. 라고 생각했는데

마법 개 제이크도 13세 그냥 소년 핀도 이름도 다양한 공주님들도 저는 정말 처음 봤는데

한국에서 벌써 방영도 한 미국 애니메이션이라니욧!!!

나는 왜 캐릭터 상품조차 보지 못했나!!!

제가 그간 너무 책만 읽었나봐요. 머쓱 ㅋㅋㅋㅋ

참고로 마법개는 마법으로 만들어진 개가 아니라 마법을 쓰는 개입니다.

사람인 핀은 정작 마법을 못쓴다는 함정!!!

마법개 제이크가 마법 쓰면 그를 말처럼 타고나닌다는 함정!!!

애니와 현실의 두 종족과 똑같은 건 이 둘이 가장 친한 친구라는 점일까나요??

유명 애니메이션 핀과 제이크의 어드벤처 타임의 코믹스 버전은

때깔도 화려한 풀컬러와 귀욤귀욤한듯 병맛인듯 미묘한 상상력과 묘사,

개성 강하고 사랑스런 캐릭터들의 분발로 첫만남에도 불구하고 제가 커다란 인상을 남겼습니다.

작가정신에서 총 3권까지 나온다고 해요.

모험을 사랑하는 핀과 제이크가

무한대의 모험을 보장하는 우 랜드의 친구들

이를테면!!

캔디왕국의 지배자 버블검 공주(몸이 풍선껌),

뱀파이어 여왕 마르셀린(천살이 넘음),

상습 공주 납치범 얼음대왕(산타 할아버지 파란버전),

사막공주(첨엔 꽃나라 공주인 줄 알았는데 모래주스를 마심),

컴퓨터 게임이 가능한 작은 기계 비모 등과 함께 떠나는 모험의 이야기에요.

가만 보면 핀이 제일 평범한데 대신에 핀이 제일 용감하고 정의로와요.

'닥치는대로 모조리 자루'를 수중에 넣은 리치와 대적하기도 하고요.

핀과 제이크를 합쳐놓은 것만 같은 팀도 만나요.

우 랜드를 점령한 복제로봇을 없애려고 타임머신도 타구요.

목적 의식이 분명한 애들이 아닌지라 사고도 대박으로 치고

이야기가 중구난방이긴 한데 아마 그게 핀과 제이크의 매력인가 봐요.

밉지 않은 말썽쟁이들 ㅋㅋㅋㅋ

친구 평가 110점짜리 우정을 가득 싣고 독자를 웃기는 지금은 몇 시?

"어드벤쳐 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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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파고스 에프 모던 클래식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 F(에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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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지구는 멸망 중입니다. 아무도 몰랐지만 대륙에서 번성한 바이러스인지 세균인지가 여성들의 몸에 침투해 난자를 갉아먹고 있거든요. 이 불치의 바이러스에 지구 여성들의 모든 난자가 먹히고 나면 지구는 끝장, 아니죠 참, 인류는 끝장나는건데 말예요. 근데 정말 아무도 아무 것도 모르기 때문에 오늘도 전쟁 중이고요. 어딘가에 기근이 발생해 폭동이 벌어져도 태평양 앞바다에 밀을 갖다 뿌리겠죠. 사람이야 떼로 죽든지 말든지 어차피 인류 역사상 인간수가 처절하게 부족해 괴로웠던 적은 없었고 애들은 자연스럽게 태어나는 거고 머리수는 알아서 채워지게 마련인데 남의 목숨 까짓이죠. 근데 그게 꽉 막혀 버리면?? 어쩌겠습니까. 그냥 멸종하는 거지. 그때가서는 폭탄에 사망하고 아사한 사람수가 아깝고 그럴려나요? 그런데 어쨌든 오늘은 아무도 아무 것도 모릅니다.

