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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댓말로 여행하는 네 명의 남자
마미야 유리코 지음, 김해용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왜 고작 스무 살에 결혼 같은 걸 한 거에요? 사랑하지도 않았으면서. 왜 아이까지 만든 거죠? 사실은 남자를 좋아하지도 않았잖아요. 당신 때문에 난 여자를 경계하게 돼버렸어요. 어떻게 책임질 거에요."
ㅡ 마시마
"어린 왕자라는 책이 있잖아요.
난 그 책이 싫었어요.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데, 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게 뭔지 몰랐거든요. 이 세상은 모르는것 투성이라 당황스러운 일이 많아요" ㅡ 사이키 선배
"당신은 부모님을 위해 사는 거야? 그럼 나는 뭐였지? 당신이 효도하기 위한 부속품이었나? 당신에게 당신 자신의 인생은 없는 거야? 문제의 본질을 흩트리는 짓은 이제 어지간히 해. 당신 인생은 태어난 순간부터 당신 것이었어. 똑같은 짓을... 야스한테도 강요할 셈이야? 그건 절대로 용서 못 해!"
ㅡ 시게타
"시오리가 안고 있는 구멍도 상처나 다름없다. 상처가 있으면 아픈 게 당연하다. 오래 걸려도 상관없다. 그녀의 상처에도 조금씩 딱지가 생길 것이다. 그러길 바라면서 이번에는 신중하게 단팥죽 음료수를 입에 머금었다." ㅡ 나카스기
1. 존댓말로 여행하는 네 명의 남자는 어떻게 만나게 되었나
목욕시간은 반드시 밤 10시, 점심은 가급적 면 저녁은 아무거나 상관없지만 아침만은 반드시 빵, 연애 해본 적 없음, 서른 넘어 몽정 한 번 한 것으로 충격 받아 회사 결근, 초중고 재학 당시 전학년 인명부뿐만 아니라 졸업한 선배들 명부까지 모조리 외움, 좋고 싫음이 매우 뚜렷, 빈말 못함, 하고 싶은 말 다함. 이런 성격의 사람이 중고대 선배에 직장 동료이기까지 하면 기분이 어떨까? 엎친데 덮친 격으로 함께 여행까지 가게 되었다면?? 천재적인 두뇌를 가졌지만 사람의 마음을 읽는데는 서투른데다 강박증이 있는 이상한 성격의 사이키 선배와 여행 동료가 되어버린 마시마는 사도로 향하는 페리 위에서 한숨을 삼키는 중이다. 그저 10여년 만에 엄마를 만나게 되어 부담스럽다고 한탄을 한 것 뿐인데 왜 그게 함께 여행을 가자는 말로 받아들여진 것일까? 용기를 짜내어 남자 둘이 여행가는건 부담스럽다고 한 고백이 왜 생판 얼굴도 모르는 이혼남 연구원 시게타씨와 집착 여자친구에 시달리는 중인 영업남 나카스기군과의 단체여행으로 급진전한 것일까? 마시마는 머리가 아프다.
2. 존댓말로 여행하는 네 명의 남자의 여행지
사도, 마시마의 어머니가 정착한 곳. 고향에서도 한참한참 떨어진 외딴 섬이다. 바다가 아름답고 사금을 캘 수 있는 골드파크가 있고 비키니 수영복의 아름다운 그녀들이 있으며 어머니인지 아버지인지 분간할 수 없어 마시마의 상처가 된 그녀가 있다.
아타고 산, 세 살이 되기 전에 참배한 아이는 평생 불 걱정 없이 살 수 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곳. 시게타의 전처가 아들 야스, 친정 부모님, 언니와 함께 살고 있으며 처가에 가기 껄끄러웠던 시게타의 꼬심에 넘어간 마시마들이 함께 동행한다.
돗토리 사구, 일년 중 가장 춥다는 2월에 방문하게 된 바다. 영업 스트레스와 여자친구의 결혼 집착에 돌아버리기 일보 직전의 나카스기군을 위로하기 위해 방문한 여행지이다. 실은 나카스기군의 첫사랑이 가보고 싶어했던 곳이기도 하고.
아쓰미 온천, 사이키 선배가 사랑에 빠져 방문한 곳! 추추추추추충격이닷!! 실은 사이키 얼빠인 마시마와의 그렇고 그런 이야기가 그려질 것 같다고 나름 견실한 추리(?)를 해나가는 중이었으므로 아루에의 등장에 얼이 빠져버렸다. 완벽주의 청소요원인 아루에의 손짓과 몸짓에 완전히 반해버린 사이키가 과연 이 사랑을 진전시킬 수 있을까? 결벽증 그의 키스는 과연??
3. 존댓말로 여행하는 네 명의 남자, 마지막엔 혼자가 될지언정 그래도 좋다, 지금이 좋다!
첫 사도여행을 시작으로 고민이 생길 때마다 네 명의 남자는 얼떨결에 여행을 떠나게 된다. 매 여행지에서 이상해 보였고 실제로도 많이 이상한 그 남자 사이키가 만들어내는 혼란과 사고 앞에 여행자들은 함께 무장해제 된다. 솔직해 지는 것이 부담스럽지가 않다. 다른 모든 이들과 똑같이 평범한 사연, 평범한 성격, 평범한 개인사를 가진 것처럼 꾸며 보였지만 실은 저마다의 상처를 안고 있는 이들이 여행을 통해 성장하고 결심하고 나아가는 모습이 또 그냥 제자리로 돌아오는 모습이 재미있고 우습고 공감간다. 살짝 만화 같기도 한 캐릭터들이 더욱 재미를 더한 존댓말로 여행하는 네 명의 남자, 나도 그들과 함께 여행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