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미국의 정치가이자 과학자였던 벤저민 프랭클린은 다음과 같이 일갈했다.
"좋은 술이 없는 곳에 좋은 삶이란 없다!" - P185

우리 술꾼의 입장에서는 과연 ‘어떤 술이 좋은 술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발견하는 것이야말로 일생의 술자리를 걸어도 좋을 화두이자 연구과제일 터다. 술에 관한 글을 쓰는 내 입장에서도,
그것은 이 책의 시작과 끝을 관통하는 주제가 되리라는 예감이 들었다. - P185

한눈에도 술 좋아하고 사람 좋아하게 생긴 남편과 손끝 야무지게생긴 부인, ‘천비향‘이라는 우리술 브랜드로 유명한 평택의 ‘좋은‘을 운영하고 있는 김승우, 이예령 부부다. - P185

테이블 한편엔 천비향의 이름으로 판매되는 (중략).
잔에 담긴 술은 보드라운 아기의 살결과도 같은 색깔을 띠고 있었다. 술은 입안에 언제 머물렀냐는듯 사라졌다.
"일체의 인공감미료를 넣지 않고 쌀과 누룩만으로 만들어 6개월간 숙성을 거쳤습니다. 일반 막걸리보다 도수가 높지만, 목 넘김이 좋아서 여름에 시원하게 마시기에 좋습니다." - P186

사실 전통주를 만드시는 양조장 분들을 만날 때마다 좀 부탁드리고 다녀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이 있었다. 바로 "조금만 덜 달게 만들어주십사" 하는 거였다. 단 술이 좋지 않은 술이 아니고, 단맛이다 나쁜 맛이 아닌 것은 자명하다.  - P187

. 쌀과 누룩만으로 빚은 술에서 나는 단맛이란, 곡물이 누룩의 힘으로 당화해 만들어진 자연의 맛이다. 밥을 입에 넣고 오래 씹었을 때 올라오는 은은한 단맛과 같다. 그래서 거부감이 없고, 친근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 P187

단맛은 우리가 유인원 시절부터 찾아 헤매던 맛이다. 잘 익은 과일의 맛이고, 우리를 살아가게 해주는 에너지의 맛이다. 우리가 싫어하려야 싫어할 수가 없는 대상이다.  - P188

술그리다는 달콤한 여운을 남기는 술이다. 하지만 그 단맛은 적절한 쓴맛에 의해 중심이 잡힌, 튀어 오르지 않는 단맛이다. - P188

"아까 마셔본 것에서 과일의 향이 느껴졌다면, 여기서는 견과류의 향이 올라오네요. 확실히 도수가 올라가니까 펀치감도 있고 걸리는 것 없이 깔끔하고 부드러운 것은 택이와 마찬가지인데, 마지막에 살짝 감도는쓴맛 섞인 단맛이 초콜릿 같아서 매력적인데요. 이 술이라면 식사 내내반주로 즐길 수 있겠어요. 여러 가지 마리아주도 상상해 볼 수 있을 것 같고요" - P189

언제나 마시고 싶은, 언제나 즐거운 우리술 세 잔

대한민국 술의 산증인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오미나라의 이종기 대표였다. 우리나라에서 술 좀 마셨다는 사람 치고 이 대표의 손을 거친 술을 마셔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국내 최초의 원액 100퍼센트 위스키였던 패스포트부터, 썸씽 스페셜, 윈저, 골든블루 같은 술들이 모두 그의 코와 혀끝을 거쳤다. - P195

이종기 대표가 양조업에 종사한 것은 올해로 41년째다. 1980년에 OB맥주에 입사한 것을 시작으로 오비씨그램, 디아지오 코리아 등에서 위스키, 진, 보드카의 상품 개발 및 블렌딩을 담당했다. - P195

 그러던 그가 2008년부터 경북 문경에 자리를 잡고 거듭된 연구 끝에 세상에 내놓은 술이 바로 오미로제 스파클링와인이다. - P196

(중략) 그의 설명은 이랬다. 우리가 마시는 술 속에는 거의 400여가지의 성분이 들어 있다. 와인을 예로 들면, 알코올 도수가 13도라고 할때, 그중 86.9퍼센트는 물이고 13퍼센트가 알코올, 그중에서도 에틸알코올이다. 그 나머지 성분을 다 합한 것이 전체의 0.1퍼센트에서 0.2퍼센트를 차지한다. 이런 것들을 ‘미량성분‘이라고 한다. 에틸알코올과 물, 그리고 미량성분이 다 합쳐진 것이 바로 술이다.  - P196