 

그리고 여기!! 에콰도르 다윈만에 정박해 있는 바이아데다윈호가 있습니다. 다들 아시죠? 갈라파고스? 1835년, 영국의 위대한 과학자 찰스 다윈이 비글호로 이 위대한 자연사 박물관 같은 섬을 탐험한 이후 쭈욱 자연애호가들의 넘치는 애정을 받아오고 있는 섬 말입니다. 바이아데다윈호는 갈라파고스를 관광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배인데요. 인류가 멸망으로 가는 길에 돛 달고 순풍을 맞은 배처럼 빠르게 달려나갈 때 그 길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간 연어 같은 존재라 할 수 있습니다. 본인들은 몰랐지만 현생 인류의 마지막 남은 자손들이자 신인류의 아담과 이브가 되는 사람들이죠. 무능한 선장, 사기꾼, 미망인, 일본인 임산부, 시각장애인, 소수민족 소녀들. 그들은 금융위기라는 미국을 제외한 전 지구적 재앙의 소식을 늦게 접해 미처 발빼지 못한 관광객들입니다. 칸카보노족 소녀 6명이 배에 오른 것은 우연이었지만 후대 인류의 입장에서 보면 맞침맞춤이랄지 때마침 같은 단어를 쓰는 게 더 적합하겠고요. 이들은 파산한 국가의 배고프고 화난 시민들을 피해 엘도라도 호텔에서 바이아데다윈호로 피했고요. 다시 에콰도르와 페루 전쟁을 피해 바다로 나갑니다. 바다에선 난자에 입맛 다시는 바이러스를 피했고요. 산타로살리아섬에 배를 갖다 박으며 멸종을 피합니다. 물고기와 바다새와 비부새와 육지이구아나를 잡아먹으며 생존자가 되었음에 환호하는 그들. 얼마 지나지 않아 관광 오는 다른 배들에게 구조될 수 있을 거라 믿었지만 글쎄요... 그 답은 갈라파고스와 이들을 지켜보는 제 3의 눈 같은 화자만이 알 일이죠.

"3킬로그램짜리 뇌가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한때는 거의 치명적인 결함이 아니었을까?" 라는 질문으로부터 시작하는 소설입니다. 갈라파고스라는 제목다운 내용이었다고 생각하며 박수 짝짝짝. 갈라파고스를 생물진화의 야외실험장이라고 부른다잖아요. 그게 인류에도 적용된 이야기였달까요? 물론 거기까지 도달하기까지 무수히 많은 외부 이야기들이 존재합니다. 바이아데다윈호가 왜 만들어졌는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세기의 자연유람선 여행은 어떻게 기획이 됐고 그 배에 올라탄 관광객들의 사연은 또 뭔지. 에콰도르에서 미국으로 베트남으로 스웨덴으로 산타로살리아섬으로 중구난방 뛰어다니는 화자를 쫓아 내달린 백만년의 시간이 책을 덮고 나서도 믿기지가 않네요. 백만년은 뭐나고요? 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미스터리한 존재가 지구상에 머무른 세월이랄까요? 백만년을 쏜살같이 달리는 우리 인류의 진화 이야기 궁금하시다면 당장 서점에서 갈라파고스를 클릭하십시오. 커트 보니것의 경고를 무시하려는건 아니지만 자연이 선택한 우리 인류의 선함과 무해함을 목격하며 마음은 편안해지고 피식피식 웃음이 나며 급 식욕도 돋을 겁니다. 전 오늘 저녁으로 미역국이 먹고 싶어졌어요. 바다이구아나 요리사면 더욱 좋겠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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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피어클리벤의 금화 1~2 세트 - 전2권
신서로 지음 / 황금가지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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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지 브릿G에서 연재되던 소설이다. 브릿G에 가입하고 두번째로 읽은 소설이기도 하다. 근방에 대여점이 많았을 때는 국내 판타지 소설, 무협 소설, 로맨스 소설, 만화 등 각종 장르물을 많이도 읽었는데 대여점이 사라지기 시작하면서는 좀 뜸했던 것 같다. 뜬금없이 판소가 읽고 싶어졌고 연재물이라도 읽을까 하여 추천 요청을 했더니 브릿G 가입을 권유받았다. 첫 화면에 보이는 인기순위에서 가장 끌렸던 제목은 아니었는데 읽고 나서는 브릿G 가입으로 건진 최고 수작으로 망설임없이 권유하고 강조하고 읽으라 강권하는 소설이 됐다. 삼일밤을 읽었던가 사흘밤을 읽었던가. 쌓인 연재분이 워낙에 많은데다 모니터로 긴 글을 읽는 게 익숙치 않아 아픈 눈을 부벼가며 계속계속 읽으면서 또 계속계속 불평한 기억이 난다. 왜 책이 안나오는거냐 황금가지는 노는 거냐 요즘 판타지 소설은 출간없이 연재만 하는게 대세냐 투덜투덜. 기어이 출간 소식이 올라왔을 때엔 기뻤고 자태도 더 없이 훌륭하여 연재를 함께 달린 독자로서 특히나 기쁘고 감격스러웠다. 몇 년이나 연재를 붙들고 계신 작가님께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말이다. 아참, 뒷표지에 추천사를 쓴 독자 중 한 명이 나다. 그래서 출판사에서 책도 보내주셨다고 싱글벙글 자랑도 해본다.

