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스텝 이외의 모든 것이 사라져간다. 이제 펼쳐진 것은 번잡한 것이라고는 무엇 하나 없는, 스탭과 나만의 세계. 지금이라면 할 수 있다. 이 집중상태라면 한계를 넘어설수 있다. 전인미답의 경지. 초당 4번의 벽을 넘어서, 초당 5회, 아니, 그 이상의 스킬구사를 나는 이루어내고 말리라! - P194
"다, 당신이 무슨 죄를 범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러시면안 돼요! 함부로 자신을 상처 입힌다고 해결되는 일은 없어요. 신께서도 솔직하게 죄를 뉘우치기를 바라. 아니, 아무튼 지금은 그만두세요!" - P195
생각해 보니 당연한 이야기지만, 게임에서 할 수 없었던것을 이 세계에서 할 수 있기도 했으므로 게임에서 할 수 있었던 일을 이 세계에서는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도 참회실에 들어간 것을 참회시키다니 참으로 희귀한 경험이다 싶었지만, 그렇게 기뻐할 수만도 없었다. 앞으로 마리보고 도장을 전혀 쓸 수 없게 된다면 곤란하다. 그래서 나는 눈물을 흘리며 호소했다. - P199
그러자 의외로 그녀가 먼저 마음이 꺾였다. - P197
하지만 이웃에 민폐가 될 만한 소란을 일으켰는데도……………. 마리엘 씨는 참 다정한 사람이다. 그저 폐만 끼치는 존재였을 텐데, 설교를 마친 후에는 나를 자애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조금 지나친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정중하고 따뜻한말을 건네주었다. 역시 신을 섬기는 사람은 그릇이 다르다. - P197
신속 캔슬 이동을 쓰고 싶었지만 아직 스킬 레벨이 낮은상태에서는 금방 스태미나가 바닥나고 말 것이다. 짧은 시간이라고는 해도 <마리보고 도장>에서 수행한 덕에 스텝의 스태미나 소비도 줄어들기는 했겠지만, 이를 캔슬할 슬래시의 소비량은 변하질 않았다. - P198
그대로 도망쳐버려도 되겠지만, 그래서는 사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나도 조금 거리를 두고 그 자리에 멈추었다. "아침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기 위해 따라다니겠다는 말을 하려고 그랬지?" 힐문하듯 말하자 그녀는 웬일로 딱 부러지게 말하지 못하고 웅얼웅얼 대답했다. - P199
"잠시만,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저는, 저는......!" 하지만 이미 나는 무슨 말을 들어도 발을 멈출 생각이 없었다. 나는 대학에서는 아싸였다. - P202
돌아본 내가 그렇게 말하자, 그녀는 아주 조금 멋쩍은 목소리로, 다시 한 번 그 말을 입에 담았다.
"전, 친구가 없어요."
아아, 이럴 수가. 나는 하늘을 우러러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트레인 양, 너도냐. 너도 아싸냐! - P203
"문지기가 어? 이 녀석 혹시 혼자 하는 눈으로 쳐다보는 게 괴로워요. 저, 저도 좋아서 혼자 다니는 게 아니고요! 사실은 다 같이 와글와글 모험을 하고 싶어요! 그런 눈으로쳐다볼 거면 따라와주면 좋잖아요!!" 완전히 병이랄까, 피해망상이다. - P204
"역시 그런 거 맞죠! 저도 사람들 많은데 혼자 있으면 굉장히 주눅이 들어요! 마을 건너편 식당에 곧잘 가는데요, 언제나 사람이 많아서 북적거리니까 매번 혼자 앉아 있는 제가남들한테 어떻게 보일지 영 신경이 쓰여서...." - P205
"......딱히 상관은 없는데, 남의 가게에서 너무 염장질 하지 마라." 하지만 그 연대감은 지나가던 여관 주인아저씨의 가차 없는 한 마디에 어이없이 무너졌다. 트레인 양은 펄쩍 뛰어오를정도로 놀라 잽싸게 내게서 떨어지더니 아우우 아우우 중얼거리며 나와 맞잡았던 오른손을 바라보고 있다. - P206
이 세계 사람들은 평소에는 게임의 주민이라기보다는 현실의 인간처럼 ‘리얼‘ 하게 행동할 것이다. 실제로 라인하르트 씨도 트레인 양도, 아까 본 마리엘 씨도 게임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행동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라인하르트 씨는 게임과 마찬가지로 마을까지 마차로 태워주었고, 마리엘 씨는 참회실을 이용하게해주었다. - P208
게임에서도 플레이어는 트레인 양을 동료로 삼을 수 있고, 그렇게 생각하면 내가 그녀의 친구가 되어준다는 것이 가장 단순한 해결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법은되지 못한다. 왜냐면……………. - P210
"나는 다른 사람이 모르는 걸 이것저것 알고, 오랫동안 솔로로 모험을 한, 말하자면 아싸의 프로지. 아마 널 아싸에서구해주지는 못하겠지만, 아싸여도 해나갈 수 있도록 강하게키워줄 수는 있을 거야." "소마 씨....... - P211
"무, 물론 일방적으로 가르쳐주기만 하는 건 아니야. 넌보답으로 내가 모르는 걸 가르쳐주거나, 약간의 실험에 협조해줘야 할 거야......" - P211
"괜찮아요! 저 열심히 할 테니까 뭐든 말씀만 하세요!!" 반짝반짝하는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보아하니 정말 뭐든할 기세다. 그야 무리한 요구를 할 생각은 없지만, 만약 내가나쁜 사람이었으면 어쩌려고 이럴까. - P212
이번 실험에서 확인할 것은 트레인 양의 트레인 능력, 통칭 <트레인 모드>의 검증이었다. - P212
나는 트레인 양에게서 빌려온 시계를 보고 대답해주면서, 그 이외의 시간은 하염없이 횃불 사부를 썰며 보냈다. 횃불사부는 변함없는 회복능력으로 흠집이 난 순간 복원되었으며, 플레이어의 부근에는 새로운 몬스터가 태어나지 않는다. - P213
그리고 실험 개시로부터 정확히 두 시간이 지났을 때, 결정적인 이변이 일어났다. 트레인 양에게서 십여 미터 정도 떨어진 장소에 빛의 입자가 모여들더니 갑자기 고블린들이 나타난 것이다. "몬스터 리젠이잖아!" - P214
레벨 차이도 있고 미스릴 방어구도 있으니 괜찮을 거라 생각은 하지만, 보기에도 조금 야시꾸리한 판타지 만화의 그러한 장면 직전 같은 그림이 아닌가! 일단 서둘러 구해줘야겠다!‘ 그렇게 생각하고 트레인 양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려던 나는 이번에야말로 생각지도 못한, 어처구니없는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 P215
고블린이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음을 깨달은 트레인 양이비명을 지르더니, 다. "저기?! 저, 저게 말이 돼?!" 꽁꽁 묶인 채 데굴데굴 지면을 굴러 도망치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상당히 빠르다! - P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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