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결함이란, 믿어지는가, 그들에게 배꼽이 없다는 것이었다. 낙원의 부드러운 해가 닿지 않는, 여호와의 아기들의 창백한 살갗은 너무 드러나 있고, 너무 약하고,
또, 이런 말이 당시에도 존재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어떤 면에서는 외설적이었다. - P17

사람들이 대체로 동의하는, 인간 몸의 모든 것은 늘 개선가능하다는 모토를 내건 몸의 미학의 새로운 시대를 연 이다행스러운 외과적 개입이 있고 나서 오십 년하고 하루 뒤에 참사가 일어났다. 천둥이 울리면서 여호와가 나타났다. - P17

 목소리는 목구멍의 앞으로도 뒤로도 빠져나오지 않았다. 대답해라, 여호와의 성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는 아주 위협적인 태도로 홀을 휘두르고 있었다. 아담은 용기를 내어, 다른 사람 탓을 하는 것이 얼마나 그릇된 일인지 의식하면서 말했다, - P18

주여, 낙원에 뱀이 있다고 말하지는 않았습니다. 꿈을 꾸었는데 거기에서 뱀이 나타나 말하는 거예요, 하나님이 참으로 너희에게 동산에 있는 모든 나무의 열매를 먹지 말라 하시더냐, 그래서 나는 말했죠, 아니, 그렇지 않아, 오직 동산 중앙에 있는 나무의 열매만 먹을 수 없어, 그걸 만지면 우리는 죽으니까. 뱀은 말을 하지 못한다.  - P19

진작 그런 생각을 했어야지, 그리고 너, 아담, 땅이 너로 말미암아 저주를 받았으니, 너는 네 평생 수고하여야 그 소산을 먹을 것이다, 땅이네게 가시덤불과 엉겅퀴를 낼 것이니 네가 먹을 것은 밭의채소인즉 너는 네가 나온 흙으로 다시 돌아갈 때까지 얼굴에 땀을 흘려야 먹을 것을 먹을 것이다.  - P20

2

신체의 더 약한 부분, 허벅지로는 부분적으로밖에 가릴 수 없었던 부분을 보호하기 위해 털도 더 짧고 두께도 더 얇은 가죽을 이용하여 나중에 치마라고 부르게 된 것을 개발했는데, 이때는 모양이 남자용이나 여자용이나 똑같았다. 이들은 처음 며칠은 씹을 빵 껍질도 없어 굶고 다녔다. 에덴동산은 아닌 게 아니라 열매가 가득했는데, 먹을 것은 그게 전부라 심지어 본성이 육식이라 붉은 고기를 먹어야 하는 동물들조차, 그들조차 하나님의 명령에 의해 똑같이 우울하고불만족스러운 식단을 따라야 했다.  - P23

(전략). 그리고, 오늘날의 독자들에게는 이상해 보일지 몰라도, 남은 두 지류에는 곧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라는 이름이 붙었다. 사막의 가시와 엉겅퀴사이를 힘겹게 빠져나가는 초라하고 작은 내를 마주하고 보니, 예전의 그 강은 지상 낙원에서의 생활을 더 쾌적하게 해주려고 여호와가 창조한 환각이었을 거라는 느낌도 든다. - P23

 여느 남자와 마찬가지로 아담은 무엇이 되었건 여자의 뇌에서 태어난 기획이라면 그 성공 가능성에 회의적이었기에 하와더러 실망할 각오를 하고 혼자 가라고 말했다. - P24

 그렇다면 여호와한테 입장을 분명히 밝히라고 요구해야 돼, 여호와는 먼저 우리한테 왜 그런 일을 했는지, 목적이 뭔지부터 말해 줘야 돼. 미쳤군. 심약한 것보다는 미치는 게 나아. 나한테 불손하게 굴지 마, 아담은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 - P25

