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의 신사
에이모 토울스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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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정독했지만 휴가 때 한번 더 읽을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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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의식 2018-07-13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을수록 의미가 풍부해지는, 그리고 거듭 읽고 싶어지는 작품이죠^^
 
존댓말로 여행하는 네 명의 남자
마미야 유리코 지음, 김해용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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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왜 고작 스무 살에 결혼 같은 걸 한 거에요? 사랑하지도 않았으면서. 왜 아이까지 만든 거죠? 사실은 남자를 좋아하지도 않았잖아요. 당신 때문에 난 여자를 경계하게 돼버렸어요. 어떻게 책임질 거에요."
                                                                                                                                        ㅡ  마시마
"어린 왕자라는 책이 있잖아요.
난 그 책이 싫었어요.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데, 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게 뭔지 몰랐거든요. 이 세상은 모르는것 투성이라 당황스러운 일이 많아요"                                                          ㅡ  사이키 선배

"당신은 부모님을 위해 사는 거야? 그럼 나는 뭐였지? 당신이 효도하기 위한 부속품이었나? 당신에게 당신 자신의 인생은 없는 거야? 문제의 본질을 흩트리는 짓은 이제 어지간히 해. 당신 인생은 태어난 순간부터 당신 것이었어. 똑같은 짓을... 야스한테도 강요할 셈이야? 그건 절대로 용서 못 해!" 
                                                                                                                                       ㅡ  시게타

"시오리가 안고 있는 구멍도 상처나 다름없다. 상처가 있으면 아픈 게 당연하다. 오래 걸려도 상관없다. 그녀의 상처에도 조금씩 딱지가 생길 것이다. 그러길 바라면서 이번에는 신중하게 단팥죽 음료수를 입에 머금었다."                                                                                                                                ㅡ  나카스기

1. 존댓말로 여행하는 네 명의 남자는 어떻게 만나게 되었나

목욕시간은 반드시 밤 10시, 점심은 가급적 면 저녁은 아무거나 상관없지만 아침만은 반드시 빵, 연애 해본 적 없음, 서른 넘어 몽정 한 번 한 것으로 충격 받아 회사 결근, 초중고 재학 당시 전학년 인명부뿐만 아니라 졸업한 선배들 명부까지 모조리 외움, 좋고 싫음이 매우 뚜렷, 빈말 못함, 하고 싶은 말 다함. 이런 성격의 사람이 중고대 선배에 직장 동료이기까지 하면 기분이 어떨까? 엎친데 덮친 격으로 함께 여행까지 가게 되었다면?? 천재적인 두뇌를 가졌지만 사람의 마음을 읽는데는 서투른데다 강박증이 있는 이상한 성격의 사이키 선배와 여행 동료가 되어버린 마시마는 사도로 향하는 페리 위에서 한숨을 삼키는 중이다. 그저 10여년 만에 엄마를 만나게 되어 부담스럽다고 한탄을 한 것 뿐인데 왜 그게 함께 여행을 가자는 말로 받아들여진 것일까? 용기를 짜내어 남자 둘이 여행가는건 부담스럽다고 한 고백이 왜 생판 얼굴도 모르는 이혼남 연구원 시게타씨와 집착 여자친구에 시달리는 중인 영업남 나카스기군과의 단체여행으로 급진전한 것일까? 마시마는 머리가 아프다.

2. 존댓말로 여행하는 네 명의 남자의 여행지

사도, 마시마의 어머니가 정착한 곳. 고향에서도 한참한참 떨어진 외딴 섬이다. 바다가 아름답고 사금을 캘 수 있는 골드파크가 있고 비키니 수영복의 아름다운 그녀들이 있으며 어머니인지 아버지인지 분간할 수 없어 마시마의 상처가 된 그녀가 있다.

아타고 산, 세 살이 되기 전에 참배한 아이는 평생 불 걱정 없이 살 수 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곳. 시게타의 전처가 아들 야스, 친정 부모님, 언니와 함께 살고 있으며 처가에 가기 껄끄러웠던 시게타의 꼬심에 넘어간 마시마들이 함께 동행한다.

