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결함이란, 믿어지는가, 그들에게 배꼽이 없다는 것이었다. 낙원의 부드러운 해가 닿지 않는, 여호와의 아기들의 창백한 살갗은 너무 드러나 있고, 너무 약하고, 또, 이런 말이 당시에도 존재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어떤 면에서는 외설적이었다. - P17
사람들이 대체로 동의하는, 인간 몸의 모든 것은 늘 개선가능하다는 모토를 내건 몸의 미학의 새로운 시대를 연 이다행스러운 외과적 개입이 있고 나서 오십 년하고 하루 뒤에 참사가 일어났다. 천둥이 울리면서 여호와가 나타났다. - P17
목소리는 목구멍의 앞으로도 뒤로도 빠져나오지 않았다. 대답해라, 여호와의 성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는 아주 위협적인 태도로 홀을 휘두르고 있었다. 아담은 용기를 내어, 다른 사람 탓을 하는 것이 얼마나 그릇된 일인지 의식하면서 말했다, - P18
주여, 낙원에 뱀이 있다고 말하지는 않았습니다. 꿈을 꾸었는데 거기에서 뱀이 나타나 말하는 거예요, 하나님이 참으로 너희에게 동산에 있는 모든 나무의 열매를 먹지 말라 하시더냐, 그래서 나는 말했죠, 아니, 그렇지 않아, 오직 동산 중앙에 있는 나무의 열매만 먹을 수 없어, 그걸 만지면 우리는 죽으니까. 뱀은 말을 하지 못한다. - P19
진작 그런 생각을 했어야지, 그리고 너, 아담, 땅이 너로 말미암아 저주를 받았으니, 너는 네 평생 수고하여야 그 소산을 먹을 것이다, 땅이네게 가시덤불과 엉겅퀴를 낼 것이니 네가 먹을 것은 밭의채소인즉 너는 네가 나온 흙으로 다시 돌아갈 때까지 얼굴에 땀을 흘려야 먹을 것을 먹을 것이다. - P20
2
신체의 더 약한 부분, 허벅지로는 부분적으로밖에 가릴 수 없었던 부분을 보호하기 위해 털도 더 짧고 두께도 더 얇은 가죽을 이용하여 나중에 치마라고 부르게 된 것을 개발했는데, 이때는 모양이 남자용이나 여자용이나 똑같았다. 이들은 처음 며칠은 씹을 빵 껍질도 없어 굶고 다녔다. 에덴동산은 아닌 게 아니라 열매가 가득했는데, 먹을 것은 그게 전부라 심지어 본성이 육식이라 붉은 고기를 먹어야 하는 동물들조차, 그들조차 하나님의 명령에 의해 똑같이 우울하고불만족스러운 식단을 따라야 했다. - P23
(전략). 그리고, 오늘날의 독자들에게는 이상해 보일지 몰라도, 남은 두 지류에는 곧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라는 이름이 붙었다. 사막의 가시와 엉겅퀴사이를 힘겹게 빠져나가는 초라하고 작은 내를 마주하고 보니, 예전의 그 강은 지상 낙원에서의 생활을 더 쾌적하게 해주려고 여호와가 창조한 환각이었을 거라는 느낌도 든다. - P23
여느 남자와 마찬가지로 아담은 무엇이 되었건 여자의 뇌에서 태어난 기획이라면 그 성공 가능성에 회의적이었기에 하와더러 실망할 각오를 하고 혼자 가라고 말했다. - P24
그렇다면 여호와한테 입장을 분명히 밝히라고 요구해야 돼, 여호와는 먼저 우리한테 왜 그런 일을 했는지, 목적이 뭔지부터 말해 줘야 돼. 미쳤군. 심약한 것보다는 미치는 게 나아. 나한테 불손하게 굴지 마, 아담은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 - P25
하와는 내를 걸어서 건넌 뒤 시큼한 장과 몇 개를 따 먹었고, 딱히 영양을공급받은 것은 아니었지만 잠시, 아주 짧은 시간, 먹고자 하는 욕구를 달랠 수 있었다. 이제 에덴동산은 아주 가까워져, 가장 키가 큰 나무들의 우듬지가 또렷이 보인다. 하와는 아까보다 천천히 걷고 있지만 그것은 지쳤기 때문이 아니다. - P26
하와는 한 걸음 다가갔다. 멈춰라, 천사가 말했다. 그러려면 나를 죽여야 할 거예요. 나는 멈추지 않을 테니까, 하와는 한 걸음 더 내디뎠다. 천사님은 아무도 먹고 싶어 하지 않을 썩은 열매만 있는 과수원을 지키게 될 거예요, 하나님의 과수원, 여호와의 과수원, 하와는 그렇게 덧붙였다. 뭘 원하는 거냐, 천사가 다시 물었다. - P27
어휘 싸움에서 이겼으니 하와는 이제 먹을거리 싸움에서 이기기만 하면 되었다. 천사가 말했다, 좋아, 열매를 좀 가져다주지, 하지만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라. 내입은 봉해졌어요, 남편은 알 수밖에 없겠지만 내일 남편하고 함께 와라, 이야기를 좀 해야겠다. - P28