하와는 내를 걸어서 건넌 뒤 시큼한 장과 몇 개를 따 먹었고, 딱히 영양을공급받은 것은 아니었지만 잠시, 아주 짧은 시간, 먹고자 하는 욕구를 달랠 수 있었다. 이제 에덴동산은 아주 가까워져, 가장 키가 큰 나무들의 우듬지가 또렷이 보인다. 하와는 아까보다 천천히 걷고 있지만 그것은 지쳤기 때문이 아니다. - P26

하와는 한 걸음 다가갔다. 멈춰라, 천사가 말했다. 그러려면 나를 죽여야 할 거예요. 나는 멈추지 않을 테니까, 하와는 한 걸음 더 내디뎠다. 천사님은 아무도 먹고 싶어 하지 않을 썩은 열매만 있는 과수원을 지키게 될 거예요, 하나님의 과수원, 여호와의 과수원, 하와는 그렇게 덧붙였다. 뭘 원하는 거냐, 천사가 다시 물었다. - P27

어휘 싸움에서 이겼으니 하와는 이제 먹을거리 싸움에서 이기기만 하면 되었다. 천사가 말했다, 좋아,
열매를 좀 가져다주지, 하지만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라. 내입은 봉해졌어요, 남편은 알 수밖에 없겠지만 내일 남편하고 함께 와라, 이야기를 좀 해야겠다. - P28

. 오직 타락한 천사들만이 원하는 대로 누구하고나, 또는 그들을 원하는 누구하고나 마음대로 함께할 뿐이었다. 하와는 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손을 천사의 손 위에 올린 다음 젖가슴 쪽으로 살며시 눌렀다. - P29

이 땅에 인간들이 너희뿐인 건 아니다. 그가 입을 열었다. 우리뿐이 아니라고요, 아담이 놀라서 소리쳤다. 제발 한 이야기 또 하게 하지 마라. 누가 다른 인간들을 창조했고, 그 사람들은 어디 있습니까. 어디에나 있다. 여호와가 우리를 창조하듯이 그 사람들도 창조했나요, 하와가 물었다. - P30

(전략), 하와가 물었다. 아, 올 거다, 올 거야, 그건 걱정하지 마라, 아자엘이 대답했다. 인간은 천성적으로 호기심이 많거든, 누가 그런 불을 피웠는지, 왜 피웠는지 알고 싶어 할 거다. 그다음에는요, 아담이 물었다. 그다음은 너희한테 달렸다. 나는 더는 해줄 게 없다. 너희가 그 대상에 들어가는 방법을찾아야 한다, (후략) - P32

3

세상은 그들을 상당히 잘 받아준 편이었다. 그들은 노동 기술이 없음에도 대상에 받아들여졌고, 그들이 누구이고 어디에서 왔는지 자세히 설명하라는 요구도 받지 않았다. 갈 곳을 잃었다. - P34

 아담은 물론이고, 공작부인이 될 운명을 타고나지 않았던 하와 또한 점차 육체노동의 신비에 입문하여 밧줄의 풀매듭을 만드는 단순한 작업만이 아니라 손가락을 너무 자주 찔리지않고 바늘을 다루는 복잡한 작업까지 익히게 되었다. - P35

에덴동산과 광야의 동굴에서 보낸 시절, 가시와 엉겅퀴와 흙탕물이 흐르는 내에서 보낸 시절은 기억으로부터 희미해져 마침내 가끔은 그냥 상상해본 삶이었던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실제로는 한 번도 경험하지 않았고, 심지어 꿈도 꾼 적이 없지만, 있을 수도 있었던 어떤 삶, 어떤 나, 어떤 운명으로부터 온 것처럼 직관적으로 알게 되는 삶 같았다는 것이다. - P35

 그러던 중 아담이 땅 한 조각을 사서 그것을 자기것이라 부르고 언덕 아래에 거친 어도비 벽돌집을 짓는 날이 왔고, 그곳에서 카인, 아벨, 셋 등 아들 셋이 태어났으며,
그들 모두 그들의 삶에서 어느 시점에는 부엌과 거실 사이를 기어 다녔다. - P36