돗토리 사구, 일년 중 가장 춥다는 2월에 방문하게 된 바다. 영업 스트레스와 여자친구의 결혼 집착에 돌아버리기 일보 직전의 나카스기군을 위로하기 위해 방문한 여행지이다. 실은 나카스기군의 첫사랑이 가보고 싶어했던 곳이기도 하고.

아쓰미 온천, 사이키 선배가 사랑에 빠져 방문한 곳! 추추추추추충격이닷!! 실은 사이키 얼빠인 마시마와의 그렇고 그런 이야기가 그려질 것 같다고 나름 견실한 추리(?)를 해나가는 중이었으므로 아루에의 등장에 얼이 빠져버렸다. 완벽주의 청소요원인 아루에의 손짓과 몸짓에 완전히 반해버린 사이키가 과연 이 사랑을 진전시킬 수 있을까? 결벽증 그의 키스는 과연??

3. 존댓말로 여행하는 네 명의 남자, 마지막엔 혼자가 될지언정 그래도 좋다, 지금이 좋다!

첫 사도여행을 시작으로 고민이 생길 때마다 네 명의 남자는 얼떨결에 여행을 떠나게 된다.  매 여행지에서 이상해 보였고 실제로도 많이 이상한 그 남자  사이키가 만들어내는 혼란과 사고 앞에 여행자들은 함께 무장해제 된다. 솔직해 지는 것이 부담스럽지가 않다. 다른 모든 이들과 똑같이 평범한 사연, 평범한 성격, 평범한 개인사를 가진 것처럼 꾸며 보였지만 실은 저마다의 상처를 안고 있는 이들이 여행을 통해 성장하고 결심하고 나아가는 모습이 또 그냥 제자리로 돌아오는 모습이 재미있고 우습고 공감간다. 살짝 만화 같기도 한 캐릭터들이 더욱 재미를 더한 존댓말로 여행하는 네 명의 남자, 나도 그들과 함께 여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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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는 말은 차마 못했어도 슬로북 Slow Book 3
함정임 지음 / 작가정신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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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는 말은 차마 못했어도

혀끝에 맴도는 말을
품고 살았다

누군가 나에게
괜찮냐고 물어올 때가
있었고, 내가 누군가에게
괜찮냐고 물어보고 싶을
때가 많았다.

뜨거운 것이 목울대까지 맺혀
올라와 혀끝에
매달릴 때마다 
썼다, 쓰는 수밖에
없었다. 내 눈에 비친
'세상 풍경'을 짧게도 썼고,
조금 길게도 썼다.
길게는 매주 썼고,
조금 숨 돌려 격주로
썼다.

ㅡ 작가의 말

그렇게 쓴 작가의 이야기들이 자그마한 흑백 사진과 어우러진 산문집이다.
이야기들은 별다른 두서가 없다. 
보들레르의 바다, 프루스트와 로맹 가리의 고향, 롤랑 바르트를 찾아 떠난 셰르부르,
해운대 바닷가에서 흥얼거리는 심수봉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의 노래, 
아름다운 무덤 속 톨스토이,
향수 냄새를 맞고 뒷걸음질 쳤다는 개에 관한 이야기, 
세계 여러 나라에서 찾은 박물관과 미술관,
토지의 작가 박경리, 스물한살의 피아니스트 조성진, 버지니아 울프의 델러웨이 부인도 등장하고
여러 많은 반가운 만남과 이별, 못다한 인사들이 심금을 울리기도 한다.
어머니 다시 또 어머니, 스승들, 언니, 사별과 친구, 아이,
작가가 작가일 수 밖에 없는 이유, 독자가 책으로 만나는 구원, 읽고 쓰는 여러가지의 것들
그리고 책의 시작과 끝으로 이어지는 폭력에 대한 단상과 깊은 애도.
세상 풍경을 썼다는 작가의 말 곧이곧대로 보고 듣고 느끼며 쓴 가지가지 이야기의 총합이다.
여행기 같기도 하고 독서 감상문 내지는 영화 감상문 같기도 하고 강의록 같기도 하고
일기 같기고 하고 편지 같기도 한 작가의 글에 대해 어떤 감상을 남기는 것이 쉽지 않다.
지나치게 사적이어서 평을 다는 것이 실례인 것만 같은 기분도 들고.

