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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그 녀석
한차현 지음 / 열림원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요즘들어 많이들 추억을 회상하곤 한다 그때 그시절 그랬는데.. 어른들은 가끔 이런 얘길 하시곤 한다. 우리때는 전화한번 하려고 하면 이랬네 저랬네 하면서.. 지금은 어린이들도 휴대폰을 가지고 다닐정도로 누군가와 연락하기 아주 쉽다. 그때 그시절만큼의 간절함도 없거니와 누군가를 초조하게 기다리는 설레임도 그때보다 줄어들었다. 이제나 저제나 언제 나타날까.. 언제 올까.. 초조하게 기다리지 않고 문자로 "어디야?" 또는 전화를 해서 어디쯤인지 확인한다. 갈곳도 많다. 극장도 많아졌고 커피숍, 술집 등 그시절과 특별히 다를건 없겠지만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21세기니깐..
주인공 차현은 90학번이다. 첫사랑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같은학교 선배를 좋아한다. 그리고 둘은 만나면 영화를 보러 다닌다. 종로의 극장이란 극장들은 다 돌아다니면서 영화를 봤다. 하지만 이게 사귀는건지 아닌건지는 잘 모른다. 그냥 만나면 좋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지만.. 그냥 마냥 좋았다. 그러던 어느날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선배. 선배는 이별을 이야기 한다. 그리고 같은동아리 친구 은원에게서 위로를 받는 차현. 그러면서 차츰 은원을 좋아하게된다. 둘은 남몰래 데이트를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차현은 그시절의 사랑이야기를 들려준다.
스무살의 순수한 나이. 많은 호기심이 있다. 전화가 없어 집으로 전화하면 은원을 바꿔달라고 할때까지의 초조함, 본인이 직접 전화를 받으면 반가움. 어디서 몇시에 보자고 하고 기다린다. 시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은 여자친구를 기다리는 설레임, 둘은 쿵짝이 맞아 만나면 술을 마시러 다니고 가끔 영화도 보고, 커피숍도 가고 분식집에가서 쫄면도 먹고.. 여러 궁으로 나들이도 간다. 스무살 그 시절은 사랑하는 사람과 무얼하든 아무 걱정없이 그냥 그렇게 신났다. 둘이서 학교 수업 땡땡이 치고 놀러간 춘천, 가끔은 대범하게 1박 2일로 여행을 가기도 한다. 그리고 둘만있는 여관에서의 초조함, 설레임 등..
군대를 가게 된 차현, 그때는 30개월동안 군대를 다녀온다. 기다리라는 말은 차마 하지 못한채 아무준비 없이 떠난 군대. 힘든 군시절 처음 찾아와준 여자친구. 그렇게 반가울수가 없다. 그렇게 길게만 느껴졌던 군대를 제대하고 다시 학교 복학, 여자친구는 이제 졸업을 하고 사회인이 된다. 처음 사귀었을때는 설레임과 초조함과 두근거림이 있었다면 이제 3년이라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편안함으로 바뀐다. 그리고 복학생과 사회인이된 여자친구와의 관계에서 오는 거리감. 여전히 사랑하지만 스무살 그시절과는 다르다. 만나면 매일같이 짜증내는 여자친구, 자신을 점점 한심하게 보는것 같은 느낌. 학교에 가면 새파랗게 어리고 애교많은 여자후배들.. 미래에 대한 고민도 하기 시작하는 나이. 그러던 어느날 자신의 꿈을 위해 유학길에 오르는 은원. 차현은 헤어질 수 없을 것만같았다. 자신이 군대 있을때는 휴가도 나오고 면회도 오고 편지도 자주했지만 외국으로 가버리면 볼 수 없기에 연락할 수 없기에 세상이 끝날것 같이 슬펐다. 처음 삼개월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방황했다. 하지만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시간이 지나면 아무렇지 않게 또 평범한 일상을 살아간다.
90년대의 스무살은 그랬다. 물론 스무살이라는 나이는 시대가 어떤지를 떠나 늘 많은 상상과 설레임이 가득하다. 그시절은 순수하고 맑았다. 그렇게 일년 이년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도 모르게 변해간다. 사회생활을 하면 사회생활을 하면서 또 빠르게 변해간다. 그리고 그들이 맞이한 21세기가 온다. 영화관은 멀티플렉스로 바뀌고 모두들 핸드폰을 가지고 다니면서 길거리에서도 통화하는 시대. 시대는 점점 변해가지만 사랑이라는 녀석은 누구에게나 똑같다. 처음만나는 설레임, 처음 같이 하는 모든 것들이 즐겁고 아름답고 추억이다. 헤어짐에 나 혼자 아파하는것 같고 세상이 끝나는것 같지만 그러다가도 그 시절은 지나간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리고 사람들은 또 새로운 사람을 만나 사랑을 한다.
이 소설은 사랑이라는 그녀석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시절의 사랑,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는 그 사랑이란 녀석..그리고 그 사랑을 회상한다.
세상 여기저기 숱하게 뿌려놓은 기억 기억들. 인사동에, 을지로, 종로, 광화문 통에, 신촌에, 명동에, 응암동에,수색에, 연신내에, 강남역에, 혜화동 대학로에, 덕수궁에, 창경궁에, 어린이공원에, 남산 식물원에, 정독도서관에, 서울대공원에, 한강공원에, 인천 월미도에, 백마 카페촌에, 대천 바닷가에, 그리고 대전에, 은원과 내가 지뢰처럼 매설해놓은 기억들, 언제 어디서 폭발할지 모르는 위협적인 존재들. p324
시간이 지나면 그때의 추억을 회상한다. 그리고 거리마다 장소마다 생각보다 많이 쌓인추억에 아파하고 즐거워하고 추억한다. 모두들 그렇게 사랑하며 살아간다. 내 나이가 어떻든간에. 사랑이란 그렇다. 왠지모르게 추억을 끄집어내어 생각해보게 하는 그 시절 사랑의 이야기에 마음이 아련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