물론 여기에는 여호와의 귀한 도움이 있었으니, 사실 여호와가 존재하는 이유가 그것아니겠는가. 카인과 아벨은 연약한 갓난아기 시절부터 가장 친한 친구여서, 심지어 형제처럼 보이지도 않을 정도였으며, 한쪽이 가는 곳이면 다른 쪽이 따라갔고, 둘은 상호합의로 모든 일을 처리했다. - P37

카인은 당황하고 걱정이 되어 아벨에게 바람이 문제일지 모르니 자리를 바꾸어보자고 제안했으나, 자리를 바꾸어도 결과는 똑같았다. 여호와가 카인을 경멸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 순간 아벨은 자신의 진정한 본성을 드러냈다. - P38

아벨은 늘 똑같이 동정심 없는 태도, 똑같이 경멸하는 발언, 똑같이 무시하는 태도를 드러냈다. 어느날 카인은 여우 굴이 있다고 하는 근처 골짜기로 함께 가자고 하여, 그곳에서 자신의 손으로 아우를 죽였다. - P38

오랫동안 한마디도 없다가 삽자기 두 형제의 불행한 부모를 에덴동산에서 쫓아낼 때와 같은 복장으로 나타난 것인데, 머리에서 발끝까지 호화롭게 짠 가운을 입고, 머리에는 삼중 관을 썼고, 오른손에는 홀을 들었다. 네 아우가 어디 있느냐, 여호와가 묻자 카인은 질문으로 대답했다. 내가내 아우를 지키는 자입니까. 네가 네 아우를 죽였구나. 네,
죽였습니다. 하지만 진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주이십니다, (후략) - P39

하지만 주께서 아벨이 죽도록 내버려두신 것보다 큰 신성모독은 아닙니다. 아벨을 죽인 것은 너다. 맞습니다. 하지만 선고를 하신것은 주이시고, 나는 그저 처형을 했을 뿐입니다. - P40

 카인이 방금 들은 말을 믿을 수가 없어 물었다. 아벨의 죽음에 대한 우리의 공동 책임에 기초한 약속이라고 하자. 그러니까 이 책임에서 주의 몫을 인정한다는 겁니까. 그래, 인정한다. 하지만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라, 이것은 하나님과 카인 사이의 비밀이 될 것이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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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우뚝 멈춰 서서 서둘러 셔츠와 재킷을 입기 시작했다. 나는 식당으로 들어가 카이사에게 차가운 로스트비프한 접시와 빵, 커피를 받았다. 어느새 옷을 다 입고 혈색도 조금 돌아온 힌쿠스가 내가 있는 뷔페로 오더니 뭐든 더독한 것을 달라고 했다. - P76

"다음에 또 그런 느낌이 들면 성호를 그으시죠." 그는퉁명스럽게 대꾸한 후 잔을 비웠다. 그리고 다시 한 잔을가득 따랐다. - P77

"말씀은 고맙지만 사양하죠." 내가 대답했다. "너무 탈까봐 무서워요. 피부가 예민하거든요."
"그럼 일광욕은 전혀 하지 않으시나요?"
"그렇습니다." - P77

"지붕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하십쇼." 내가 그에게말했다.
그는 비틀린 미소를 지을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나는 다시 2층으로 올라갔다. 공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기에 먼저 시모네의 방문을 두드렸다. - P78

"부인도 일광욕을 하셨습니까?" 나는 당황한 나머지불쑥 물었다.
"일광욕요? 내가요? 묘한 생각을 하시네요." 부인이층계참을 가로질러 내게 다가왔다. "정말 이상한 생각을다 하시는군요, 경위님!" - P79

