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장

에잇은 침대에 털썩 누워 두 손에 얼굴을 파묻었다. "못 해먹겠어. 나는 재생 탱크에서 나와서 제대로 쉬지도 못했어. 내몸은 아직 씹는 음식을 한 입도 못 먹은 거 알지?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기 전까지 온종일 음식 생각만 한다고. 이제 남은 배급이 대체 얼마야? 한 사람당 720킬로칼로리쯤 되려나? 이렇게는 못 살아. 절대 못 살아." - P244

에잇은 끙 소리로 답을 대신했다.
"들어 봐. 나는 앞으로 서른여섯 시간 동안 540킬로칼로리로 버텨야 하고 오늘 베르토가 소란을 피우는 통에 저녁 식사를 끝내지도 못했어. 네가 죽을 만큼 힘든 건 알지만 나한테도그렇게 좋은 상황은 아니야."
에잇은 한숨을 쉬며 털썩 등을 대고 눕더니 천장에 대고 중얼거렸다. - P245

[Mickey8]: 응, 오늘 밤에 비행 있는 줄 알았는데?
[BlackHornet]: 그랬는데 이젠 아니야. 무슨 이유인지 앞으로 며칠동안 내 근무 시간까지 베르토가 맡게 됐어. 새 공지가 있을 때까지 난자유야 만날까?
[Mickey8]: 당연하지! - P246

"아니, 세븐, 꿈도 꾸지 마. 나한테 이게 필요해서 그래. 정말 필요하다고. 네가 잘 때 목을 조르겠다고 한 건 농담이지만, 이문제를 놓고 싸우려고 들면 진짜 널 죽일지도 몰라."
별것 아닌 말에 가슴속에서 걷잡을 수 없는 분노가 끓어올랐다. 분노가 과하다는 사실을 나도 알았다. - P246

에잇은 족히 5초는 나를 빤히 쳐다보며 입을 달싹거리다 마침내 입을 열었다. "잠깐만. 뭐야? 내 말을 섹스가 하고 싶단 뜻으로 알아들었어?"
그 말에 나는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음...... 아니야?"
에잇은 끙 소리를 내고는 일어나 앉아 두 손으로 얼굴을 문질렀다. - P247

굶주림에 관해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첫 개척지 이름이 에덴이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중략). 하지만 에덴의 상륙거점 개척지가 실제로 두 번의 시도 만에 건설되었다는 사실은 모르는 사람이 많다. - P248

그들은 식물이 더 이상 자라지 못하게 될 때까지 12년을 버텼다. 통신기록을 보면 알 수 있듯, 그들은 자신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끝까지 이해하지 못했다. 내가 읽은 기록 중에서 가장 사실과 가까웠던 추측은 방사능으로 인한 손상이 여러 세대에걸쳐 누적되면서 유기체가 더 이상 번식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돌연변이가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 P249

하지만 어느 쪽이든 매우 치명적일 수있다. 칭시는 천천히 죽어 갔다. 고맙게도 그들은 전혀 희망이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다음 개척지 건설 임무에서 같은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모든 과정을 문서로 정리해 두었다. - P249

. 마지막까지 남은 승무원 열두 명이 우주선 엔진을 끄고 속옷만 입은채로 메인 에어 로크 밖으로 몸을 던졌을 때, 에덴까지의 여정은 아직도 4년이나 남아 있었다.
칭시는 아직도 우주 어딘가를 떠돌고 있다. 윙윙거리는 소리를 내며 진공 상태인 우주를 광속의 약 0.6배 정도로 떠다니고 있을 것이다. 개척민이 될 예정이었던 최후까지 남은 열두명의 시신도 같이 있겠지.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중략). - P250

더 나은 선택지가 없어서 결국 카페테리아로 향했다.
저녁을 먹기에 늦은 시간이라 사람이 많을 것 같지 않았지만, 문으로 들어서니 생각한 것보다 더 한산했다. 뒤쪽 테이블에는 네 명이 감자를 담은 쟁반 두 개를 놓고 앉아 있고, 반대편 구석에는 얼굴만 아는 정도인 생명공학부 남자가 페이스트 스무디로 보이는 음식을 앞에 높고 태블릿에 시선을 고정한 채 혼자 앉아 있었다.  - P251

그 생각을 하다 에잇이 떠올랐다. 침대에 누워 소화액에 간까지 녹아내릴 것 같다며 툴툴거리고 있겠지, 즐거운 시간을 기대하며 내 방으로 올라갔을 나샤에게 나인 척하며 먹을 것을 사달라고 조르고 있겠지.
먹을 것.
먹을 것을 사려면 어디로 가야 하지?
그 생각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나는 이미 자리에서 일어나 있었다. - P252