이 대표의 양조 인생은 오로지 국내에서 생산되는 재료로 세계의 술과 어깨를 견줄 수 있는 명주를 탄생시키기 위한 여정이었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 그가 무수한 시행착오 끝에 내린 결론이 바로 오미자였다. - P197

. 시고, 쓰고, 짠맛을 내는 성분이 천연 방부제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미생물이 오미자의 당분을 알코올로 바꾸는 활동을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중략)이 대표가 찾은 탈출구는 바로, 장기숙성이었다.  - P198

고급 종주의 가치와 품격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미나라의 생존을 위해서는 대중화를 통한 채산성 향상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이었기에 새로이 만들게 된 것이 바로 오미로제연이라는 설명이었다.
오미로제연은 스파클링와인의 종주국인 프랑스에서 비교적 최근에 개발된 공정(샤르마 방식)을 도입했다. 탱크에서 1, 2차 발효가 모두 진행되고,
여과를 거쳐 병입될 때까지 천연적으로 발생한 탄산의 압력 (6기압)이 그대로 유지된다. - P199

잔에 따른 오미로제연은 무엇보다 색으로 눈길을 붙잡는 술이다.
상쾌하면서도 그것이 다가 아니라고 은근한 말을 전해오는 향이 코에 감긴 것은 그다음이었다. - P199

(중략).
"맞습니다. ‘미스티컬 플레이버(Mystical Flavor)‘라는 말을 자주 듣습이어진 잔은 샴페인이 태어났을 당시의 그 방법 그대로 만들고 있는 오미로제결이었다. - P200

이 술을 입에 넣었을 땐, 이 표현 말고는 생각나는 말이 없었다.
"저는 지금 별을 마시고 있습니다."
이 말은 지구상에서 샴페인을 처음 만들어 마신 프랑스의 수도사 돔 피에르 페리뇽(Dom Pierre Pérignon)이 남긴 말이다. - P200

"이 오미로제결은 소비자가 10만 원으로 세팅은 했는데, 생산과정에서 손실이 너무 많아서 딱히 저희에게 재정적으로 도움이 되지는 않아요. 우리술의 격을 높인다는 생각으로 계속 밀고 나가고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연은 도움이 좀 돼요. 허허허" - P201

. 별도의 추가 공정 없이도 오미자 술은 선명한 장미빛을 낸다. 지나치게 어둡지도, 그렇다고 심심할 만큼 밝지도 않은 색. 우리나라 주류 ‘관능검사‘
의 1인자가 선택한 오미자 술은 눈으로도 오래도록 즐길 수 있다.  - P201

시음의 마지막 순서는 당연히, 오미라나에서 가장 공을 들여 만들고 있는 고운달이었다. 고운달은 오미로제 와인을 증류해 만드는 과실증류주다. (중략)
"같은 발효액이라도, 동증류기를 쓰면 향이 더 풍부하고 조화롭게됩니다. 저의 오랜 경험을 담아서, 효율이 더 좋은 구조가 될 수 있도록 제작한 거죠." - P202

력했다. ‘달‘이라는 이름에 맞게 조선시대 달항아리를 닮은 둥근 병을 썼고, 10밀리리터가 담기는 전용 잔은 전통적인 마상배 모양으로 제작했다. (중략). 52도의 술이 숙성 기간 동안 머무는 곳은 두 종류다. 백자 달항아리 또는 오크통을 사용해 맛에 변화를 줬다. - P202

 이 술을 만든 사람이 국내 최고의 술맛 감별사라는 것을 생각하면, 즐기는 법 역시 그가 말하는 방법을 따라가는 것이 가장 정확할 것이다. - P202