"부인" 내가 말했다. "몸이 완전히 얼었군요......
"전혀요. 경위님." 그녀는 이렇게 대답하자마자 말실수를 깨달은 눈치였다. "죄송해요. 그러면 이제 뭐라고 불러 드려야 할까요?"
"그냥 페테르는 어떨까요?" 내가 말했다. - P80

"세상에, 그러다가 죽어요!" 모제스 부인이 소리쳤다.
"그 말대로입니다. 시모네." 내가 성가셔하며 말했다.
"그런 바보 같은 짓은 그만둬요! 안 그러면 목이 부러질 테." - P81

"승부를 내 보세요, 신사분들, 승부를요." 모제스 부인이 말했다. "아름다운 숙녀는 승리자를 위한 상을 남겨 둘게요." 그녀가 당구대 중앙으로 레이스 손수건을 훌쩍 던졌다. "그런데 나는 가 봐야 해요. 나의 모제스가 안절부절못하고 있을까 봐 걱정이거든요." 그녀는 우리에게 키스를후 불어 날린 후 그곳을 떠났다. - P82

"지금부터 제가 기억을 되살려 드리죠." 시모네가 장담했다. 그는 우아한 몸짓으로 큐를 움직여 흰 공을 굴려멈춘 후 잘 겨냥해 공 하나를 포켓에 쳐 넣었다. 다음으로그는 공 하나를 더 포켓으로 빠트려 피라미드를 허물었다.
그다음으로 그는 내가 포켓에서 그가 집어넣은 공들을 꺼낼 틈도 주지 않고 공 두 개를 연속으로 쳤고 마침내 실수를 했다. - P83

"양쪽 사이드에서 중앙으로 치려고 합니다." 시모네가순진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끙 소리를 내며 그 모습을 보지 않으려고 창가로다가갔다. 시모네가 공을 쳤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더 쳤다.
강하게 딱, 딱 소리가 났다. 또다시 공을 때리는 소리가 나더니 그가 말했다. - P85

"경위님은 당구에 관한 코리올리의 회고록을 읽어보셨습니까?" 시모네가 물었다.
"아뇨." 내가 음울하게 대답했다. "그럴 생각도 없고요." - P86

"그쪽도 힌쿠스와 술을 마셨습니까?" 시모네가 흥미를 드러내며 물었다.
브륜이 경멸하듯 콧방귀를 뀌었다.
"그럴 리가! 그 사람은 내가 있는 줄도 몰랐을걸요. 거기에 카이사가 있었거든요......" - P88

"벌건 대낮에 술독에 빠지다니, 그런 건 내게 맞지 않아요." 브륜이 승리를 거머쥐며 이렇게 끝맺었다. "여러분의 힌쿠스나 실컷 마시라고 하시죠."
"그러지." 내가 중얼거렸다. "나는 면도하러 갑니다."
"혹시 질문이 더 있으신가요?" 브륜이 내 등에 대고 물었다. - P89

"경위님이 가정적인 분이라니 하는 말인데, 아까 그젊은이의 성별을 가르쳐 주실 수 있나요? 알쏭달쏭하더군요."
"카이사나 찾아보세요." 내가 말했다. "이 수수께끼는경찰에게 맡기시고요. 그보다 샤워장에 장난을 쳤는지털어놓으시죠." - P90

"저주받은 소굴." 그는 나를 보자 쉰 목소리로 말했다.
"더러운 굴 같으니라고." - P91

"내가 여기서 뭘 하느냐고?" 그는 이렇게 소리치며 온힘을 다해 양탄자를 홱 끌어당겼다. 그 탓에 그 자신도 하마터면 균형을 잃을 뻔하면서 안락의자를 넘어트렸다. "나는 파렴치한을 찾고 있소. 이 호텔을 배회하고, 점잖은 사람들의 물건을 훔치고, 밤마다 복도를 돌아다니며 내 아내의 방을 창문으로 들여다보는 놈 말이오! 이 호텔에 경찰이있는데 내가 왜 이런 짓까지 해야 하는 거요?"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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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스텝 이외의 모든 것이 사라져간다.
이제 펼쳐진 것은 번잡한 것이라고는 무엇 하나 없는, 스탭과 나만의 세계.
지금이라면 할 수 있다. 이 집중상태라면 한계를 넘어설수 있다.
전인미답의 경지.
초당 4번의 벽을 넘어서, 초당 5회, 아니, 그 이상의 스킬구사를 나는 이루어내고 말리라! - P194

