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피어클리벤의 금화 1~2 세트 - 전2권
신서로 지음 / 황금가지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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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지 브릿G에서 연재되던 소설이다. 브릿G에 가입하고 두번째로 읽은 소설이기도 하다. 근방에 대여점이 많았을 때는 국내 판타지 소설, 무협 소설, 로맨스 소설, 만화 등 각종 장르물을 많이도 읽었는데 대여점이 사라지기 시작하면서는 좀 뜸했던 것 같다. 뜬금없이 판소가 읽고 싶어졌고 연재물이라도 읽을까 하여 추천 요청을 했더니 브릿G 가입을 권유받았다. 첫 화면에 보이는 인기순위에서 가장 끌렸던 제목은 아니었는데 읽고 나서는 브릿G 가입으로 건진 최고 수작으로 망설임없이 권유하고 강조하고 읽으라 강권하는 소설이 됐다. 삼일밤을 읽었던가 사흘밤을 읽었던가. 쌓인 연재분이 워낙에 많은데다 모니터로 긴 글을 읽는 게 익숙치 않아 아픈 눈을 부벼가며 계속계속 읽으면서 또 계속계속 불평한 기억이 난다. 왜 책이 안나오는거냐 황금가지는 노는 거냐 요즘 판타지 소설은 출간없이 연재만 하는게 대세냐 투덜투덜. 기어이 출간 소식이 올라왔을 때엔 기뻤고 자태도 더 없이 훌륭하여 연재를 함께 달린 독자로서 특히나 기쁘고 감격스러웠다. 몇 년이나 연재를 붙들고 계신 작가님께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말이다. 아참, 뒷표지에 추천사를 쓴 독자 중 한 명이 나다. 그래서 출판사에서 책도 보내주셨다고 싱글벙글 자랑도 해본다.

소설은 린트부름의 올바른 적생자 "용" 빌러디저드가 소녀 울리케를 사로잡는 것으로 시작한다. 사악한 용이 공주를 사로잡는 이야기야 고대로부터 흔하지만 이번 사례엔 좀 남다른 점이 있다. 목적이 공주의 감금에 있지 않고 용의 포식에 있기 때문이다. 빌러디저드는 사악하다고 말하기엔 많이 애매한 용이기도 하고. 종이 다른데 그가 인간을 먹는다고 욕하기도 애매하다. 나는 지난 밤에 간 소고기가 들어간 순두부찌개를 먹었고 그 전날 저녁엔 양파 잔뜩 넣어 돼지고기 볶음을 했다. 나는 살면서 한번도 고기에 편중된 내 식욕을 비난 받은 적이 없다. 빌러디저드에게도 마땅히 그래야 한다. 울리케는 독특한 아가씨다. 17세, 피어클리벤 영지의 여덟번째 자식이며, 키보드 워리어였다면 365일 전투일지에 승전보를 썼을 입담을 가졌다. 용감무쌍하지만 높은 곳을 무서워하고, 용의 거대한 식사를 담당할만큼 요리하기를 즐기며, 종을 가리지 않고 대화하고, 책이라면 환장을 한다. 그런 울리케가 오늘 점심엔 그저 한 마리 먹이감으로 식탁에 놓여졌다. 훌륭한 인간이 훌륭한 먹잇감이기도 한 세상ㅡ 말라비틀어진 순무와 비견될 때에는 더더욱 맛좋은 먹잇감이다ㅡ에서 독자는 가장 먼저 유쾌함을 느끼리라. 바들바들 떨면서도 울리케는 용을 설득할 말들을 찾는다. 그녀는 서재의 온갖 책들에 통달했기 때문에 왕족보다 고귀한 용에게 갖추어야 할 예의를 한껏 차릴 수 있었다. 외딴 영지, 용의 성전으로는 구색이 많이 부족한, 사슴 한 마리 잡으려고 해도 석달 열흘은 날아다녀야 할 것 같은 궐에서 만나는 예의바른 인간은 빌러디저드에게 약간의 호감을 줬다. 무엇보다 용들은 미래를 볼 수 있었으므로 빌러디저드는 먹겠다는 말을 취소한다. 울리케는 안도한다. 동시에 울리케의 아버지가 다스리는 영지 피어클리벤은 더욱 탐스러운 먹잇감이 되어 세상이라는 식탁의 정찬으로 올려진다. 용을 갖게 된 피어클리벤의 영지로 쏟아지는 시선과 권력과 탐욕과 갈등과 분쟁 나아가 전쟁이 오롯이 용의 먹지 않겠다는 말에서 시작되었음을 깨닫는 날에도 울리케는 원망없이 빌러디저드에게 감사한 마음을 느낄까?

영지의 안녕을 위해 한낱 영주의 여덟번째 자식이었을 뿐인 울리케가 사방팔방으로 달리고 날아가고 영혼까지 분리되는 모험에 몸을 던진다. 그 길이 마냥 괴롭거나 고독했다면 피어클리벤의 금화가 이토록 응원받으며 긴 시간 연재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자유의지는 아니었으나 어느 영주와 또는 작위 있는 기사와 결혼하여 아내가 되고 자식을 낳고 내조하는 이외에는 길이 없었을 울리케는 내심 이 상황을 즐기기도 한다. 도전하고 극복하며 복잡한 상황의 주체가 되는 건 뜻밖에도 울리케와 정말로 잘 맞는 일이었으니까. 개성 강한 피어클리벤 영지의 가족들과 지혜롭고 용맹한 고블린 전사(고블린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수식어인데 그래서 더욱 매력적인 캐릭터!!), 괴짜 마법사와 모험가 무리, 집시처럼 세상을 떠돌며 탄압받은 류그라들과 친구이자 동료로 함께 맞선다. 90년대 후반, 2천년 대 초반 읽곤 했던 옛 판타지 소설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한 때 판소에 열광했으나 약간의 거리를 두고 있던 독자의 마음에 열정을 불러일으키고 여전히 판소를 좋아하는 독자에겐 만족할만한 즐거움을 줄 것이다. 전 8권을 예정하고 있고 현재 2권까지 나왔다. 울리케와 빌러디저드의 이야기가 어떻게 끝을 맺을지 벌써부터 안달이 난다.

** 연재 때 두 번이나 리뷰를 써서 그 때의 리뷰를 수정하여 줄거리를 썼어요 **

어? 이거 브릿G에 있는 리뷰랑 비슷한 구절들이 많은데?? 라고 생각하신 분 잘 보신 거 맞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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