어쩌면 10초도 안 걸릴 수도 있다.
괜찮다. 시간 여유가 있다. 뛸 필요도 없이 빠른 걸음으로 복도를 걸어 갈림길에서 방향을 꺾었다. 그러고 나서 벽에 등을기대고 숨을 깊이 들이쉰 뒤 천천히 내뱉었다. 만약 뇌가 제때 돌아가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까? 나샤와 에잇이 카페테리아로 들어와 내가 태블릿을 보고 있는 모습을 봤다면 어땠을까? - P253

생각을 안 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이제 어디로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방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에잇이 배를 채우자마자 두 사람이 다시 방으로 올라간다고 가정하는 게 안전할 테니. - P253

하지만 나샤가 돌아왔을 때 자기 방에 내가 먼저 도착해 있으면 어리둥절해할 것이고, 대체 내가 자기 방에서 뭘 하고 있었는지도 궁금해할 게 뻔했다.
역시 불가능했다.
돔에 공용 공간이 하나 더 있기는 했다. 다행히 거의 항상텅텅 비어 있을 공간이었다. - P254

체력 단련실은 상륙거점 개척지마다 보편적으로 있는 시설은 아니다. 이곳의 체력 단련실은 도덕성과 윤리성을 단련하는데 체력 단련이 중요한 구성 요소라는 예로니모 마샬의 오랜 믿음 덕분에 만들어졌다.
하지만 체력 단련실은 돔에서 유일하게 낮이나 밤이나 항상비어 있어서, 예로니모 마샬의 생각이 어떻든 배고픈 이들이제일 하기 싫어하는 활동이 운동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 줄뿐이었다. - P254

 카페테리아로 가는 사람들이나 농업부 교대 시간에 맞춰 출근하는 사람들과 최대한 덜 마주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도 대여섯 명과 마주쳤고 다들 나를 의심의눈초리로 보는 것만 같았다. 이런 게 피해망상일까? 그럴 수도있다. - P255

방은 체력 단련실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했다. 내 방보다 고작 두세 배 정도 넓은 방에 한 줄로 놓인 러닝머신 몇 대, 턱걸이용 철봉 하나, 아령 대여섯 개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텅 비어 있지 않았다.
러닝머신에 여자 한 명이 서 있었다. - P255

우리는 서로를 빤히 보았다. 그녀는 러닝머신을 멈추고 바닥으로 내려와 가슴팍 앞으로 팔짱을 꼈다.
"여기서 뭐 해?" 내가 간신히 한 마디를 뱉었다.
그녀는 눈을 굴리며 말했다. "지금 네가 그 질문을 하는 게 타당하다고 생각해?"
나는 눈을 감고 맥박이 거의 정상으로 돌아올 때까지 심호흡했다.  - P256

운동을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았는지 땀을 별로 흘리지않았다.
"아, 장난치지 말고. 너 여기서 뭐해? 지금 식량 부족 상태인 건 알지?" 내가 물었다.
"응, 알아" 캣이 말했다.
"그런데?"
캣이 한숨을 쉬었다.  - P257

캣의 표정이 누그러져서 나는 손을 내렸다.
"그래, 이해해 몰랐겠지만 니플하임에서 몽고주름이 있는 여자는 매기 링과 나뿐이야. 네 기분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것 같아." 그녀가 슬쩍 웃더니 제안했다. "이렇게 하자. 네가 나를 신기한 대상 취급 하지 않으면 나도 너를 신기한 대상 취급하지 않을게."
나는 한 손을 내밀며 말했다. "좋아."
우리는 악수했다. 그녀의 미소가 잠깐 환하게 빛났다가 그녀가 손을 놓는 순간 사라졌다. - P258

그녀는 목이 멘 채 웃음을 터뜨리더니 두 손에 얼굴을 묻었다. 어느새 웃음은 흐느낌으로 변했다.
"이제 혼자 방을 쓰게 되어서 좋아할 거라 생각했니?"
나는 캣의 어깨로 손을 뻗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보다가 내가 앉은 러닝머신 쪽으로 다가와 내 옆에 엉덩이를 딱 붙이고 앉았다.  - P259

"이런 말을 한 걸 후회할지도 모르지만………… 알다시피 나는 이제 방을 혼자 써."
나는 고개를 돌리고 한쪽 눈썹을 치켜올린 채 그녀를 보았다. "이제 나를 신기한 대상으로 생각하기로 한 거야?"
그녀는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거든. 빈 침대 하나를 노숙자에게 빌려주려는 것뿐이야. 하지만 너랑 나샤가 그렇게 개방적인 관계라니 좀 놀랐어. 어제는 전혀 그런 사이로 보이지 않았거든." - P260