"다, 당신이 무슨 죄를 범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러시면안 돼요! 함부로 자신을 상처 입힌다고 해결되는 일은 없어요. 신께서도 솔직하게 죄를 뉘우치기를 바라. 아니, 아무튼 지금은 그만두세요!" - P195

생각해 보니 당연한 이야기지만, 게임에서 할 수 없었던것을 이 세계에서 할 수 있기도 했으므로 게임에서 할 수 있었던 일을 이 세계에서는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도 참회실에 들어간 것을 참회시키다니 참으로 희귀한 경험이다 싶었지만, 그렇게 기뻐할 수만도 없었다. 앞으로 마리보고 도장을 전혀 쓸 수 없게 된다면 곤란하다.
그래서 나는 눈물을 흘리며 호소했다. - P199

그러자 의외로 그녀가 먼저 마음이 꺾였다. - P197

하지만 이웃에 민폐가 될 만한 소란을 일으켰는데도…………….
마리엘 씨는 참 다정한 사람이다. 그저 폐만 끼치는 존재였을 텐데, 설교를 마친 후에는 나를 자애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조금 지나친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정중하고 따뜻한말을 건네주었다. 역시 신을 섬기는 사람은 그릇이 다르다. - P197

신속 캔슬 이동을 쓰고 싶었지만 아직 스킬 레벨이 낮은상태에서는 금방 스태미나가 바닥나고 말 것이다. 짧은 시간이라고는 해도 <마리보고 도장>에서 수행한 덕에 스텝의 스태미나 소비도 줄어들기는 했겠지만, 이를 캔슬할 슬래시의 소비량은 변하질 않았다. - P198

그대로 도망쳐버려도 되겠지만, 그래서는 사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나도 조금 거리를 두고 그 자리에 멈추었다.
"아침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기 위해 따라다니겠다는 말을 하려고 그랬지?"
힐문하듯 말하자 그녀는 웬일로 딱 부러지게 말하지 못하고 웅얼웅얼 대답했다. - P199

"잠시만,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저는, 저는......!"
하지만 이미 나는 무슨 말을 들어도 발을 멈출 생각이 없었다.
나는 대학에서는 아싸였다. - P202

돌아본 내가 그렇게 말하자, 그녀는 아주 조금 멋쩍은 목소리로, 다시 한 번 그 말을 입에 담았다.

"전, 친구가 없어요."

아아, 이럴 수가.
나는 하늘을 우러러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트레인 양, 너도냐.
너도 아싸냐! - P203

"문지기가 어? 이 녀석 혹시 혼자 하는 눈으로 쳐다보는 게 괴로워요. 저, 저도 좋아서 혼자 다니는 게 아니고요!
사실은 다 같이 와글와글 모험을 하고 싶어요! 그런 눈으로쳐다볼 거면 따라와주면 좋잖아요!!"
완전히 병이랄까, 피해망상이다. - P204

"역시 그런 거 맞죠! 저도 사람들 많은데 혼자 있으면 굉장히 주눅이 들어요! 마을 건너편 식당에 곧잘 가는데요, 언제나 사람이 많아서 북적거리니까 매번 혼자 앉아 있는 제가남들한테 어떻게 보일지 영 신경이 쓰여서...." - P205

"......딱히 상관은 없는데, 남의 가게에서 너무 염장질 하지 마라."
하지만 그 연대감은 지나가던 여관 주인아저씨의 가차 없는 한 마디에 어이없이 무너졌다. 트레인 양은 펄쩍 뛰어오를정도로 놀라 잽싸게 내게서 떨어지더니 아우우 아우우 중얼거리며 나와 맞잡았던 오른손을 바라보고 있다. - P206