고수를 따라 한다 해서 그 깊은 경지를 똑같이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어떤 곳을 바라봐야 하는지, 무엇을 찾아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가르침을 받은 덕에 고운달은 나에게 진면목을 남김없이 보여주었다.  - P20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콩나물무침
① 10~15분
□ 콩나물 4줌(200g)
선택 1_ 기본 양념
□ 통깨 1/2큰술
□ 소금 2/3작은술
□ 참기름 1작은술 - P47

콩나물 김무침
① 10~15분
□ 콩나물 약 4와 1/2줌(240g)
□양념파래김(A4 크기) 10장

양념
□ 고춧가루 1/2큰술
□ 양조간장 2큰술
□ 맛술 1큰술
□ 참기름 1큰술
□ 통깨 1작은술
□ 다진 파 1작은술
□ 다진 마늘 1/2작은술 - P47

버섯주물럭
④ 15~20분
□ 느타리버섯 5줌(250g)
□ 표고버섯 3개(60g)
□ 양파 1/4개(50g)
□ 쪽파 1줄기(10g, 생략 가능)
□ 식용유 1큰술
□ 참기름 1작은술

양념
□ 고춧가루 1큰술
□ 맛술 1/2큰술
□ 고추장 1큰술
□ 설탕 1과 1/3작은술
□ 소금 1/2작은술
□ 다진 마늘 1/2작은술
□양조간장 1과 1/2작은술 - P91

뚝배기 달걀찜
① 10~15분
□달걀 3개
□물 1컵(200ml)
□소금 1/2작은술 - P191

브로콜리 마늘볶음
④ 15~20분
□ 브로콜리 1송이(200g)
□ 마늘 20쪽(100g)
□ 식용유 3큰술
□ 멸치액젓(까나리 또는 멸치)2/3큰술
□ 소금 1/3작은술(기호에 따라 가감)
□ 검은깨 1/2작은술 - P6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베란다에서 사계절 보내기

봄 (3 ~ 5월)

주의할 점: 3~4월의 경우 봄이라고는 하지만 새벽의 기온은 생각보다 많이 떨어진다. 낮의 기온만 체크하고 식물을 베란다로 옮기면 예상치 못한 냉해를입을 수도 있다. 새벽 기온 체크는 필수다. - P33

여름(6~8월)특징: (중략) 또 기온이 올라가면서 병충해가 생기기 때문에 잎 사이를 꼼꼼히 살펴 혹 발생할 해충 피해에 대비하고 미리 방제해야 관리가 쉽다. 장마 기간이 지나고 폭염이 시작되면 통풍에 특히 신경을 써줘야 하고 서향 빛은 부분적으로 차단해 화상으로부터 식물을 보호해야 한다.  - P33

가을(9~11월)
특징: 다가오는 겨울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도록 비료를 주고 추위에 약한 식물들은 10월 이후로 실내로 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 - P34

주의할 점: 추위를 이기지 못하는 식물들을 미리 분류해 뜻밖의 냉해를 입지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온도를 수시로 체크하자. 가을이깊어질수록 물주는 주기를 조금씩 길게 잡는다. - P34

고사리
빛 요구량/ ★★★
물 주기/겉흙이 마르면
토양/ 약산성, 산성
월동 온도/ 종류에 따라 상이
원산지/ 전 세계에 분포 - P223

 다만 너무 커지면 자리를 많이 차지하기 때문에 특성을 알아보고 선택하는 것이 좋다. 고사리는 세계적으로 분포하는 만큼 종류도 많고 자생지에 따라환경 특성도 다르지만 대체로 습도가 높은 곳에서 잘 자라고 차광된 빛이나 간접광에서도 잘 자란다. - P22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08:00 나는 경찰 앞으로 불려 간다. 경찰은, 술에 취한 내가인사불성 상태로 잠들어 있을 때, 손님들이 소란을 주도한 인물로 나를 지목했단다. 나만 혼자 놔둔 채 돌아간 손님들은 이시간에 주점에 있을 것이다. 나를 까맣게 잊은 채 어디 하나의지할 데 없는 처량한 나는, 내가 원한 것도 아닌데, 아니,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파키린*으로 변신한다.  - P44