소설은 린트부름의 올바른 적생자 "용" 빌러디저드가 소녀 울리케를 사로잡는 것으로 시작한다. 사악한 용이 공주를 사로잡는 이야기야 고대로부터 흔하지만 이번 사례엔 좀 남다른 점이 있다. 목적이 공주의 감금에 있지 않고 용의 포식에 있기 때문이다. 빌러디저드는 사악하다고 말하기엔 많이 애매한 용이기도 하고. 종이 다른데 그가 인간을 먹는다고 욕하기도 애매하다. 나는 지난 밤에 간 소고기가 들어간 순두부찌개를 먹었고 그 전날 저녁엔 양파 잔뜩 넣어 돼지고기 볶음을 했다. 나는 살면서 한번도 고기에 편중된 내 식욕을 비난 받은 적이 없다. 빌러디저드에게도 마땅히 그래야 한다. 울리케는 독특한 아가씨다. 17세, 피어클리벤 영지의 여덟번째 자식이며, 키보드 워리어였다면 365일 전투일지에 승전보를 썼을 입담을 가졌다. 용감무쌍하지만 높은 곳을 무서워하고, 용의 거대한 식사를 담당할만큼 요리하기를 즐기며, 종을 가리지 않고 대화하고, 책이라면 환장을 한다. 그런 울리케가 오늘 점심엔 그저 한 마리 먹이감으로 식탁에 놓여졌다. 훌륭한 인간이 훌륭한 먹잇감이기도 한 세상ㅡ 말라비틀어진 순무와 비견될 때에는 더더욱 맛좋은 먹잇감이다ㅡ에서 독자는 가장 먼저 유쾌함을 느끼리라. 바들바들 떨면서도 울리케는 용을 설득할 말들을 찾는다. 그녀는 서재의 온갖 책들에 통달했기 때문에 왕족보다 고귀한 용에게 갖추어야 할 예의를 한껏 차릴 수 있었다. 외딴 영지, 용의 성전으로는 구색이 많이 부족한, 사슴 한 마리 잡으려고 해도 석달 열흘은 날아다녀야 할 것 같은 궐에서 만나는 예의바른 인간은 빌러디저드에게 약간의 호감을 줬다. 무엇보다 용들은 미래를 볼 수 있었으므로 빌러디저드는 먹겠다는 말을 취소한다. 울리케는 안도한다. 동시에 울리케의 아버지가 다스리는 영지 피어클리벤은 더욱 탐스러운 먹잇감이 되어 세상이라는 식탁의 정찬으로 올려진다. 용을 갖게 된 피어클리벤의 영지로 쏟아지는 시선과 권력과 탐욕과 갈등과 분쟁 나아가 전쟁이 오롯이 용의 먹지 않겠다는 말에서 시작되었음을 깨닫는 날에도 울리케는 원망없이 빌러디저드에게 감사한 마음을 느낄까?