이 세계 사람들은 평소에는 게임의 주민이라기보다는 현실의 인간처럼 ‘리얼‘ 하게 행동할 것이다. 실제로 라인하르트 씨도 트레인 양도, 아까 본 마리엘 씨도 게임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행동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라인하르트 씨는 게임과 마찬가지로 마을까지 마차로 태워주었고, 마리엘 씨는 참회실을 이용하게해주었다. - P208

게임에서도 플레이어는 트레인 양을 동료로 삼을 수 있고,
그렇게 생각하면 내가 그녀의 친구가 되어준다는 것이 가장 단순한 해결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법은되지 못한다. 왜냐면……………. - P210

"나는 다른 사람이 모르는 걸 이것저것 알고, 오랫동안 솔로로 모험을 한, 말하자면 아싸의 프로지. 아마 널 아싸에서구해주지는 못하겠지만, 아싸여도 해나갈 수 있도록 강하게키워줄 수는 있을 거야."
"소마 씨....... - P211

"무, 물론 일방적으로 가르쳐주기만 하는 건 아니야. 넌보답으로 내가 모르는 걸 가르쳐주거나, 약간의 실험에 협조해줘야 할 거야......" - P211

"괜찮아요! 저 열심히 할 테니까 뭐든 말씀만 하세요!!"
반짝반짝하는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보아하니 정말 뭐든할 기세다. 그야 무리한 요구를 할 생각은 없지만, 만약 내가나쁜 사람이었으면 어쩌려고 이럴까. - P212

이번 실험에서 확인할 것은 트레인 양의 트레인 능력, 통칭 <트레인 모드>의 검증이었다. - P212

나는 트레인 양에게서 빌려온 시계를 보고 대답해주면서,
그 이외의 시간은 하염없이 횃불 사부를 썰며 보냈다. 횃불사부는 변함없는 회복능력으로 흠집이 난 순간 복원되었으며, 플레이어의 부근에는 새로운 몬스터가 태어나지 않는다. - P213

그리고 실험 개시로부터 정확히 두 시간이 지났을 때, 결정적인 이변이 일어났다.
트레인 양에게서 십여 미터 정도 떨어진 장소에 빛의 입자가 모여들더니 갑자기 고블린들이 나타난 것이다.
"몬스터 리젠이잖아!" - P214

레벨 차이도 있고 미스릴 방어구도 있으니 괜찮을 거라 생각은 하지만, 보기에도 조금 야시꾸리한 판타지 만화의 그러한 장면 직전 같은 그림이 아닌가!
일단 서둘러 구해줘야겠다!‘
그렇게 생각하고 트레인 양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려던 나는 이번에야말로 생각지도 못한, 어처구니없는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 P215

고블린이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음을 깨달은 트레인 양이비명을 지르더니,
다.
"저기?! 저, 저게 말이 돼?!"
꽁꽁 묶인 채 데굴데굴 지면을 굴러 도망치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상당히 빠르다! - P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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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나 트레일(캐릭터)]
초반 트라우마 제조기, 통칭 <트레인 양>.
제1회 인기투표에서는 인기 캐릭터, 증오 캐릭터 양쪽에서 모두 제1위를 차지하는 위업을 달성했다. wiki 내의 코멘트를 보더라도 가슴은 없지만 잘 보면 귀엽다」, 「빨래판 치고는 노력한다. 곳끗해서 좋다. 납작가슴이지만ㅋ」, 「껌딱지. 하지만 그 점이 좋다」 등등 의외로 호평이 많다.
단순히 특수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모인 것 같다는 기분도 들지만,

