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내가 글을 쓰는 이유 - 그리고 당신이 글을 써야 하는 이유
이은대 지음 / 슬로래빗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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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 관한 책이지만 저자가 글쓰기로 인해 구원을 받는 과정을 그린 에세이 같은 책이기도 한 내가 그을 쓰는 이유에서 이은대 작가는 나만의 글쓰기를 강조한다. 주제도 형식도 분량도 제한이 없는 자기 마음에서 불러주는 말을 글로 적으로고 말한다. 저자도 그것으로 인해 삶의 밑바닥에서 나올 수 있었다면서...

 

저자는 대기업을 다니다 퇴사를 하고 시작한 사업을 실패하면서 그의 삶을 밑바닥 아니 지하로 뚫고 나간다. 심지어 채권자들의 고소로 인해 전과자가 되는 시련을 겪기도 한다. 그 참담한 시간 속의 감옥에서 저자는 글쓰기를 시작한다.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는 것으로 시작한 글쓰기는 점차 다양한 주제로 확장되면서 매일같이 글을 쓰고 있다고 한다. 이에 글쓰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글쓰기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본능이자 욕구라고 생각한다. 숨쉬기처럼 말이다. 숨쉬기를 포기한다는 것은 죽음을 의미한다. 쓰고자 하는 욕구는 오직 쓰는 행위로만 해소할 수 있다. 거기엔 아무런 조건도, 이유도 없다 필요한 건 오직 종이와 펜, 그리고 쓰고자 하는 마음뿐이다. (24쪽)

 

글쓰기를 하기 위한 준비물은 간단하다. 종이와 펜, 그리고 쓰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시작할 수 있다. 그리고 어떤 글이든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블로그를 시작할 때 큰 도움이 된 파워블로거 핑크팬더의 블로그 글쓰기의 저자 핑크팬더 이재범 작가도 아무것이라도 좋으니 일단 시작하라고 조언을 하는데 두 작가 모두 글쓰기를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일단 무엇이든 쓰리고 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쓰기가 막막한 경우도 적지 않다. 이에 저자는 글쓰기를 방해하는 핑계들라는 제목으로 시간이 없다. 글을 써본 적이 없다. 글재주가 없다. 무엇을 써야할지 모르겠다. 다른 사람들의 비판이 두렵다. 쓰다보면 내용이 산으로 간다. 문장력이 약하다. 쓸 말이 없다. 글쓰기가 힘들다. 도무지 집중할 수가 없다. 10가지의 핑계에 대해 조목조목 글을 써야 하는 이유에 대해 답을 한다. 10가지나 되는 핑계이기에 다른 핑계거리가 더 이상 없을 것 같다. 결론적으로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것을 아무런 제약 없이 자유롭게 쓰는 것이 나만의 글쓰기이기에 이런 것에 핑계에 속박을 당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또한 글을 써감에 따라 자신의 감정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으며 그것을 조절할 수 있고, 목표가 한층 더 명확해 지는 등 글쓰기의 효능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준다. 저자는 글쓰기의 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글쓰기의 힘은 무한하다. 이 사사로운 행위로 인해 우리는 마음을 다스릴 수 있게 된다.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은 세상도 다스릴 수가 있다. 자신감이 가슴속에 묵직하게 자리 잡으면서 어떠한 갈등과 주변의 날카로운 공격에도 흔들림 없이 평온을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가슴 벅찬 희열을 당신에게도 전해주고 싶다.

 

책의 곳곳에서 밝히고 있듯이 저자는 글쓰기를 전문적으로 배운 사람은 아니다. 그저 글쓰기를 좋아하고 글쓰기를 통해 인생을 구원받아 계속 쓰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저자는 맞춤법이 틀려도 글의 문맥이 어색해도 일단 글쓰기를 중단하지 말고 계속 쓰라고 한다.

 

말과 글로 분류될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하는 가장 큰 목적은 서로 의사소통이다. 하지만 서로가 아닌 나와의 의사소통에는 말보다 글이 더 효율적으로 보인다. 저자가 매일하고 있는 나만의 글쓰기를 통해 나 자신과 솔직한 의사소통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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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날씨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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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이 되면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소식이 있다. 바로 기상관측사상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는 소식이다. 쉽게 말해서 매년 여름이 점점 더 더워지고 있다는 말이다. 지구 전체로 범위를 넓혀보면 어느 곳에서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시달리고 어느 곳에서는 태풍이나 허리케인 또는 폭우로 몸살을 앓는다. 계속 높아져만 가는 해수면도 무시할 수 없는 문제이다. 즉 기후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지금의 문제가 되었다.