. 오직 타락한 천사들만이 원하는 대로 누구하고나, 또는 그들을 원하는 누구하고나 마음대로 함께할 뿐이었다. 하와는 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손을 천사의 손 위에 올린 다음 젖가슴 쪽으로 살며시 눌렀다. - P29
이 땅에 인간들이 너희뿐인 건 아니다. 그가 입을 열었다. 우리뿐이 아니라고요, 아담이 놀라서 소리쳤다. 제발 한 이야기 또 하게 하지 마라. 누가 다른 인간들을 창조했고, 그 사람들은 어디 있습니까. 어디에나 있다. 여호와가 우리를 창조하듯이 그 사람들도 창조했나요, 하와가 물었다. - P30
(전략), 하와가 물었다. 아, 올 거다, 올 거야, 그건 걱정하지 마라, 아자엘이 대답했다. 인간은 천성적으로 호기심이 많거든, 누가 그런 불을 피웠는지, 왜 피웠는지 알고 싶어 할 거다. 그다음에는요, 아담이 물었다. 그다음은 너희한테 달렸다. 나는 더는 해줄 게 없다. 너희가 그 대상에 들어가는 방법을찾아야 한다, (후략) - P32
3
세상은 그들을 상당히 잘 받아준 편이었다. 그들은 노동 기술이 없음에도 대상에 받아들여졌고, 그들이 누구이고 어디에서 왔는지 자세히 설명하라는 요구도 받지 않았다. 갈 곳을 잃었다. - P34
아담은 물론이고, 공작부인이 될 운명을 타고나지 않았던 하와 또한 점차 육체노동의 신비에 입문하여 밧줄의 풀매듭을 만드는 단순한 작업만이 아니라 손가락을 너무 자주 찔리지않고 바늘을 다루는 복잡한 작업까지 익히게 되었다. - P35
에덴동산과 광야의 동굴에서 보낸 시절, 가시와 엉겅퀴와 흙탕물이 흐르는 내에서 보낸 시절은 기억으로부터 희미해져 마침내 가끔은 그냥 상상해본 삶이었던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실제로는 한 번도 경험하지 않았고, 심지어 꿈도 꾼 적이 없지만, 있을 수도 있었던 어떤 삶, 어떤 나, 어떤 운명으로부터 온 것처럼 직관적으로 알게 되는 삶 같았다는 것이다. - P35
그러던 중 아담이 땅 한 조각을 사서 그것을 자기것이라 부르고 언덕 아래에 거친 어도비 벽돌집을 짓는 날이 왔고, 그곳에서 카인, 아벨, 셋 등 아들 셋이 태어났으며, 그들 모두 그들의 삶에서 어느 시점에는 부엌과 거실 사이를 기어 다녔다. - P36
물론 여기에는 여호와의 귀한 도움이 있었으니, 사실 여호와가 존재하는 이유가 그것아니겠는가. 카인과 아벨은 연약한 갓난아기 시절부터 가장 친한 친구여서, 심지어 형제처럼 보이지도 않을 정도였으며, 한쪽이 가는 곳이면 다른 쪽이 따라갔고, 둘은 상호합의로 모든 일을 처리했다. - P37
카인은 당황하고 걱정이 되어 아벨에게 바람이 문제일지 모르니 자리를 바꾸어보자고 제안했으나, 자리를 바꾸어도 결과는 똑같았다. 여호와가 카인을 경멸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 순간 아벨은 자신의 진정한 본성을 드러냈다. - P38
아벨은 늘 똑같이 동정심 없는 태도, 똑같이 경멸하는 발언, 똑같이 무시하는 태도를 드러냈다. 어느날 카인은 여우 굴이 있다고 하는 근처 골짜기로 함께 가자고 하여, 그곳에서 자신의 손으로 아우를 죽였다. - P38
오랫동안 한마디도 없다가 삽자기 두 형제의 불행한 부모를 에덴동산에서 쫓아낼 때와 같은 복장으로 나타난 것인데, 머리에서 발끝까지 호화롭게 짠 가운을 입고, 머리에는 삼중 관을 썼고, 오른손에는 홀을 들었다. 네 아우가 어디 있느냐, 여호와가 묻자 카인은 질문으로 대답했다. 내가내 아우를 지키는 자입니까. 네가 네 아우를 죽였구나. 네, 죽였습니다. 하지만 진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주이십니다, (후략) - P39
하지만 주께서 아벨이 죽도록 내버려두신 것보다 큰 신성모독은 아닙니다. 아벨을 죽인 것은 너다. 맞습니다. 하지만 선고를 하신것은 주이시고, 나는 그저 처형을 했을 뿐입니다. - P40
카인이 방금 들은 말을 믿을 수가 없어 물었다. 아벨의 죽음에 대한 우리의 공동 책임에 기초한 약속이라고 하자. 그러니까 이 책임에서 주의 몫을 인정한다는 겁니까. 그래, 인정한다. 하지만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라, 이것은 하나님과 카인 사이의 비밀이 될 것이다. - P4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