16장

. 캣의 침대와 그녀의 전 룸메이트의 침대를나란히 붙여 두었지만, 결국 우리 둘 다 캣의 침대에서 잠이들었다. 캣에게는 습관이겠지만 나는 어쩐지 세상을 떠난 지얼마 안 된 사람의 침대를 마음대로 사용하는 게 무례하다는생각이 들었다.  - P261

"거의 9시야 갈 데 있어?"
좋은 질문이었다. 근무자 명단을 보려고 눈을 깜빡였다. 수경재배 팀으로 가서 반쯤 죽은 줄기들을 살피고 토마토 한두개를 수확할 예정이었다. 일정대로라면 한 시간 전에 도착해야했다. 하지만 결근 알람이 오지 않은 것을 보니 에잇이 이미 내려가서 잎을 솎아내고 산성도를 확인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 P262

"오늘 쉬는 날이야. 너는?" 내가 말했다.
그녀는 어깨를 으쓱했다. "지난 이틀 동안 임무 수행 중에두 번이나 죽을 뻔했어. 보통 이럴 때 경비대에서는 임무를 반나절만 줘. 12시까지는 출근할 필요 없어."
나는 아직 부어 있는 왼쪽 손목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몸을 뒤척여 그녀의 팔 밑에서 빠져나와 일어나 앉았다. - P263

"모르겠어. 쉬는 날을 가져 본 지가 오래돼서 내가 말했다.
또 다른 내가 농업부에서 스포이트로 아기 토마토에 양분을 주고 있다는 것을 아는 누군가의 눈에 띄지 않길 바라며돔을 어슬렁거리려고 했지만, 사실 그대로 이야기할 수는 없었다. 캣은 바지를 입고 침대에 다시 앉아 부츠를 신었다. - P263

 나는 착륙 이후로는 더더욱 혼자서 일해 왔다. 내가 영혼 없는 괴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조차 끊임없이 사형 선고를 받는 나와는 왠지 어울리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지금 이 순간만은 모른 척해 줘서 고마울 따름이었다. - P264

미드가르드의 많은 것들이 그리웠지만 뜨거운 물로 하는 샤워야말로 목록 첫머리에 있었다. 짜증스럽게도 돔 밖에는물이 넘쳐났다. 하지만 돔 안쪽 시스템은 드라카와 완전히 같아서, 여전히 항성 사이 우주 공간에 있을 때처럼 물을 보관하고 있었다.  - P265

 나는 카운터로 가서 오큘러를 스캐너에 가져다 댔다.
삑 소리가 나고 오늘 치 배급량이 내 시야 왼쪽에 표시되었다.
배급이 600킬로칼로리 남았다고 표시되었다. 에잇이 아침을거하게 먹은 모양이었다.
화를 내고 싶었지만 비난할 수 없었다. - P265

 페이스트는 돌아서기도 전에입속에서 사라졌다. 오늘 내 몫은 300킬로칼로리니, 이제 잠들기 전까지 페이스트를 반 컵 정도 더 먹을 수 있다.
"그걸 대체 어떻게 먹는지 모르겠어." 카운터 끝에 있는 배식구에서 음식이 미끄러져 나오는 동안 캣이 말했다.
나는 그녀를 흘긋 보고 한마디 쏘아붙이려다가 마음을 고쳐먹고 고개를 저었다.
"농업부에 있는 친구들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너도 곧 알게 될 거야." - P266

그녀는 두 입째 먹으며 대답했다. "뭐, 아문센이 크리퍼 문제로 꽤 화가 나 있어. 교대를 열두 시간 간격으로 하라는데 엄청 힘들 것 같아. 게다가 임무 중에 항상 선형 가속기를 소지하고 있어야 한다는데, 역시 반길 일은 아니지. 낯선 무기이기도 하고, 너무 무거워서 근무 끝날 때쯤 되면 어깨가 빠질 것처럼 아파지니까 좋은 점이 있다면 지난 이틀 동안 일어난 일때문에 돔에서만 머무르게 됐어. 밖을 돌아다니면서 동상 걸릴 일은 없어졌지." - P267

"어쨌든 그건 내가 알아서 할 일이고, 너는 어때? 오늘 뭐 할지 생각해 봤어?" 그녀가 말했다.
"아, 말했잖아. 그냥 쉬는 거지 뭐. 사이클러 페이스트나 빨면서 다음번에는 마샬이 뭐라고 날 협박할지 기다리고 있어. 천국에서의 하루를 즐기는 수밖에."
그녀가 웃음을 터뜨렸다. 나지막한 웃음도 아니었다. 빙판에 넘어지는 누군가를 보고 터뜨릴 만한 폭소에 가까웠다. - P268