13:00 눈을 뜬다. 개운하다. 간단한 요기. 오늘은 더 이상 아무것도 먹지 않을 참이다. 나는 『톤톨리나, 휴가 중』, 『톤톨리나, 기숙사에서』, 『톤톨리나, 긴 일몰』을 단숨에 읽어 치운다.*

* 작가가 지어낸 가상의 작품들. - P45

16:00 아무래도 손대지 말아야 할 것을 건드렸나 보다. 어찌된 영문인지 비행체 내부에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악취가 진동하고 있다. 나는 밖으로 나간다. 아뿔싸, 터빈이 거꾸로 작동하고 있다. 내 탓이다. 부주의로 인해 터빈이 카드뮴과 플루토늄의 분열 에너지를 배출한 게 아니라 거꾸로 그 일대의 하수를 빨아들인 것이다. - P45

16:17 나는 우주 비행선을 방치하기로 결정하고, 구르브가 돌아올 것에 대비해서 메모를 남긴다. ‘구르브, 나로서는(명예롭게) 비행체를 방치할 수밖에 없음. 돌아오거든, 동네 바르에(바르 주인 호아킨 씨나 메르세데스 부인에게) 메시지를 남길 것. - P46

17:23 나는 페로카릴 델라 헤네랄리타트*라는 대중교통을이용해 시내로 나간다. 지구상에 살아 있는 것들(일례로, 양배추에 기생하는 풍뎅이 같은 것들)이 항상 일정한 방식으로 저 홀로 움직이는 것과 달리 사람들은 다양한 교통기관을 이용한다. 교통기관은 편하지만 반대일 경우도 허다하다.

* 카탈루냐 지방 도심 철도 - P46

18:30 나는 밤을 보낼 곳을 찾아 나선다. 어제처럼 난리법석을 떠는 곳은 피할 생각이다. (중략). 내 경험에 따르면, 도시는 꼭 필요한 시간 이상 머무는 것을 권장할 만한 곳이 못 된다. 하늘이 개어 있다. - P47

19:30 나는 호텔을 찾아서 돌아다니고 있다. 벌써 한 시간이 지난 뒤다. 어찌된 영문인지 도시 전체에 빈 방이 없다.  - P47

20:30 나는 다시 한 시간을 더 돌아다닌 끝에 가까스로 호텔 방을 구한다. 팁의 실용성 덕분이다. 욕실을 갖춘 그 방은 전망이 좋아서 대규모 공사 현장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 P47

22:30 나는 파자마로 갈아입는다. 잠시 TV를 시청한다.

22:50 침대에 몸을 눕힌다. 나는 돈 소폰시오 베유도*의 회고록 『알바세테 토지대장과 함께했던 사십 년』을 읽기 시작한다.

*작가가 지어낸 가상의 인물. - P48

나는 기도를 하고 불을 끈다. 구르브, 여전히 연락 없다.

02:27 굉음. 방에 비치된 미니바가 폭발한다. 영문을 모르겠다. 나는 반시간 동안 바닥에 어지럽게 널린 것들을 치운다.

03:01 비상. 대로 공사로 인해 가스관이 터졌단다. 다급하게 방을 빠져 나온 투숙객들이 비상구로 대피한다. - P49

06:05 나는 이른 시간에 체크아웃을 한다. 노천에서 간밤을보냈다는 손님이 내가 비운 방을 차지한다. 식품업계 영업 사원인 그는, 자기 회사가 뼈 없는 닭 요리를 개발했는데, 뼈 없는 닭이 요리에는 더없이 좋지만 사육을 어떻게 할지 암담하단다. - P49

14일

09:30 나는 부동산 중개소를 찾아간다. 중개인한테 호감을사기 위해 켄트 공작 부부**로 변신한다. 부동산 중개소에는 집을 구하려는 사람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09:50 나는 《올라!》***를 펼친다. 발두이노라는 인물과 파비올라라는 인물의 결혼****에 관한 특집 기사를 싣고 있다. 발행일을 확인하니 오래된 과월호다.