영지의 안녕을 위해 한낱 영주의 여덟번째 자식이었을 뿐인 울리케가 사방팔방으로 달리고 날아가고 영혼까지 분리되는 모험에 몸을 던진다. 그 길이 마냥 괴롭거나 고독했다면 피어클리벤의 금화가 이토록 응원받으며 긴 시간 연재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자유의지는 아니었으나 어느 영주와 또는 작위 있는 기사와 결혼하여 아내가 되고 자식을 낳고 내조하는 이외에는 길이 없었을 울리케는 내심 이 상황을 즐기기도 한다. 도전하고 극복하며 복잡한 상황의 주체가 되는 건 뜻밖에도 울리케와 정말로 잘 맞는 일이었으니까. 개성 강한 피어클리벤 영지의 가족들과 지혜롭고 용맹한 고블린 전사(고블린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수식어인데 그래서 더욱 매력적인 캐릭터!!), 괴짜 마법사와 모험가 무리, 집시처럼 세상을 떠돌며 탄압받은 류그라들과 친구이자 동료로 함께 맞선다. 90년대 후반, 2천년 대 초반 읽곤 했던 옛 판타지 소설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한 때 판소에 열광했으나 약간의 거리를 두고 있던 독자의 마음에 열정을 불러일으키고 여전히 판소를 좋아하는 독자에겐 만족할만한 즐거움을 줄 것이다. 전 8권을 예정하고 있고 현재 2권까지 나왔다. 울리케와 빌러디저드의 이야기가 어떻게 끝을 맺을지 벌써부터 안달이 난다.

** 연재 때 두 번이나 리뷰를 써서 그 때의 리뷰를 수정하여 줄거리를 썼어요 **

어? 이거 브릿G에 있는 리뷰랑 비슷한 구절들이 많은데?? 라고 생각하신 분 잘 보신 거 맞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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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교양사전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시리즈
김대웅 엮음 / 노마드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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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제목 보고 혹했다. 소설을 많이 읽어서인지 감성은 풍부하고 넘쳐나는데 지식이나 교양이 좀 부족한 편이다. 실은 많이. 정말진짜 많이. 뭣보다 스몰토크에 약하다. 정치든 경제든 사회든 스포츠든 신문기사 한 쪼가리도 안읽는 나나들을 보내왔더니 관련한 얘기가 나오면 말문이 막힌다. 주제 하나씩 깊이 있게 습득하기에는 소설책 읽을 시간도 부족한지라 쪽지처럼 간결하고 무엇보다 좀 쉽고 가볍게 대충 아는 척은 할 수 있을 정도의 문화교양을 쌓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때에 마치 내가 혹할 것을 알고 있기라도 했다는냥 출간된 책의 제목에 넘어가 펼쳐들었다.

문화교양의 폭이 넓으니만큼 책이 다루는 주제도 엄청나게 다양하다. 인간, 남자와 여자, 민족, 마음, 변화, 평등과 불평등, 유전자, 섹스와 사랑. 다시 그 안에서도 모든 인류는 한 어머니의 후손이라던가 진화의 원동력은 짝짓기라던가, 인류의 진화가 어디에서 끝날 것인지, 또 어쩌면 우리의 지금 모습이 진화의 끝인건지, 이기적 이타적 유전자가 발생하는 이유는 뭔지, 결함 투성이 인간의 몸에 대해서, 인간성에 대해서 얘기하고 생각하게 한다. 뜬금없이 외계생물은 있는지 더 뜬금없이 유령, 도깨비, 좀비의 실체를 밝히는 내용을 말하기도 하고 수수께기처럼 수명과 신체의 관계, 삶에 운명이 끼치는 영향, 사랑의 정체에 의문도 갖게 한다. 성을 얘기하다 팬티의 역사를 말할 때는 조금 당황했고 영아 살해가 모성본능일까 라는 질문 앞에선 의구심도 가졌다. 남자가 여자를 여자가 남자를 혐오하는 현재 사회의 시사적인 문제도 다뤘음은 물론이다. 제목에 사전을 표방한 것처럼 정말 온갖가지 이야기를 다하는구나 싶었는데 그럼에도 책에 있는 주제들로는 대화 나누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류의 어머니 미토콘드리아 이브를 나도 나 아닌 다른 사람도 궁금해했던 기억이 없으므로 그저 내 머릿속에서만 간직하다 누가 물으면 잘난 척 아는 체를 해야겠다. 기타 여러 다른 주제들도.