"아니, 다 아니야. 나는 범죄자가 아니야. 만약 그랬다면 미드가르드의 첫 번째 개척지 임무에 내가 낄 수 있었을 거라생각해?"
"익스펜더블로서? 응, 어쩌면 훈련받는 동안 누군가를 징발할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거든."
"그래, 나도 들은 적 있어. 네 말대로라면 네 판단력에 대해 고민을 좀 해 봐야 하는 거 아니냐? 어제 강도 살인을 저지른 성범죄자와 밤을 보낸 거잖아." - P269

그웬의 사무실로 가게 된 이유를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도있었다.
말할 수 있지만 말하지 않기로 했다. 나 좋자고 하는 거짓말도 때로는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알겠어? 내가 이상주의자인가 보지, 유니언 시민으로서 내 몫을 하고 싶었는지도." - P270

캣이 말했다. "내 말은, 이런 곳에서 살고 있으면 죽일 수 없는 몸이 확실히 장점이 많겠다고."
"죽일 수 없는 몸이 아니야. 나는 계속 죽어. 익스펜더블이되는 건 그런 거라고."
"그래도 넌 여기 이렇게 있을 수 있잖아. 하지만 질리언은?"
그 질문에는 대꾸할 말이 없었다. 이 얼굴을 찡그리며 모자란 영양소를 보충하기 위해 담아 온 사이클러 페이스트를한입에 털어 넣는 동안 우리는 말없이 앉아 있었다. - P271

"저기, 오늘 밤 근무 일정이 어떻게 돼?"
나는 망설였지만 거짓말할 이유가 딱히 생각나지 않았다.
"일이 없을 텐데, 왜?"
캣은 다시 앞으로 몸을 숙였다가 테이블을 밀며 일어나 쟁반을 집어 들었다. "그래? 오늘 쉬는 날이잖아. 그런데 어떻게 밤에도 쉬어?" - P272

캣이 사라진 다음 나는 태블릿을 꺼내 개척지 탐사에 참여한 익스펜더블에 대한 기록을 검색했다. 개척지에서 항상 익스펜더블을 활용했으리라고 생각했지만, 기술적으로 가능하게 된 지는 불과 20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고 했다.  - P272

하지만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나는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당연히 종교적인 반발이 있었다. 끊임없이 죽는 조건으로 감방에 수용된 사람을 풀어 주는 것도 윤리적인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 P273

자료를 다 읽고 나니 거의 12시가 다 되어 있었고 카페테리아는 다시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배는 이미 꺼진 지 오래되어 요동치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이 접시에 음식을 담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더욱 배가 고파졌다.  - P273

사람을 고민하게 만드는 ‘만일이었다.
만일 내가 오늘 치 배급을 몽땅 써 버릴 경우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은 무엇일까? 어차피 에잇은 사령부에 가서 불만을 이야기할 수 없는데.
물론 나도 마찬가지였다. - P274

아직 150킬로칼로리를 사용할 수 있지만 지금 당장 질척한페이스트를 한 잔 더 삼키려니 도저히 내키지 않았다. 그냥 방으로 돌아가 낮잠이나 자며 에너지를 아끼기로 했다. - P274

"근무 중 아니야? 어디 가?"
(중략)
남자는 얼굴을 찌푸렸다. "3분 안에 와 오늘 오후에 토마토에 새로운 파지를 테스트한다고 위험할 수도 있어서 파지를바를 때 네가 있어야 해."
"그럴게. 얼른 갈게." - P275

에잇은 웃음을 터뜨렸지만 즐거운 기색은 전혀 없었다. "곧그렇게 될 것 같은데, 친구, 오늘 아침에 내 몫의 3분의 2를 먹어 치웠는데 지금 내 팔도 뜯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배가 고파." 그러고는 침대로 쓰러졌다. "옆으로 좀 비키지?"
그는 부츠를 벗고 한숨을 쉬며 자리에 누웠다. - P276

에잇은 내가 배에 올려놓은 왼손을 흘긋 내려다보았다. 손목에 붕대를 꽉 감아 두었지만, 엄지손가락이 시작되는 자리에 아직 보라색 멍이 삐져나와 있었다.
에잇이 감았던 붕대는 책상 의자 등받이에 아무렇게나 걸쳐있었다.
"아, 맞다. 그랬지. 미안" - P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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