 

공장식 축산의 폐해를 다룬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를 쓴 조너선 사프란 포어가 이번에는 우리가 날씨다로 기후문제를 다룬다.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에서 누구나 저렴하게 고기를 먹을 수 있게 만들었다는 기여는 있지만 중요한 게 아무것도 없다면, 지켜야 할 것도 없는 법이다라는 자신의 할머니의 말을 인용하며 공장식 축산은 단지 고기를 최대한 싸게 많이 먹기 위해 동물을 잔인하게 학대하고, 환경파괴에 그 무엇보다도 크게 영향을 끼치며, 동물의 면역력을 파괴해 우리의 건강까지 위협하며 공장식 축산을 폐해를 밝힌 저자는 우리가 날씨다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은 주장을 한다.


저자가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 주장하는 것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우리 모두가 기후변화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공통된 동기로 집단행동을 하는 것이다. 저자는 종교적인 행사를 예로 든다.


사람들은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추수감사절을 축하하고, 종교적 정체성을 표현하기 위해 종교 축제에 참여하고, 애정을 표현하기 위해 포옹한다. 사실이다. 하지만 처음의 동기가 계속 강하게 유지될 필요는 없다. 아예 없어도 된다. 동기가 행동을 낳을 수도 있지만, 행동이 동기를 낳을 수도 있다. (60쪽)


다시 말하면 우리는 기후 변화를 막겠다는 거창한 동기가 없어도 된다. 일회용품, 플라스틱 용품을 줄이거나 전기사용을 조금 줄이는 등 일상생활 속에서 탄소의 배출을 줄이려는 행동이 중요한 것 이다. 이런 의식적인 행동이 곧 기후 변화를 막겠다는 동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두 번째로 저자는 삼시세끼 중 아침은 고기가 들어있지 않는 채식을 하는 것을 권한다. 책의 띠지에 적힌 알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당신을 위해라는 말이 딱 맞는 그러한 주장이었다. 이는 전작인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에서 주장한 것을 조금 더 구체적이고 확장한 것 같았다.


유엔 식량농업기구는 가축 사육이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이며, 현간 대략 751600만 톤의 이산화탄소 등가물을 배출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전 세계 배출량의 14.5퍼센트에 해당한다. (116쪽)


유엔 식량농업기구의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기후변화에 영향을 주는 온실 가스의 약 7분의1이 가축 사육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가축 사육의 대부분은 공장식 축산업에서 이루어진다. 그렇기에 저자는 적어도 세끼 식사 중 한 끼는 채식으로 육류 소비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저자는 다음과 같이 강하게 주장한다.


동물성 식품 소비를 확실히 줄이지 않으면 지구를 구할 수가 없다. (86쪽)


여기서 저자는 기후변화를 막거나 우리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를 구한다는 표현을 썼다. 저자의 말처럼 기후변화는 생명이 살아가는 지구라는 행성의 생존과 관련되는 일인 것이다.


지구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간다.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민족만이 살아갈 가치가 있다고 믿는 사람도 있다. 모두 자신만의 신념을 가지고 다르게 살아가고 있지만 기온이 40가 넘는 곳에서 몇 시간을 지낸다면 공통적으로 쓰러지고 말 것이다. 각자 가진 신념은 다를지라도 기후 변화는 공통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지금도 진행 중인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저자의 주장처럼 한 끼 식사를 바꿔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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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봄 - 개정판 레이첼 카슨 전집 5
레이첼 카슨 지음, 김은령 옮김, 홍욱희 감수 / 에코리브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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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 작은 마을에서 젖소 190마리의 떼죽음을 당하고 마을 주민이 메스꺼움과 고열에 시달리며 기형아들이 출생하는 등 한 마을을 황폐화된 사건을 다룬 영화가 있다. 사실을 기반으로 한 이 영화는 현재진행형인 사건을 다뤄 더 큰 충격을 주었는데 세계 최대의 화학기업 듀폰의 독성 폐기물질(PFOA) 유출 사실을 다룬 다크 워터스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변호사 롭 빌럿은 자신의 커리어와 가족들까지 위협하는 대기업의 견제 속에서 20년간 홀로 싸운 끝에 피해자 전원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으며 끝이 난다. 지금도 진행 중이라는 환경문제를 다룬 영화이기에 시사하는 점이 적지 않다.