**영국 왕실의 로열패밀리인 에드워드 공작과 그의 부인 캐서린.
*** 에스파냐에서 발행하는 연예 패션 잡지.
**** 벨기에 왕 발두이노 1세와 에스파냐 출신의 파비올라의 세기적인 결혼. - P51

11:25 나는 분양받은 새 아파트로 들어선다. 과히 나쁘지않다. 주방과 욕실을 꾸며야 하는데, 크게 신경 쓸 일이 없다.
나는 요리를 할 줄 모르고, 목욕을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결코. - P52

17:58 나는 식탁 세트와 그릇 세트를 구입한다.

18:20 실내복과 커튼을 구입한다.

19:00 청소기, 마이크로 오븐, 증기다리미, 토스터, 프라이팬, 헤어드라이어를 구입한다. - P53

21:30 나는(오늘만큼은) 평소의 독서 목록 대신에 지구인들사이에서 위대한 명성을 향유하고 있는 영국 여작가의 추리소설을 챙겨 침대에 눕는다. 줄거리가 단순하고 고루하다. A라는 인물이 도서관에서 시신으로 발견된다. 누가, 왜 A를 죽였는지 알아내려고 B라는 인물이 나선다. B는 일련의 허술한 추론을 바탕으로 (공식 3(x2-r)n±0)에 적용하면 간단하게 해결된다.) 용의자 C를 살인자로 확신한다.(당연히 잘못된 것이다.) - P53

04:17 나는 자다가 깨어난다. 다시 잠을 이룰 수 없다. 침대에서 내려와 텅 빈 실내를 서성이고 있다. 옆구리가 허전하다. 하지만 그 이유를 도통 모르겠다.

05:40 피로감이 물밀듯이 밀려든다. 나는 나를 옥죄는 어떤 미지수를 떨쳐 내지 못한 채 다시 잠을 청한다. - P54

15일

07:00 (중략). 메르세데스 부인한테 내가 여자를 사귈 수 있겠느냐고 묻자, 그녀는 내가 여자에 대해 진지한 마음을 갖고 있느냐고, 아니면 잠시 스쳐 가는 애인을 두고 싶은 거냐고 반문한다. 내가 진지하다고 항변하자, 그녀는 그렇다면 구혼자가 넘쳐날 거라고 대답하고는 안뜰을 둘러봐야겠단다.*

*곤혹스러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사용하는 관용적인 표현. - P55

09:15 (중략). 실망. 아, 구르브가 아니라 안타레스 성좌에 있는 AF 기지의 최고 위원회에서 발송한 메시지다.  - P56

10:40 암호 해독. 우주 조사국에서 루이시토 수아레스*가 왜 루이스 미야**를 선발하지 않았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어 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나로서는 당장 답신을 줄 수 없다. 

* 1990년 월드컵 당시 에스파냐 국가대표 축구 팀 감독.
* 전 에스파냐 국가대표 축구선수. - P56

15:00 나는 방법론적인 효과를 구하기 위해서 세 가지 난제를 분류한다. 하나는 생물학적 문제, 다른 하나는 심리적 문제 마지막은 실천적 문제인데, 나는 모든 것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 P57

17:05 나는 가판대를 찾는다. 《플레이보이》 달력을 재킷 속에 감추고 부리나케 뛰어서 집으로 돌아온다. - P57

19:00 남자는 어떤 때에 여자한테 존중을 받는가? 남자의 도덕적 품성과 사회적 위치, 옷맵시와 청결한 모습이 여자한테 각인될 때다. 가끔은 폭력을 쓰기도 하는데, 그것은 경우에 따른 선택 사항일 뿐이다.  - P58

20:00 나는 거울 앞에서 여러 인물로 변신해 본다. 여자들은 눈으로 사로잡아야 하며, 그래서 첫인상은 대단히 중요하다.
나는 오란테스*로, 비리아투스**로, 아르마니로, 아이젠하워로변신을 거듭한다.

* 에스파냐 출신의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
** 이베리아 반도에서 로마군에 대항해 결사 항전을 벌였던 루시타니아족의 용사이자 지도자. - P58

23:30 엘리세오는 에스파냐를 넘어 유럽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대극장이지만 재정 압박으로 인해 공연의 질적 수준이떨어지고 있다. 프로그램에 따르면, 오늘만 해도 오케스트라와 합창대가 불참했단다. 체불 임금 탓이다. 그들 대신 엔지니어들로 구성된 투나**가 등장하는데, 그런 탓인지 「보리스 고두노프」***가 기대에 못 미친다.