[목숨을 구하는 약(퀘스트)]
큰 부상을 입은 아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포션을 세 개 가져다 달라는 것이 의뢰 내용. 보수는 초보기구제용소모품 세트이며 내용물은 횃불 세 개, 다트 열 개, MP포션 다섯 개.. 그리고 포션 열 개기쁘긴하지만, 당신에게는 초보자보다도 먼저 구제해야 할 사람이 있지 않았느냐고 외치고 싶어진다

나는 기분 좋게 방문을 열고.....
"안녕히 주무셨어요. 소마 씨! 저기, 어젯밤 내내 생각해봤는데요, 소마 씨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기 위해 오늘부터곁에서 함께 어어?!"
즉시 문을 닫고 발을 돌려 방을 한달음에 횡단해 창문을열며 밖으로 몸을 날렸다.  - P176

반사적으로 도망치고 말았지만, 생각해 보니 오늘은 상점을 돌며 물건을 살 예정이었으니 딱히 쳐다본다 한들 곤란하지는 않다. 트레인 양을 동행시켜도 문제는 없었다. 오히려도 망치는 바람에 얼굴을 마주하기가 민망해져, 우연히 맞닥뜨릴 가능성이 높은 대로로는 갈 수가 없게 되고 말았다. 완전히 실수였다. - P177

"말하자면 이게 아싸의 업보이며 내가 평생 짊어져야만할 숙명이로군!"
은근슬쩍 중2틱하게 마무리를 해봤지만 별로 자랑이 될것 같지도 않았다. 게다가 내가 아싸인 이유는 대학에 들어가 인간관계보다도 게임을 우선시한 결과였으므로 역사는꽤 얄팍하다. 평생 짊어지고 갈 마음도 없고. - P177

무엇보다 처음 만난 후 어쩐지 자꾸만 내 공간으로 파고드는 기분이 드는데, 난 아직까지 동료를 만들 생각이 없다. 지금은 가능한 한 타인과 거리를 두면서 자신의 강화에 힘쓰고 싶었다. - P178

내가 횃불 사부를 이용해 무기 숙련도를 효율적으로 올릴수 있는 이유는 내 레벨이 낮기 때문이다. 레벨을 낮출 수단이 아직까지 존재하지 않는 이상 밖에서 전투를 해 이 메리트를 없애기는 아깝다. - P179

고냥귀고냥 캐릭터의 성장요소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캐릭터 레벨, 무기 숙련도, 그리고 스킬 숙련도다.
RPG이니 당연한 말이지만 캐릭터 레벨은 몬스터를 쓰러뜨려 경험치를 벌면 올라간다. 몬스터가 가진 경험치는 몬스터의 종류별로 정해진 경험치 배율에 몬스터의 레벨을 곱한것이다. - P179

만약 고냥귀고냥이 MMO였다면 파티를 짜면 모두 딜러가 되는 비극이 곳곳에서 일어날 것이 분명하다. 고냥귀고냥이 MMO가 되지않아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순간이었다. - P180

그렇게 되면 스킬 숙련도 노가다가 남는다.
스킬 숙련도란 무엇인가 하면, 스텝 같은 스킬에 개별적으로 설정된 숙련도를 말한다.
스킬을 쓰면 소비되는 스태미나 게이지는 레벨이 올라봤자 상승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스킬을 연속으로 쓸 수 있는횟수는 암만 단련해봤자 똑같은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 - P180

그리고 스킬 숙련도를 올리는 법은 매우 단순하다. ‘그스킬을 사용한 횟수‘가 곧 숙련도가 된다. 공격이 맞았는지,
대미지가 발생했는지, 상대의 레벨이 높았는지 낮았는지 따위는 전혀 관계가 없다. 보스에게 맞추는 캔슬하든 헛방을치든, 무조건 쓰기만 하면 일률적으로 1씩 오른다. 매우 단순명쾌한 시스템이다. - P181