읽는 내도록 깊거나 얕은 미지근한 물 속에 잠기는 기분이었고
시리즈 '슬로북'의 모토에 발걸음이 맞춰지듯 아주 천천히 읽힌 책이기도 하다... 정도는 괜찮겠지?

'모두에게 별일없기를', 책을 덮으며 작가의 소망에 내 바람도 얹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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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로 설레는 마음
이정현 지음, 살구 그림 / 시드앤피드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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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죽 끄트머리의 작은 불꽃만이 아니라
그 잔상들까지도 불꽃놀이라 합니다.
그렇듯 나는 당신이 있는 그 자리만이 아니라
당신이 지나간 잔상들까지도
모두 사랑이라 말합니다.

             p70


함부로 설레는 마음이라는 제목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설렘 보다는 함부로에 방점이 콕 찍혀서 더 마음에 찼어요. 
마음내키는대로 마구마구, 과감하게, 이해타산 따지지 않고,
그런 게 잘 안되는 나이가 되어서.
실은 십대 이십대 때의 사랑조차 그런 형태는 아니었어서 
제목부터가 제게는 판타지인 에세이입니다.

“애써 사랑을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함부로 사랑하세요."

사랑 그리고 관계에 관한 시 같은 이야기들이
살구 작가님 그림과 어울려 참 예쁜 책입니다.
페이지 페이지 여백이 많고
페이지 페이지 잔잔한 일러스트도 참 많고
'나는 당신에게 첫눈이 될 테니, 당신은 한부로 설레어도 괜찮다' 거나
'사랑이 오래 외어지지 않는 단어' 같다거나 하는
예쁜 문구가 삼백여 페이지를 가득 수놓고 있어요.
작가님의 학창시절, 가족들, 특히 동생에 관한 얘기
아픔과 죄스러움에도 많이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를 위한 작가님의 염원이 세상 아름다웠던
<함부로 설레는 마음> 입니다.

            

무심코 행복하기를

산책길에 꽃을 닮은 마음씨를 만나듯
나의 글과 생각도 지나가는 누군가의 삶을 무심코 행복하게 만들기를
잠깐이라도 미소가 번지게 하기를

 

p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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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스 킬러 시리즈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해용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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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지만 공처가 그리고 순정한 아버지. 어울리지도 실은 잘 상상이 가지도 않는 조합. 이사카 코타로의 신간 <악스>에는 그런 조합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이름은 "풍뎅이", 이사카 코타로의 소설 <목 부러뜨리는 남자를 위한 협주곡>에 묘사되는 풍뎅이는 '에너지가 넘쳐 일단 교미하느라 바쁘고, 매일 엄청나게 먹어 치운다'(p190)고 되어있는데 악스의 풍뎅이는 영 힘을 못쓴다. 집 밖에서는 동종업계 군단들도 무서워하며 꺼리는 완벽한 킬러지만 집안에서는 바퀴벌레도 못때려잡을 것 같은 허약한 아내에게 옴싹달싹 못하는 못난 위인이다. 원체 예민하신 탓에 늦은 밤 퇴근하고 온 남편의 발소리마저 거슬려하는 아내의 시끄럽다는 타박 앞에 꺼내놓은 계책이란 것이 어육 소시지일 정도니 말 다했지. 나 같으면 화가 나서 냉장고를 뿌셔놓을텐데. 문도 쾅쾅 닫고. 그러나 풍뎅이는 한술 더 떠 아무 생각없이 아내의 푸딩을 먹고는 혼이 날까봐 아내가 깨기 전에 새푸딩 사놓을 걱정만 한다. 아차 완벽 범죄를 위해 아들 방에 쓰레기를 버리는 수고도 함께. 이 정도면 진정 남편이 아니고 노예다 노예;; 