** 원래는 대학생으로 구성된 에스파냐의 전통적인 악단으로, 고풍스러운의상을 입고서 민요를 연주한다.
*** 모데스트 무소륵스키가 작곡한 4막의 러시아 오페라 - P5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점원에게 이케우치 씨에 관해 묻자 상대방은 놀란 표정을지었다.
"잠깐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이윽고 점장인 듯 보이는 여자가 나타나 이케우치 씨는 자리에 없다고 말했다. 의도를 탐색하는 눈치기에 시라이시 씨는 이케우치 씨와의 관계를 간략하게 설명했다. - P136

"오늘은 출근할 예정이었거든요. 그런데 안 오는 거예요. 호텔에 문의했더니 그저께 체크아웃 했다고 하더군요. 무단결근은 고사하고 지각조차 해본 적 없는 사람이니까 여행지에서 무슨 문제가 생긴 게 아닌지 저희도 걱정이 돼서 말이죠………. 댁에도 연락해서 앞으로 어떻게 할지 검토하는 중이랍니다." - P137

이케우치 씨는 열대의 비밀을 풀기 위해 교토로 간 거예요. 하지만 사실은 저희들 모두 『열대』 안에 있고, 그러니까 이케우치 씨의 실종은 『열대』라는 소설에 포함되는 거예요. 그런 설명을 듣고 납득할 인간이 세상 어디에 있겠나. - P137

지하상가의 모형 상점으로 돌아온 시라이시 씨를 보고 삼촌은 놀란 듯했다. 미간에 깊게 주름을 잡고 당장이라도 물어뜯을 것처럼 사나운 표정을 짓고 있었기 때문이다. - P138

"왜 그러는 건데."
삼촌은 걱정스레 말했다.
"죄송해요."
"너 없는 사이에 우편물이 왔어." - P138

"교토에 아는 사람이 있어?"
삼촌이 무심코 물은 말에 놀라 시라이시 씨는 소인을 확인했다. 정말 교토에서 부친 것이었다. 봉투를 뜯자 낯익은 검정 노트가 나왔다. - P139

시라이시 씨는 황급히 노트를 폈다.
‘시라이시 다마코 씨께‘
이케우치 씨의 또박또박한 글씨가 공책을 빽빽이 메우고 있었다.
‘잘 지내시는지요. 이케우치입니다.
당신은 『열대』를 탐구하는 학파가 마지막으로 맞이한 동료입니다. 저는 이 만남이 새로운 전개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제 확신은 옳았습니다. 그 만남이 없었다면 이런 수기를 쓸 일도 없었을 테니까요.‘
꼭 이케우치 씨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 P139

신칸센이 도쿄역을 출발한 뒤로도 자기가 자기를 뒤따라가지 못하는 듯한 감각이 한동안 이어졌다. 유라쿠정을 지날 때 차창 밖으로 그녀가 일하는 건물이 보였다. 그곳 지하상가의 모형 상점에서 또 한 명의 자신이 지금도 상점을 지키고 있을것만 같았다. - P140

사야마 쇼이치를 지요 씨가 뒤쫓았다.
지요 씨를 이케우치 씨가 뒤쫓았다.
그리고 지금 이케우치 씨를 자신이 뒤쫓고 있다.
그나저나 이렇게 충동적으로 여행을 떠나기는 처음이었다. - P141

시라이시 씨는 무릎 위에 놓인 이케우치 씨의 노트를 내려다봤다.
교토까지 두 시간 조금 더 걸린다. 그때까지 이 노트를 읽자. - P141

제 3장 보름달의 마녀

시라이시 다마코 씨께

잘 지내시는지요. 이케우치입니다.
당신은 『열대』를 탐구하는 학파가 마지막으로 맞이한 동료입니다. 저는 이 만남이 새로운 전개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제 확신은 옳았습니다. 그 만남이 없었다면 이런 수기를 쓸 일도 없었을 테니까요.
이 수기는 저 자신의 이야기입니다.
그와 동시에 당신을 위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림 동화의 헨젤과 그레텔은 숲속 깊은 곳에 버려졌을 때미리 떨어뜨려놓은 하얀 자갈을 따라 숲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 수기가 당신을 인도할 하얀 자갈이 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헨젤과 그레텔』과는 달리 자갈은 더더욱 열대의 숲속 깊은 곳으로 당신을 끌어들일 테죠. - P145