영화 다크 워터스의 롭 빌럿보다 30년 앞서 유해 화학물질의 폐해를 주장한 이가 있다. 침묵의 봄의 레이첼 카슨이다. 저자는 지금은 거의 사용하고 있지 않은 살충제인 DDT(dichloro-diphenyl-trichloroethane)의 유해성을 주장하고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전 세계에 알렸다. 침묵의 봄에서는 DDT를 중심으로 화학 살충제가 살포 되었을 때 지하수, 하천, 토양 및 지구의 지표 생물 그것을 먹고 사는 새나 물고기 등의 피해 그리고 궁극적으로 인간에게 되돌아오는 피해를 자세히 설명한다.


지금이야 살포된 유독 화학물질이 하천이나 토양에 남아 생물체에 축적이 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1960년대 해충을 박멸하고 생산성을 높이려는 방안으로 제기된 살충제의 폐해를 밝히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먹고 사는 것이 먼저일 때 나머지는 뒷전이 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자는 화학 살충제의 폐해를 밝히고 있지만 그것을 무작정 막는 것은 아니었다. 2참아야 하는 의무에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물론 화학 살충제의 전면적인 금지를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내가 지적하려는 것은, 독성이 있고 생물학적 문제를 일으킬 잠재성을 가진 살충제를 그 위험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의 손에 쥐어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37쪽)


마치 칼과 불을 대하는 것과 같아 보였다. 불과 칼은 일류의 문명 발전에 없어서는 안 되는 도구이다. 그 도구를 사용하여 사냥과 다른 도구의 제작이 더 쉬워졌고 생존을 넘어 문명을 발전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 도구는 사람을 쉽게 해할 수도 있는 도구이다. 문제는 그것을 쓰는 이가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한데 저자가 말하는 화학 살충제도 이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또 한 가지 저자가 지적하는 것으로 국가에서 지정하는 허용량의 단면이다.


허용량 기준을 정할 때 미국 식품의약국은 실험실 동물 대상의 유독물 실험을 바탕으로 그 동물에게 문제를 일으키는 양보다 훨씬 낮은 선을 규정해놓았다. 언뜻 안전을 확실히 보장하는 듯한 이 방식은, 사실 중요한 것들을 무시하고 있다. 실험실 동물은 극도로 통제된 상황과 인위적인 환경에서 엄격하게 정해진 분량의 화학물질만을 먹고산다. 이에 반해 상황이 대단히 복잡할 뿐 아니라 어떤 화학약품들을 함께 섭취하고, 또 얼마나 많이 섭취하는지 제대로 알 수 없고 꼼꼼하게 분석할 수도 없는 우리 인단들은 전혀 다른 처지에 놓일 수도 있는 것이다. (210쪽)


최근 불거진 식품첨가물인 아스파탐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식품의약국은 다양한 물질의 효능과 안정성을 검사하고 승인하기에 그곳에서 발표하는 가이드라인은 일반적인 삶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앞서 저자가 지적한 대로 우리는 다양한 상황에서 복잡하게 화학약품을 섭취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그것까지 고려된 허용량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하루 물 2L를 마시는 것은 우리 몸에 필요한 일이지만 우리는 야채나 다른 음식 속에서도 수분을 섭취할 수 있기 때문에 꼭 2L의 물을 매일 마실 필요는 없다는 것과 비슷한 경우인 것 같았다.


뛰어난 사람이라도 한계가 분명 존재하기에 홀로 거대한 집단과 사회에 맞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다크 워터스의 롭 빌럿 변호사나 침묵의 봄의 저자 레이첼 카슨을 보면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상대가 거대하거나 위협적이라고 옳고 그름을 따라갈 수만 있다면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 가능해 보인다. 쉽지 않은 일이기에 그것을 해낸 그들이 더 크게 보이는 것 같다.


다음은 책을 다 읽은 뒤에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은 저자가 인용한 장 로스탕의 말이다.


참아야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면, 알아야 하는 것은 우리의 권리다. (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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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숲 Untold Originals (언톨드 오리지널스)
천선란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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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미래 자신들을 지구 종말의 생존자라 믿는 주인공이 실제는 자신의 신체부위를 스폰서에 제공하는 복제인간임을 깨닫고 유토피아라 믿고 머물던 곳을 탈출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 아일랜드는 호기심을 가진 복제인간도 흥미로웠지만 그들이 유토피아라 믿고 살고 있는 땅 속 생활이 인상적이었다.