그래도 효율적으로 하려면………..
"역시 <마리보고 도장>에 갈 수밖에 없겠네."
이미 뻔했던 결론을 입에 담고 무거운 한숨을 토한다.
솔직히 말해 <마리보고 도장>은 조금 어려운 곳이다. 대인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떨어지며, 나아가서는 특수한 취미도 없는 내게 그것은 은근히 허들이 높았다. - P181

2

때는 고냥귀고냥 초창기.
아직 신속 캔슬 이동조차 발명되지 않았던 시절에, 고냥귀고냥 플레이어들의 화제를 모으던 한 동영상이 있었다.
타이틀은 <참회하는 사나이>,
새하얀 방에서 일사불란 벽에 머리를 들이박아대는 한 남자의 모습을 기록한, 극히 짧은 동영상이었다. - P182

그것이 이번 방문의 목적이었다.
"실례합니다."
나는 스스럼없이 성당으로 들어가, 안에 서 있던 자상한인상의 수녀님에게 말을 걸었다.
"무슨 일이신지요."
그녀는 마리엘 씨. 이 성당의 수녀이며 어떤 방의 실질적인 관리자이기도 하다. - P183

"참회실을 쓰고 싶은데요........" - P183

이 게임에 참회실이란 것이 있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고냥귀고냥의 초기 광고에 ‘카르마에 따라 바뀌는 이벤트 내용! 새로운 드라마를 낳는 죄업 시스템!‘ 이란 선전문구가 있었으므로 이와 관련해 만들었다는 설이 유력했다. - P183

이곳의 수녀 마리엘 씨에게 참회를 하고 싶다고 말하면,
"참회하러 오신 분인가요? 죄송합니다. 지금 신부님이 자리를 비우셔서요."
이렇게 말하며 거절한다. - P184

여담이지만 기다려봤자 자리를 비웠다는 신부님이 이성당에 돌아오는 일은 없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돌아오지않으므로, ‘신부님이 사실은 끝판왕 설‘, ‘마리엘 씨 미망인설‘, ‘마리엘씨= 신부 설‘, ‘마리엘 씨 신부살해 설‘ 등등 수많은 억측과 음모혼이 오갔지만 그 진상은 라직까지 밝혀지디 않았다. - P184

마리엘 씨가 말하기를, 참회실 안은 세계에서도 가장 신에게 가까운 곳이며 속세의 더러움과는 전혀 무관하다나. 그야신 운운하는 내용이 실제로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분명 그조그만 공간은 게임 내에서도 특별했다.
완전한 안전지대라고 부르면 어떨까. - P185

·무기 스킬과 마법을 쓰지 못해? 반대로 이동계 스킬이라면 스태미너 소비 없이 쓸 수 있다는 소리잖아! 부딪쳐도 대미지는 없고, 오히려 모션이 생략되니 연발할 수 있겠네! - P186

이 동영상이 소개되자마자 모두들 일제히 참회실로 쇄도해 이를 따라 했다. 올릴 수 있는 스킬의 종류가 이동계로 한정되기는 하지만 효율은 매우 뛰어나며 위험성도 없다.
다만 이 숙련도 노가다에는 단 한 가지, 생각지도 못한 난점이 있었다. - P187

벽에 머리를 연신 부딪쳐대는 자신을 미동도 하지 않고 보는 한 쌍의 눈이 있음을.
그렇다. 플레이어의 기이한 행동을 마리엘 씨가 지그시, 빠짐없이 보고 있었던 것이다. - P187

"혹시 참회하고 싶다고 말씀하신 것은 거짓말이셨나요?"
마지막에는,
"나가실 문은 저쪽입니다."
그 말을 끝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며, 그건 그거대로 가슴이 아프지만 실로 무서운 것은 그다음이다.
설정된 대화를 다 늘어놓은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가만히 플레이어를 보게 되는 것이다. - P188

・그러나.
이 세계가 게임이란 사실은 나만이 알고 있지만, 동시에이 세계는 현실이기도 하다.
현실이라면 게임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현상도 일어날 수있다. - P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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