책도 티비로 읽어주겠다는 설민석 강사의 티비 프로그램 "요즘 책방"이 24일부로 시작했다. 각계 지식인들이 등장해 시청자 눈높이에서 강의하는 "차이나는 클래스"나 역사 탐방 "선을 넘는 녀석들"도 여전히 인기다. 책 아니라도 지식과 교양을 쌓을 수 있는 손쉬운 매체가 참 많은 세상. 그래도 하루쯤 시간을 내어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문화교양사전> 같은 책을 읽어보면 어떨까 싶다. 양장의 묵직한 무게와 빳빳한 페이지와 흥미진진한 소재가 티비와는 또다른 맛을 선사할 것이 틀림없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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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연인
에이모 토울스 지음, 김승욱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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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폴 호텔의 로빈슨 크루소 같았던 알렉산드르 일리치 로스토프 백작. 에이모 토울스의 두 번째 소설 <모스크바의 신사>를 읽고 홀딱 반해버린 내가 그의 전작을 찾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2013년 은행나무에서 발간된 그의 첫번째 소설 <우아한 연인>을 확인했을 때의 기쁨이란. 그러나 구매 버튼을 눌러도 소용이 없었으니 18년 모스크바의 신사가 출간됐을 즈음엔 각 서점에서 그의 첫책이 절판되어 찾아볼 수가 없는 탓이었다. 은행나무에 문의를 드리고 전화를 달라는 답변까지 받았으나 나의 정열이 나의 수줍음을 앞서지 못하여 불발. 우아한 연인은 읽고 싶은 책 목록에만 적힌 채 내내 마음 속에만 간직된 채였다. 모스크바의 신사가 이토록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니 꼭 재간되리라는 믿음과 함께. 그리고 꼬박 일년이 지나 모스크바의 신사를 출간했던 현대문학에서 모스크바의 신사와 똑같은 스타일의 표지와 사양으로 우아한 연인을 새로이 출간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충성할게요 현대문학!!

