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감옥 - 생각을 통제하는 거대한 힘
니콜라스 카 지음, 이진원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직장인들은 매일 출근을 하면서 언제쯤 일을 그만둘 수 있을까를 한 번쯤은 생각한다. 최근, 퇴사 일기가 유행하는 것처럼 당당히 사표를 쓰고 회사를 박차고 나오는 것이 직장인의 로망 중 하나이다. 여기에는 기본적으로 회사원은 직장과 일에 얽매여 있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기 때문에 여유롭게 하고 싶은 것 하며 충분히 쉬면서 살고 싶다는 희망이 담겨 있다. 다르게 표현하면 책에서 이야기하듯이 '여가생활을 즐기는 게 일을 하는 것보다 더 바람직하며, 더 높은 지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이에 대해 이는 고정관념이며 진심으로 느끼는 감정과는 다르다고 명확하기 말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다음과 같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일하지 않고 계속해서 쉬고 유흥을 즐기며 여기저기 자유롭게 여행 다니는 것이 더 좋고 건강한 삶일까? 

 

많은 연구는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힘들고 어렵고 스트레스가 있지만 목표가 있고 우리의 재능을 사용할 수 있는 일에 몰두할 때 가장 큰 행복을 느낀다. 바로 몰입의 즐거움이다. 몰입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고 목표를 제시하는 환경이 바로 '일'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는 여가시간에 스마트폰을 만지거나 인터넷을 하면서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분명한 목표 의식을 가지고 스마트폰을 만지거나 인터넷을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기계의 도입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은 시간이 지나며 찬사로 변하게 된다. 인간이 직접 많은 시간에 투입되어야 생산되던 것들이 기계로 대체되면서 인간에게는 잉여로운 시간이 생겨나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자동화까지 도입되면서 인간은 완전히 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도 있는 상황이 되었다. 더 많은 시간을 다른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일에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이것이 인간에게 득이 될지 해가 될지는 지켜보아야 한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많은 이들이 이 자동화로 인한 잉여로움을 생산성을 높이기보다는 더 나태해지고 게을러지며 고민과 생각을 더 안 하게 되는 방향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는 '일보다 휴식이 더 좋은 것이다'라는 편향의 작용으로 인해서이다.

 

자동화의 대표적인 예는 바로 비행기 조종이다. 자동화로 인해 비행기 관련 사고와 사망자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것만 이야기하면 자동화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문제는 자동화로 인해 조종사들은 수동 조종을 할 기회가 많이 줄어들었고 이는 실수할 확률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자동화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거나 위기 상황일 때 조종사는 수동 조종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더 중요하고 더 위급한 상황에서 숙련되지 못한 상태로 수동 조종을 하게 되니 당황하게 되고 실수를 하게 된다. 이는 큰 사고로 이어지게 되고 인명피해가 발생하게 된다. 저자는 실제로 조종사의 판단 미스나 미숙한 조종으로 인해 많은 인명 피해를 입힌 사고를 책에서 소개한다.

 

컴퓨터의 발달로 인간이 분석하고 판단하는 영역이 현저히 줄어들게 되었다. 그저 사람은 데이터를 입력하는 일차적인 역할을 맡을 뿐이다. 컴퓨터와 기계에 대한 인간의 사랑과 무한 신뢰는 대단하다. 이는 인간의 사고를 축소시킨다. 생각하지 않게 만들고 판단하거나 분석하지 않게 만든다. 자신보다 데이터 분석을 통한 컴퓨터의 해석이 더 맞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좀 더 편리하고 여유로운 삶을 위해 추구하고 계발한 기계와 컴퓨터와 자동화가 이제는 오히려 인간을 잡아먹고 인간이 그 안에 갇히게 되는 형국이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자동화는 우리를 행위자에서 관찰자로 전락시키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자동화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이것을 거부하려면 산속에 들어가서 살아야 한다. 결국, 자동화된 세상 안에서도 우리의 뇌가 녹슬거나 게을러지지 않도록 갈고닦아야 하는 것이다. 먼저 우리는 편안하게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러라도 '힘든 수고'를 해야 한다. 조금 불편하고 조금 귀찮고 힘들더라도 직접 손을 움직이고 머리를 쓰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일'을 통해 우리는 뇌를 단련시킬 뿐 아니라 처음에 이야기한 '몰입의 즐거움'을 느끼며 역설적이게도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능력을 유지하고 계발해야 한다. 그 능력은 바로 단순히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수준이 아니라 사물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유연하게 사고하는 능력으로 인간은 예측이 안되는 다양하고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고 대처할 수 있다. 

 

쉽게 적용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길찾기 어플의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다. 길찾기 어플만 있으면 세계 어디를 가나 공간에 대한 지각과 감각이 없어도 길을 잃지 않고 쉽고 편리하게 찾아갈 수 있다. 그러나 이 편리함 이면에는 뇌에서 공간을 담당하는 부분을 사용하지 않게 되는 어두운 면이 존재한다. 사용하지 않는 것은 곧 퇴화를 의미한다. 치매 환자들이 자신의 위치를 잊어버리는 것처럼 치매 위험이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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