 

그와 비슷한 지하 생활을 다룬 소설인 이끼숲은 식물의 말이 들리는 주인공의 이야기인 나인과 뱀파이어와 외로움에 대한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에 이어 세 번째로 읽은 천선란 작가의 소설이다. 사전 정보 없이 집은 책이었기에 이끼숲이 무엇을 지칭하는지 모르고 읽어 나갔다. 연작소설이라고 소개된 이끼숲에는 바다눈’, ‘우주늪’, ‘이끼숲 이렇게 3편의 소설로 이루어 져 있으며 생명공학 연구소의 경비원인 마르코, 의사인 치유키, 통신국의 소마, 씨앗 저장고의 지킴이 톨가, 기계실의 정비공인 의주, 지상 탐사대에 들어가고 싶었으나 여의치 않아 건설 현장에 일하는 유오 그리고 의주의 쌍둥이 자매 의조가 주인공으로 그들의 이야기로 이루어 져 있다.

 

먼저 그들이 살아가고 있는 지하 세계에 대해 소개하자면 는 지상에서 추방 된 인간이 다시 지상으로 올라가기 위해 연구를 진행하며 살아가는 곳으로 철저한 감시와 통제로 이루어진 조지 오웰의 1984의 빅브라더의 세계와도 같아 보였다. 지하 세계는 인구의 출산 계회부터 위원회에 보고되고 그들의 허가받은 이들만이 엄지 손톱만한 칩을 머리에 심어 드나드는 곳마다 인식을 하게 한다. 반면 허가 받지 못한 이들은 체포되어 어디론가 끌려 같다. 그리고 이들을 통제하기 위해 하루에 한 알 꼭 먹어야 하는 ‘VA2X’라는 알약도 등장한다. 지하 도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요소라는 이 약은 복용을 오랫동안 주단하면 환각, 정신 분열, 우울증 따위의 정신 질환과 뼈가 삭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고 묘사되고 있다. 또한 일종의 보험으로 시민의 클론을 만들어 불의의 사고를 당한다면 영화 아일랜드처럼 클론의 일부를 이식하는 시스템도 구축이 되어 있다. 이러한 곳에서 나고 자란 이제 학업을 마치고 현장 업무에 투입된 여섯 명의 아이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먼저 바다눈은 생명공학 연구소의 경비원인 마르코의 이야기이다. 그는 밤에 홀로 경비를 서다 어디서 들려온 노래 소리를 따라가다 그곳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은희를 만나 새로운 감정을 느낀다. 그녀와 함께 밥을 먹고 나이 제한이 있는 재즈 바에서 노래를 들으며 그녀에서 빠지게 된 마르코는 그녀를 만나기 위해 난생 처음 지하 도시의 끝에 위치한 그녀의 집에도 방문한다. 지하 세계에 몰아친 파업이라는 광풍에 휘말려 비록 그녀와의 만남은 짧게 끝이 나는 마르코의 사랑과 모험이야기이다.

 

다음으로 우주늪에서는 여섯 명의 주인공 외에 다른 이가 등장한다. 의주의 쌍둥이 자매이지만 위원회에 보고가 되지 않아 지하 세계의 시민으로 인정을 받지 못한 의조이다. 그녀가 웜홀이라고 부르는 지하 도시의 배관을 타고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생활을 하고 있는 그녀는 제비뽑기로 자신이 이렇게 선택된 것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기도 하고 의조에 대한 감정을 쏟아 내기도 한다. 그러던 중 치아키를 만나 새로운 만남에 눈을 뜨게 되는 이야기이다.

 

마지막으로 이끼숲에서는 여섯 명의 친구 중 한 명인 유오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그의 죽음으로 그의 클론까지 폐기가 되자 그것을 막기 위해 유오의 클론을 데리고 지하 도시를 탈출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구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 하지만 무엇을 구해야 하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구한다는 건 일이 일어나기 전에 그것을 막는 것인데 나는, 우리는 언제나 일이 일어난 뒤에야 그곳이 위험했음을, 우리가 위태로웠음을, 세상이 엉망이었다는 것을 안다. 항상 먼저 간 이들이 남은 자들을 구한다. (278쪽)