팔다리가 붙은 별빛 같은 모습으로 반짝반짝 빛이 나던 이브 로스. 미국 중서부 출신의 이 놀랄 만한 미인과 함께 케이티는 뉴욕의 하숙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러시아 이민자인 아버지의 밑에서 근면하고 소박한 삶의 소중함을 배운 케이티와 남의 명령에 휘둘리는 일만 아니라면 무슨 일이든 겪을 각오가 되어 있는 이브 로스의 탄탄했던 우정에 실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한 남자의 등장 때문이었다. 팅커 그레이. 갈색머리, 감청색 눈, 추운 겨울의 공기에 양빰이 작은 별모양으로 붉게 상기된 아름다운 남자. 그 아름다움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적어도 500 달러는 넘을 게 틀림없는 캐시미어 외투를 걸친 채 자신만만하고 훌륭하고 비싸 보이는 포장을 둘러쓴 남자. 1938년을 하루 앞둔 37년의 신년 전야 속으로, 케이티와 이브의 삶으로, 뚜벅뚜벅 걸어들어온 남자의 양팔에 두 여자가 팔짱을 낀 순간 대공황의 청춘들은 사랑의 혼란과 갈등에 휩쓸리게 된다. 지나친 음주, 지나친 흥분, 지나친 몰입, 지나친 경쟁. 사랑의 신이 케이티의 손을 들어주는 것만 같은 순간 자동차 사고가 났다. 이브의 몸이 차창을 뚫고 허공을 날았다. 별과 같던 모습은 간데없이 한쪽 얼굴이 짓이겨지고 한쪽 다리를 절게 됐다. 운전자였던 팅커는 온전히 이브를 책임지길 원한다. 관대한 남자다. 케이티는 또한 판도가 바뀐 게임에서, 아니 더는 게임이 아닌 세 사람의 관계에서 조용히 빠져나간다. 스케이트를 타도 될 것만 같은 다이아몬드, 유럽행 증기선 표, 러시아의 호텔, 프랑스의 푸르른 해변에서 이브와 팅커가 함께 할 때 케이티는 새로이 구한 자취집에 홀로 남아 땅콩 버터를 바른 토스트를 먹고 혼자 4인분의 카드 놀이를 하고 출근 후엔 플란넬 스커트가 닳도록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5천 쪽 분량의 구술을 받아 적는다. 어떤 일탈을 시도해도 삶이 지긋지긋하다.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젊은 연인들의 흔하디 흔한 삼각관계인가 했던 초반부를 지나면 이 지긋지긋함을 떨치기 위한 케이티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건 사랑과는 아무 관련이 없고 또한 우정을 밀쳐내는 이야기도 아니었다. 케이티는 승진을 얘기하는 법률 회사에 사표를 쓴다. 다시 한층 위의 출판사에 취직한다. 부엌에는 프랑스 책들을. 호메로스, 베르길리우스 같은 서사시들은 욕조에. 월트 휘트먼의 시집들은 창턱의 책더미에. 영국 소설들은 방안에. 침대 밑에는 러시아 작가들을 쌓아놓고 사는 여자에게 가장 걸맞는 자리의 한 가운데로 뛰어든 것이다. 그녀는 이제야말로 자신의 책들을 달나라까지 쌓을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예상치도 못한 때에 장애와 사치라는 인생에 매몰될 것만 같던 이브 또한 삶에서 팅커를 분리한다. 제게 맞지 않은 길이었음을 깨닫는 순간 그럼에도 화려하고 편리한 인생을 망설임 없이 떨쳐내는 이브의 용기는 또한 얼마나 인상적인 것이었는지. 우아한 연인은 인생의 방향을 제대로 짚은 여성 케이티와 이브의 진취적인 모험담이다. 자신들의 북극성을 보고 고고히 쫓아가는 여성들의 삶에 감화된 팅커 그레이의 방향을 찾아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프랑스 피츠제럴드 상을 수상하며 개츠비와 함께 거론됐던 작품이지만 굳이 위대한 개츠비와 비견하지 않더라도 이 작품은 그 자체로 훌륭하다. 나는 제인 에어를 더 많이 떠올리기도 했고 말이다. 뉴욕의 가을겨울에 매혹 당하고 상류층의 화려한 소비에 동경이 일고 엇갈리는 젊은 사랑들에 안타까워 하다 소동의 끝을 마무리 할 때마다 등장하는 헤밍웨이, 애거사 크리스티, 헨리 데이비드 소로 등의 고전문학들에 위로 받으며 읽다 보면 새벽이 오는지도 모를 정도다. 실은 이 리뷰도 완전히 비몽사몽 중에 쓰고 있다. 얼른 소개하고 싶어서. 얼른 함께 읽고 싶어서. 이 좋은 책을 지금 혹시 나만 읽고 있는 거면 어쩌나 아깝고 안타까워서.

팅커가 케이티에게 묻는다. "당신에 대해 아무도 모르는 걸 말해봐요." 한참을 돌고 돌아 케이티가 팅커에게 묻는다. "당신에 대해 아무도 모르는 사실 하나만 얘기해줘요." 케이티의 완벽한 60초와 모자를 쓰지 않고 카페의 유리문을 두드리던 남자를 찾아 다시 페이지를 돌린다. 그래, 실패한 사랑도 시작은 이렇게나 설레이는 것이었지. 가슴이 시린데 또한 가슴이 뜨거워졌다. 내 사랑도 똑똑, 다시 문을 열고 들어와도 좋을 것만 같은 아침. 책을 덮으면서 한숨도 자지 못한 지난 밤이 전혀 아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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