호텔에 도착할 즈음에는 이미 밤이 깊어서 널따란 로비에는사람이 얼마 없었습니다. 프런트에서 수속을 마쳤을 때 직원 한 명이 다가왔습니다.
"이케우치 님, 우미노 지요 님께서 전갈을 남기셨습니다."
전갈.
그 말을 듣고 제 가슴은 쿵쿵 뛰기 시작했습니다. - P146

"어쩌면 아직 교토에 계실지도 모릅니다. 전에 알던 분을 찾아간다고 하셨거든요."
물론 저는 사야마 쇼이치를 떠올렸습니다.
"혹시 사야마라는 분 아닙니까?"
"죄송하지만 성함까지는…………."
저는 직원에게 고맙다고 하고 객실로 올라갔습니다. - P146

저는 전기스탠드를 켜고 그림엽서를 다시 읽어봤습니다.
내 『열대』만이 진짜랍니다.
자정이 지난 시간이었는데도 좀처럼 잠들 마음이 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침대에 누워 『로빈슨 크루소』를 읽었습니다. - P147

일요일 밤에 도쿄로 돌아간다 치면 꼬박 이틀을 쓸 수 있습니다.
교토로 오기 전에 저는 지금까지 『열대』에 관해 메모해 온 노트 몇 권을 다시 읽고 새 노트에 전부 묶어서 정리했습니다.
인양된 이야기, 학파에서 제기됐던 몇몇 가설, 지요 씨와 당신이 주고받은 대화.
역시 지요 씨의 행방을 추적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겠죠. - P148

시커먼 산비탈에 떠오르는 오쿠리비는 딴 세상처럼 느껴졌습니다.
"현세로 돌아왔던 죽은 이들을 보내는 거야." 친구는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오쿠리비, ‘보내는 불‘이라고 하는 거지."
"그럼 무카에비, ‘맞이하는 불‘도 있으려나."
그런 말을 주고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 P149

사야마 쇼이치는 어떤 생활을 했을까요.
그는 언어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이었다고 합니다. 지요 씨집을 찾아오게 된 계기도 사본 해독이라는 아르바이트였습니다. 제 뇌리에는 어딘지 모르게 쓸쓸해 보이는 그늘진 외모가 떠올랐습니다. 『열대』라는 수수께끼 같은 소설을 달랑 한편 남기고 모습을 감췄다는 비극적인 기억이 그런 이미지를 자아냈을 테죠. - P149

‘사야마 쇼이치의 눈으로 바라보자‘
일부러 숲길에서 벗어나 낙엽을 밟으며 나무들 사이로 들어가봤습니다. 주위는 색 바랜 겨울 숲이었습니다만, 과거에 사야마는 이 숲에 ‘열대의 숲‘을 겹쳐 봤을지도 모릅니다. - P150

멍하니 걸어 다니다가 묘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모양새는 라면 포장마차처럼 생겼는데 온갖 잡동사니가 쌓인게 꼭 이동식 골동품 상점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주인인 듯보이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중략)
‘아라비야 책방‘이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 P150

그곳은 시라이시 씨가 『열대』를 샀다는 헌책방이었습니다.
기상천외한 이름에 어울리는 색다른 상품들은 주인의 취향이 반영된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열대』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 P151

"이런 서점은 처음 봤군요."
"재미있지?"
"재미는 있습니다만......."
"왜 이런 산속에 있나 싶지?" 주인은 말했습니다. "며칠 전까진 시모가모 신사 언저리를 얼쩡거렸다고. 난 늘 신출귀몰을 명심하고 살거든." - P151

"......『열대』라는 책을 찾고 있습니다."
"열대?"
주인은 고개를 갸웃하며 책꽂이를 들여다봤습니다.
"그런 책은 모르겠는데."
"아는 사람이 이곳에서 샀다고 합니다만."
저는 노트 페이지를 넘기며 시라이시 씨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주인에게 들려주었습니다. 당신이 『열대』를 만난 건 히에이산으로 가는 케이블카 앞에서였죠. - P152