어쨌든 풍뎅이의 이런 희생 앞에 족히 이십년은 탈 없이 굴러온 가족들에게 뜻하지 않은 위기가 찾아올 예정이 되어 바짝 긴장을 한다. 누가?? 풍뎅이가!! 가족들은 위기가 위기인 줄도 모르고 학교를 다니고 컵라면을 먹고 캠핑을 가고 말벌을 걱정하고 잔소리를 쏟아내고 바람을 의심한다. 위험 앞에 오롯이 서서 대항하는 것이 오로지 풍뎅이 뿐인 탓에 소설 속의 흐름은 내내 유하고 어딘지 코믹하기까지 하다. 총, 칼, 자동차, 급기야 석궁까지 등장해도 피식피식 웃게 되는 것은 독자인 내게도 위기감이 없었기 때문. 그러다 맞은 뒤통수는 어마어마하게 아파서 눈물이 쏘옥 빠지고 말았지만 말이다.

가족을 위해 살인 청부업자라는 직업에서 손을 씻으려는 풍뎅이, 그를 회유하고 설득하고 유혹하고 급기야는 죽이려드는 킬러들의 중개업자인 의사, 위아 더 킬러도 아니건만 사방팔방에서 등장하여 풍뎅이를 위협하는 또다른 킬러들. 아내와 아들을 지키려는 풍뎅이의 대활극 속 눈물나는 궁상과 각오와 사랑과 낭만을 꼭 한번 만나보시길. 일본 아마존 기노쿠니야 오리콘 랭킹 1위, 제6회 시즈오카서점대상 1위, 2018년 일본 서점대상 노미네이트,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 2018 노미네이트 의 이유를 틀림없이 알 게 될 거라고 내 장담한다.

**그러고 보니 악스의 배경이 되는 지역이 어디지? 또 센다이였나? 아차, 이걸 놓쳐버렸네. 다 읽고나니 왜 이렇게 놓친 게 많을까ㅠㅠ 이거 또 재독 각이다ㅠㅠㅠㅠ



"하느님은 이따금 보고 계시다는 건가."
"하늘의 그물은 크고 성겨서 은근히 놓친다고나 할까요."
"은근히라." 구로사와는 쓴웃음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엇다.
"다음에 그걸 소재로 소설을 써 보면 어때? 아이디어 때문에 고민하고 있지?
사슴벌레를 사람처럼 묘사해 봐. 뭐라더라, 의인화라고 하나? 빗대서 쓰면 돼."
"하느님의 존재 방식에 대해서?" (목 부러뜨리는 남자를 위한 협주곡 中 사람답게, p217)

또 목부러뜨리는 남자를 위한 협주곡이냐 하시겠지만 실은 악스를 읽는 내내 단편 사랍답게가 생각나서 한번 더 읽었다. 하늘의 그물은 크고 성겨서 은근히 놓치기는 하지만 빠뜨리지는 않는다는 동일한 주제 의식 때문인 것도 있겠지만 구로사와와 작가 구보타의 위와 같은 대화 때문에 사슴벌레가 풍뎅이가 된 것은 아닐까 하고 자꾸만 의심하느라. 물론 구보타가 이미 측근 이야기라는 소설을 쓰긴 했지만 그것과 별개로 사람답게 더더욱 사람답게 살아가려 노력하는 사람 여기서는 킬러인 남자의 이야기를 작가님은 쓰고 싶으셨던 게 아니실런지. 살인과 풍뎅이를 떼어놓고 생각할 수는 없지만 후회하고 책임지고 사랑하며 계획하는 그의 노력들이 참 애틋하고 감동적인 책이었다. (현실에서는 물론 절대 용서 못한다.) 킬러 시리즈도 처음이고 이런 생각 자체가 헛집은 걸수도 있지만 한 작가님의 책을 꾸준히 읽는 것에는 뜻밖의 재미가 있구나를 새삼 느끼게 해준 책, 고마워요 풍뎅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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