지하도시에서 여섯 명의 아이들은 서로를 구하고 구해지는 관계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가 말하는 구해지는 이야기가 맞는 것도 같았다. 이끼숲에서 모두가 탈출을 결심했을 때 그곳에서 디에고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 톨가는 다른 친구들을 도와주지만 자신은 남겠다고 말한다. 그 모습을 본 소마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어쨌거나 나는 디에고를 끌어안던 톨가의 단단한 팔을 기억한다. 그 팔은 톨가가 만든 최초의 울타리다. 모험만을 꿈꾸던 톨가가 만든 오두막. 그곳에는 디에고가 있다. 이제 톨가는 태풍을 뚫고 바다를 건너는 것이 아니리 태풍으로부터 집을 지켜야 한다. 집은 시간이 지날수록 견고해지겠지. 지키고 싶은 것이 생긴다는 건,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그렇게 세상으로부터 외골수가 되어가는 과정이니까. (184쪽)


재미있게도 지하 도시, 클론이 나오는 SF소설이고 그곳에 탈출을 하는 모험적인 이야기이지만 그 말이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지키고 싶은 것이 생긴다는 건 그렇게 세상으로부터 외골수가 되어가는 과정’...


자연스럽게 누구보다 탈출을 하는 모험을 꿈꿨지만 그곳에 남게 된 톨가의 삶을 응원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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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 제155회 나오키상 수상작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김난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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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생각나는 것은 호빵뿐 아니라 가족이다. 같이 살고 있더라도 혹은 따로 살고 있더라도 가족으로 묶여 있다면 부쩍 추워진 날씨 덕에 안부도 물으며 따뜻한 겨울을 날 준비를 한다. 그것이 이 땅에 태어나 가장 처음 맺는 가족이라는 관계이다.


나오키 상을 받은 오기와라 히로시의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는 그런 가족의 관계를 다룬 6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각기 등장하는 인물이 다르고 다루는 주제도 다르지만 모두 한 번씩은 겪어 봄직한 가족이라는 서먹한 관계를 풀어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단편인 만큼 좀 더 재미있게 본 편도 있고 조금 아쉬운 편도 있었다.


남편과의 다툼을 그린 멀리서 온 편지나 학대를 당한 아이의 탈출을 그린 하늘은 오늘도 스카이 편은 조금 아쉬웠다. 반면 가장 인상적으로 읽은 편은 딸을 잃은 부부의 심정을 그린 성인식이다.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외동딸을 교통사고로 먼저 보내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부부는 5년이 지나 딸의 또래가 성인식을 할 나이가 되자 딸의 성인식을 대신 가기로 하는 내용의 단편이다. 무려 20년이나 지나 자신들의 성인식이 아닌 딸의 성인식을 딸을 대신해 가려는 결심을 하기 까지 심정을 담담히 그리고 있다.


성인식에서 부부가 죽은 딸인 스즈네를 그리워하는 모습을 나타내는 대목이다.


우리 부부는 둘이서만 즐기고 웃는 것을 죄악처럼 여기고 있었다.

몇 년에 걸쳐 조금씩 웃고, 취미 생활도 챙기고, 반찬이 맛있다고 느끼고, 술에 취하고 별 느낌 없이 텔레비전을 보고, 그럴 수 있게 되었는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마음의 아픔은 시간이 해결해준다. 흔히들 하는 말이다. 그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앞으로 몇 년이 지나야 해결될 수 있을까. (성인식)


배우자를 먼저 보내면 홀아비나 과부, 부모가 없으면 고아라고 지칭하는 말이 있지만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를 가리키는 말을 없다고 한다. 한 단어로 그것을 표현할 수 없기에 단어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둘이서 즐기고 웃는 것조차 죄악으로 여기는 모습에서 딸을 먼저 보낸 부모의 심정을 조금 엿볼 수 있었다.


책의 제목과 같은 단편인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는 머리를 깎으러 들어간 손님에게 나이가 많은 이발사가 머리를 깎으며 자신이 살아온 지난 삶을 독백의 형식을 하나 둘씩 풀어내는데 말미에 손님과의 관계를 암시하는 대목이 나와 재미있게 본 편이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의 유명한 첫 문장인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무릇 불행한 가정은 나름나름으로 불행하다처럼 행복해 보이는 가족보다 결핍이 있고 아픔이 있는 가족사를 보면서 우리는 가족의 소중함을 더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그렇기에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속의 아픔을 가진 가족 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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