주인은 수염을 긁적이며 저를 쳐다봤습니다. 그냥 가기는 뭐해서 뭐라도 한 권 사려는 마음으로 제가 책꽂이를 물색하고있으니 주인이 "부탁 하나 들어주겠어?"라고 묻는 겁니다. - P152

"가게 봐주면 좋은 거 가르쳐 주지."
"좋은 거라고요?"
"댁이 찾는 책에 관해서 말이야."
"뭔가 아시는 겁니까?"
제가 흥분해서 묻자 주인은 눈을 찡긋했습니다.
"그건 나중에 그럼 부탁하자고." - P153

하여간 묘한 역할을 졸지에 떠맡고 말았습니다.
가게를 그냥 버려둘 수는 없었습니다. 게다가 그가 남긴 의미심장한 말도 마음에 걸렸고 말이죠. 흩날리기 시작한 눈을피해 저는 지붕 밑으로 들어갔습니다. - P153

「산월기」 이야기를 하는구나 생각했습니다. 시인이 되고자 했던 이릉이라는 젊은이가 좌절 끝에 호랑이가 된다는 이야기. 저도학창 시절에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남학생이 이백 엔을 계산대에 놓으며 말했습니다.
"별난 가게네요."
"제 가게가 아닙니다만."
"네?"
"부탁받고 잠깐 봐주는 것뿐입니다." - P154

저는 잡념을 떨쳐내고 포장마차의 책꽂이를 살펴봤습니다.
그때 문득 문고본 한 권이 눈에 띄었습니다.
『천일야화』 중 한 권이었습니다.
『천일야화』에 관해서는 당신과도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죠.
지요 씨 아버지가 사야마 쇼이치를 자택으로 부른 것도 『천일야화』 사본을 읽게 하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 P155

저는 「짐꾼과 여자들 이야기」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이야기입니다. - P156

(전략). 남자가 동의하자 여자들은문위에 금색으로 쓴 글자를 가리키며 "저걸 읽어라"라고 합니다. 거기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었습니다.

너와 관계없는 일을 이야기하지 말라.
그리하지 않으면 너는 원치 않는 것을 듣게 되리라.

여기까지 읽고 나서 저는 움찔했습니다.
물론 시라이시 씨도 기억하시겠죠.
그건 『열대』의 서두에 쓰여 있던 말이었습니다. - P157

이야기를 해서 목숨을 부지한다는 점에서 화자인 셰에라자드 자신의 처지가 생각납니다. 그녀는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샤흐리야르 왕에게 참수될 운명을 계속 면하니까요.
정말이지 기상천외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문 위에 새겨진말을 빼면 『열대』와의 연관성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 P158

주인은 그렇게 말하고는 따뜻한 캔커피를 건넸습니다.
"이거야 원, 미안해. 오래 기다렸지. 수고했어."
캔커피를 받아든 저는 그제야 몸이 싸늘하게 식은 것을 깨달았습니다. 집중해서 책을 읽을 때 저는 종종 제 몸의 존재를 잊어버립니다.  - P159

"사흘쯤 전인가, 여자가 혼자 숲에서 나왔어. 색을입힌 안경을 쓴 세련된 부인이었지. 그 사람이 그러더라고. 아는 사람이 『열대』라는 책을 여기서 산 것 같다고. 다시 말해서댁이랑 같은 걸 물은 거야. 희한한 우연이잖아?"
"무슨 말을 하던가요?"
"별 대단한 말은 안 했어. 옛날에 이 근처에 살았다느니, 그책 쓴 사람하고 아는 사이였다느니, 그런 이야기." - P160

"그 사람이 고물상에 간다는 말을 했어. 이치조지에 위치한 ‘호렌도‘라는 곳인데 나도 몇 번 거기서 뭘 산 적이 있지. 거기에 물어보면 어떨까."
주인은 제 노트에 간단한 약도를 그려주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P160

"댁하고 이야기할 수 있어서 즐거웠어."
주인은 말했습니다.
"어디선가 또 만나자고." - P16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